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오늘도 핸드폰만 바라본다. 퇴근해서부터 계속 핸드폰 속 각종 스포츠동영상에 게임을 번갈아가며 즐긴다. 나와는 시선한번 맞추지않고 계속 누워있다. 돌이 막지난 아이는 아직 제대로 걷지못해 여기저기잡고 일어나 걷다 힘없이 넘어지고 다치고 울고 불며 나에게 매달린다.이 난리통에 편안한 방 침대에 누워 두 발이 꼬고 옷도 갈아입지 않은채 핸드폰만 만지작거린다. 보기만해도 짜증이난다.한마디 할까 말까를 머리속 상상으로 수백번을 돌린다. 그러다 문득 과거에 아빠가 퇴근하고 집에돌아와 쇼파에누워 엄마를 종부리듯하던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엄마는 그랬다. 아빠가 시키는건 다하는 로봇같았다. 아빠는 밖에서 돈을 벌어온다는 이유로 우리를 본인회사에 비서쯤으로 생각하는거 같았다.집안일 하나 안 돕던 태평한 아빠의 모습.집에오자마자 드러누워 TV 리모컨을 까딱거리며 물,과일을 외쳐대던 아빠의 모습들. 여러 기억들이 머리속을 후비고 다닌다. 그러다 방문사이로 보이는 남편을 본순간 답답하던 마음은 화로 바뀌고, 결혼생활의 후회와 동시에 내가 살던 과거와 별다르지 않은 내 현실이 너무 싫다.도데체 저 인간은 왜 저렇게 가정에는 관심이 없는건지,엄마는 그 세월을 어떻게 참고 살았는지, 애는 혼자키우라고 낳은건지,왜 나혼자만 희생하며 살아야하는건지.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아이는 기저귀가 하기 싫은지 이리저리 몸을 꼬다 급기야 몸을 뒤짚고 탈출을 시도한다. 나는 한손은 기저귀를 들고 한손은 아이를 다시 뒤짚으며 최대한 기저귀를 해보려 애쓰지만 계속되는 뒤집기에 속이 탄다. 여전히 편하게 누워 게임하는 남편의 얼굴에 살짝 미소가 지워진다. 순간 욱이 올라온다. 그리고 외친다.' 애기 기저귀 좀 갈아. 도와줘. 도와달라고!' 남편은 그제서야 침대에서 일어나 뭐라고했냐며 되묻는다. 나는 짜증섞인 목소리로 답한다. 남편은 왜 내가 집에오기만 하면 짜증이냐며 소리를 지른다.

나는 부억으로 급히 피했다. 씻다만 야채를 주무르듯 정리하고 한가지 찌개와 여러 밑반찬들을 냉장고에서 꺼내 식탁에 툭툭 던져놨다. 식탁에 앉아있기가 부담스럽다. 일부러 설거지를 시작했다. 설거지를하며 여러감정들이 불쑥거린다. 아이는 기저귀를 하고 나에게 걸어와 안아달라며 내 다리를 잡고 늘어진다. 뒤를 돌아보니 남편은 사라지고없다. 아마도 씻으러 화장실에 간듯하다. 아이를 유모차에 앉혀놓고 다시 이유식을 만들러 부억에 갔다. 몇 분후 남편에게 밥먹으라고 했지만 대답이 없다. 이리저리 둘러보다 마지막으로 화장실문을 열었다. 남편의 치켜든 눈과 내눈이 마주쳤다. 남편은 30분이 넘도록 화장실 변기에 앉아 게임을 하며 즐기고있었다. 나는 말없이 문을 힘껏 닫았다. 분명 나의 이런 행동이 남편기분을 망칠걸 알면서도 문을 휭 닫고나니 후회와 통쾌함이 동시에 왔다. 남편은 편한옷차림으로 식탁에 앉았다. 우린 서로에게 말이없다. 남편은 계속 휴대폰 속 스포츠영상을 보며 밥을 먹었고, 나는 아이입에 이유식을 넣다 내입에 밥을 넣다를 반복하다. 저녁식사가 끝났다.

아이를 재우려고 방에 들어가 아이와 나란히 누웠다. 아이는 아직 잠이 안오는지 내 배위에 올라타점프를 했다가, 밟고 지나가기도 하고, 배위에 올라타 뛰며 온몸을 치댔다. 그렇게 한참후 아이기잠이 들었다. 나는 반복되는 육아 스트레스와 남편과 되지않는 대화에 정리안되는 생각들이 계속스쳐지나갔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고리를 풀어나갈지 아니 끊어버릴지 고민했다.


