미국에서 공부하던 중 방학때 한국에 나가서 인턴했던 시절에 이야기에요. 어렵게 한 아동병원에 인턴자리를 만들어 한국에 나갔었습니다. 그때 당시에 미술치료는 없었고 음악치료,작업치료가 있었어요. 한참 미술치료를 만들려고 하는 찰라에 제가 인턴으로 들어갔죠. 7주정도 인턴하는 시간이 주어졌었어요. 그때 제가 만난 아이들은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아이들이었습니다. 자폐증에 한 종류로 들어가죠. 아이들이 오는 이유는 학교에서 사회성에 발달이 잘 안되다보니 사람관계에 있어서 어려움이 있던 아이들이었어요. 저는 아이들과 함께 주로 그룹으로 진행하는 미술치료를 했었습니다. 옆친구를 서로 도와줘야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던지, 상의하게 하나에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 놀이를 한다던지, 누구나 다 아는 동화책을 놓고 그림만 보고 돌아가며 이야기를 완성하는등. 옆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만 하나가 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이런 저런 프로그램을 만들어 하던중.

일대일 보조교사가 한명씩 아이들에게 붙어 아이들의 프로젝트를 도와주고, 혹 위험한 행동으로 인해 다치지 않도록 도와주는데. 그날은 보조교사대신 부모님을 보조교사대신으로 하고 아이들과 함께 앉아 미술치료를 시작했어요. 그림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친구의 얼굴을 보고 표정을 그려보는것중 하나였는데. 어떤 아이 어머니는 혹시 아이의 손에 물감이 묻을까 걱정하며 조금이라도 손에 물감이 묻으면 다 닦아주고 더러우니까 묻지 않게 주의하라는 분, 다른 아이의 얼굴을 그리기보다는 ABCD에 맞는 영어단어를 물어보며 기억력에 주력하는분, 아이가 그리지 못하고 망설이자 빨리그리라며 다른 아이들 다 끝나가는데 아직도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채촉하는분. 참 여러모양에 부모님의 성향이 나왔어요. 미술치료가 끝나고, 부모님과 상담하는 시간에 아이가 뭘 원하는지 기다려주고 어떤 표현이든 본인이 원하는 만큼에 결과가 아니더라도 아이의 표현이니 인정해주는 것이 좋을거 같다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끝냈죠.

끝나고 집에 가려고 버스정류장에 섰습니다. 장마철이라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어요. 우산을 쓰고 정류장에 도착했는데 치료받던 아이와 엄마가 서있었어요. 아이는 뭔가를 주시하며 보고있었죠. 저는 반갑게 인사를 하고 아이에게 말을 거는데 아이는 대답도 하지 않고 버스 정류장 정거장을 외우고 있었어요. 딱봐도 몇십개되는 단어들인데 계속 중얼거리며 외우는 모습에 좀 이상하다 싶어 어머니에게 물었죠. 아이가 왜 정류장을 외우냐는 물음에 어머니왈... 기억력 향상중이에요. 하시는거에요. 그때마침 그 번호판 버스가 왔어요. 그런데 그걸 타지않고 그냥 보내는거에요. 그래서 왜 안타시냐 물었는데. 이 정류장 다 외울때까지 그 버스를 못탄다는거에요. 그래서 아이가 집중적으로 거기에 매달려 하나하나 외우고 있는거였죠.

저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습니다. 교육도 좋지만, 아이의 감정이나 받고 있는 스트레스는 얼마나 클까 또한 다 외우지 못하면 집에 가지 못하는 불안감은 어떨까. 여러가지 생각에 부모님에 따라 달라지는 아이들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분명 부모님이 원하는 모습에 아이,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다른 우리 아이의 모습. 앞으로 그 아이가 살아갈 험한 세상과 겪어야한 아픔들을 대비해서 더 가르치고 교육하고 다른아이들보다 더 뛰어난 부분을 발견해 더 혹독하게 교육과 교육을 반복. 결국엔 병을 극복한 유명한 아이로 키우고 싶은 마음, 그 아이를 이만큼 특별하게 키운 대단한 어머니로 남고싶은 마음. 이런 마음이 아닐까. 여러가지 생각들로 머리속이 가득채워졌었죠. 제가 느낀건 교육도 물론 필요하지만, 아이의 감정, 뭘 원하는지, 뭘 생각하는지 대화하고 나누는 시간도 분명 필요할거 같다는 거였어요. 그 당시 인턴이었지만, 짧게나마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던 시절에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리아이와 지금 잘 소통하고 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