나는 왜 이토록화가 치미는 걸까.무엇이 날 이리도 쉽게 무너지게 하는걸까. 순간 나의 과거 속 아버지가 떠올랐다. 나를 자식이 아닌 회사에 비서부리듯하던 아버지, 그 차가운 사랑덕에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남자에 대한 불신으로 바뀌어 내 생각을 괴롭히던어린시절. 그리고 사랑받은 기억이 없이 지내던어린시절 기억이 문득 떠오른다. 추억속 기억들을보다보니 욱하고 뜨거운 감정이 올라와 가슴을 조여오고, 코가 찡해지면서 동시에 눈에 눈물이 고였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욱하고 올라오는 감정을 쓰러내렸다. 자연스럽게 나오는 눈물을 끊어버리고 싶었다. 내가 운걸 누군가 보는게 싫었다.괜한 자존심이 상할거 같았다. 아무렇지 않은듯마냥 행복하게만 지낸듯 보이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다 털어놓고 위로받고 싶었다.  친한 사람들을떠올려보지만 그 누구도 아니다. 내 감정을 털어놓고 싶지 않다.  나는 왜 남편에게 까지 내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하는걸까 어떤 부분이 남편과 나의 거리를 벌려놓는걸까 여러가지 생각들이스쳐지나갔다. 혹시나 솔직하게 털어놓은 감정이아무것도 아닌냥 무시당할까봐 불안할걸까 아니면 그 말을 꺼내는건 마치 나는 나약한 인간이니사랑이 필요하다고 애걸하는 것처럼 보이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때문일까. 만약 우리 아이가 커서나와 같은 상처를 품으며 사랑받지 못한 것에 대한 불신이 본인 배우자를 미워하게 되는 근본이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부부는 한몸인데 엄마가 잘했더라면 아빠도 그러지 않았을꺼라는 생각을 하며 아빠에서 엄마로 생각을 옮겨보았다. 엄마처럼 살지 말아야지 나는엄마랑 다르게 살아야지하며 무작정 엄마의 잘못이 사랑없는 아빠로 만든것처럼 튀어나온 감정을 눌러버리고 싶었다.



밤새 아이는 뒤척거리며 치댔다. 나는 아이 옆에누워 혹시나 아이가 아파서 그런가 싶어 몇번이고깨서 아이 이마를 만져보고, 열있는지 잘자는지 이불은 덮었는지 확인하고 눈을 붙였다. 시간은어찌나 빠르게 흘러가는지 벌써 아침해가 떠올라 방안에 밝은 기운이 맴돈다. 어서 일어나 밥도하고 아이도 챙겨야하는데 머리로만 생각을하고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오분만 자자 그래 오분만 딱자고 일어나서 밥도하고 아이도 챙기고 그러자.일분도 채 안지난거 같은데 센스없는 남편은 문을 확 열고 들어와 밥안주냐며 짜증섞인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조금만 더 쉬고 싶지만, 마치 기계처럼그 소리를 듣고 일어나 부시시한 머리를 대충 묶고 부엌에 들어선다. 아침 뭐하지 머리속이 멍하다. 온몸이 두들겨 맞은것 처럼 아프고, 몸에 모든세포들이 축 늘어져 있는거 같다. 남편은 아침부터 핸드폰을 만지작 거린다. 또 시작이다 그 놈의 스포츠뉴스. 난 어제 먹고 남은 국을 뎁히고, 밑반찬 몇개를 꺼내 놓고 힘없는 목소리로 먹고 가 하고는 다시 방에 들어온다.  부엌에서 달그닥 거리는 소리에 어느덧 아이가 깨서 뒹굴거리고 있다.또 하루가 시작이구나. 나는 화장실에 들어가 비누칠 없이 그냥 물로 세수를 하고는 거울에 비친내 얼굴을 본다. 이게 하루중 보는 내 얼굴의 전부다. 여기저기 기미가 끼어있고, 주근깨가 군데군데 섞여 있다. 옆으로 쪽잠을 자서인지 왼쪽 얼굴주름이 진하게 자리 잡았다. 푸석거리는 피부는답이 없어 보인다. 오늘은 아이 잘 때 팩이라도 할까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치솔질을 하고 머리를 정리하고 나오니 아이가 나를 보며 방긋방긋웃는다. 그래 내가 너땜에 살지. 나도 아이를 보며환하게 웃으며 우리 아들 오늘은 뭐하며 엄마랑놀래? 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밖에서 철커덕하며 소리가 난다. 남편은 인사도없이 출근을 한거 같았다. 어제밤에 짜증났던 감정들이 아직 남아서인지 아침부터 얼굴 마주치기가 싫었는데 잘됐다고 생각했다. 문을 빼꼼히 열고 밖을 보니 조용하다.  문을 훤히 열고 터벅터벅걸어가 쇼파에 철퍼덕 앉았다. 팔을 궤고 누워 아이 이름을 정겹게 부르며 이리와봐 하고 말했다.아이는 나를 보며 달려온다. 몸은 느린데 마음을급한거 같았다. 곧 넘어질거 같이 뛰듯 걷듯하며 나에게 와서 안긴다. 그리고 바로 몸을 비틀어대며 내 품안을 빠져나간다.  나는 아침을 대충 떼우고 아이 이유식에 열중을 한다. 혹시나 다른 애들보다 성장이 느리면 어쩌나 하는 막연한 불안감에 인터넷에 올라오는 엄마들의 글을 꼼꼼히 체크해가며 읽어 내려간다. 어떤 이유식이 좋은지 만드는 방법은 어떤지 여기저기 블로그를 돌아다니며정보를 얻는다. 한참을 블로그를 보며 메모를 하는 도중 전화벨이 울린다. 엄마다. 내 엄마.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 제가 조금씩 써 내려간 짧은 글들을 연결해서 올릴께요. 소설의 주인공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선택의 기로에서 어떤생각들을 하는지.관계성은 어떻게 맺고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글이 되지 않을까해요. ^^.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