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사로 일한지 다 합치면 6년째가 되어가네요. 오늘은 제가 환자들을 보면서 치료사로써 느꼈던 점들에 대해 나누려고 합니다.  첫 직장은 감옥안에 있는 정신병원이었습니다. 지도에도 표시되어 있지 않은 곳이었어요. 한적하고 눈이 많이 내리던 겨울날이었죠. 지도에도 표시되어있지 않은 곳을 못찾아 헤매고 헤매다 경찰차를 만났고 전 경찰차의 인도에 따라 겨우 찾아가 첫 트레이닝을 받게 되었습니다. 감옥에 있는 곳이라 제가 배웠던 치료에 관한것 말고도 여러가지 위험한 상황에 대처하는방법, 어떻게 대화를 하는것이 효과적인지, 위험한 일생기면 어떻게 탈출하는지,보통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간호사들이 알아야하는 부분까지 두루두루 배웠습니다. 트레이닝은 2주가 넘게 진행되었어요. 2주동안 시험을 끝없이 보고, 마지막으로 CPR를 하고 끝났죠.

첫 출근하는날이었어요. 눈이 수북히 덥힌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쭉가다 옆쪽으로 쇠창살이 말려있는걸 보고 알았죠. 아...저기구나. 차를 주차하고 아이디를 꺼내 처음으로 감옥안에 들어가는데 얼마나 떨리던지. 추워서 떠는건지 아니면 떨려서 떠는건지 모르고 들어갔죠. 공항에서 온몸을 스캔하듯 그 곳안에도 똑같은 것이 있어 온몸을 스캔하고 전화기 못 가지고 들어가고, 귀걸이,반지 못끼고 여러가지 제약속에 들어갔죠. 감옥에선 알람, 무전기, 열쇠를 주고는 사용방법을 가르쳐줬어요. 감옥안 병원은 2층에 있었는데, 가는도중 여러 사람들을 지나가며 보게 되었죠. 여기저기 문신한 사람들 무표정하고 웬지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사람들을 보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한숨을 푹 내쉬며. 아니 이게 내 첫 직장이라니...너무 쌔다.라고 생각했었어요.

2층에 올라가 저와 함께 일한 스텝들 만나고 환자를 만났죠. 제가 상상했던것보다는 더 무서워 보이는 얼굴 무표정한 사람들이 많았어요. 여기저기 인사를 하고 돌아와 내가 일할 사무실과 책상앞에 앉았죠. 앞으로 어떤 그룹을 할것이며, 개인 세션은 얼마나 할것인지, 미술치료를 어떻게 환자에게 적용할것이며 어떤 재료들을 주문하고 어떤걸 쓸것인지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하라는것이 저에 첫 일이었어요. 학교다니면서 하고싶었던 그룹들을 상상하며 보고서를 쭉 써내려갔죠. 집에 가기전 보고서를 내고 집에 돌아갔습니다.

집에 돌아와 저를 반기는 강아지와 함께 티비를 보며 앉아있는데 너무 마음이 힘든거에요. 무섭기도하고 과연 내가 잘 할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수감되어있는 감옥수들. 과연 내가 그 사람들을 환자로 생각하고 대할수 있을까? 그 사람들에게 당한 피해자들은 어떨까? 참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리속에 왔다갔다를 하던중. 전 스스로 낼 일하러 가지전까지 내 머리속에 있는걸 좀 정리해야 할거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정말 감옥에서 벌을 받는 사람으로 볼것인지 환자로 볼것인지...헷갈리기도하고, 자꾸만 피해자들이 생각나서 힘들었죠. 가만히 티비도 끄고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생각했습니다. 내가 거기에 간것은 환자를 보러간것이지 피해자냐 가해자냐를 따지러 간건 아니다. 피해자든 가해자든 어떤 모양이든 정신적으로 힘들어한다면 난 그들을 도우면 되는것이다...이렇게 정리하고나니 한결 환자들 만나기도 편하고 좋았습니다.

다음날 병원에 출근을 해서 그 전날 냈던 보고서에 대해 미팅을 하는데, 제가 생각했던 꿈같던 치료를 할수가 없었어요. 역시나 감옥이라 모든건 다 무기가 될수있고, 특히 색연필 연필 종류들은 반드시 하나하나 세어야하고, 메탈이 들어간 어느것도 사면 안되고, 종이도 몇장을 주었는지, 사진은 주면 안되고, 모든 물건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세어야.하고 제자리에 있어야하는 등등... 너무 많은 제약이 있었어요. 저는 순간. 멍~ 해지면서, 내가 왜 여기있지? 할수있는게 하나도 없는데...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했었어요.

환자들 차트를 천천히 읽으며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어떤 정신병이 있는지, 지금 상황에서 어떤 치료가 가장 필요한지 하나하나 읽으면서, 점점... 치료사로써 내가 할수있는건 무엇인지 찾기 시작했죠. 미술도구 중 쓸수 있는게 없다면 난 무엇으로 그들과 소통할것인지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처음 제가 만든 그룹은 의자에 앉아 운동을 하는 그룹이었어요. 미술치료사였지만, 그들의 몸무게를 보니 보통은 다 정상보다 많이 나가고, 움직이지 않고 감옥에 갇혀 자신의 방에 있는 경우가 많다보니 비만인 사람들이 많았죠. 움직이는걸 싫어하고, 계속 누워있는것만 원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처음으로 음악에 맞춰 팔다리머리 등등...몸을 움직. 이는걸 시도했어요. 말로 헬로우 굳모닝이라고 말하기보다 몸으로 인사를 하는것도하고, 다리로 바닥에 자신의 감정을 발로 그려보라고 하기도하고, 팔로 하고싶은 말을 허공에 써보라고 하기도하고...정말 열심히 그룹을 진행했죠. 처음엔 움직이지도 않고 째려보고 앉아있던 환자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움직이기도하고, 웃기도하고 하면서 그룹이 정착해갔어요.

첫 그룹이 정착한 무렵, 저는 안전한 미술도구들을 하나 둘 주문해 미술치료그룹을 만들었죠. 그곳에는 미술치료사가 달랑 저 하나 뿐이어서 제가 다 주문하고 결제받고, 사러가야해서 참 일이 많았어요.

미술치료그룹을 만들고 환자 7명을 모아서 첫 그룹 모임을 시작했어요. 주제는 가족이었죠. 가족이라는 주제를 주고 자신이 생각나는 것들을 그려보라고 하고, 전 돌아다니며 어떻게 그리고있는지 혹시 필요한건 없는지 물어보며 다녔어요.

다 그린 후, 나누는 시간을 가졌죠. 참 여러 종류의 기억들이 있었어요. 부모를 기억못하는 사람, 가족을 생각하면 문이 생각나는사람, 검정색으로 그냥 다 칠해논 사람, 알수없는 단어들만 나열해 놓은 사람, 지금 사는 이곳이 자신의 집이고 여기있는 사람들이 본인의 가족이라고하는 사람 등... 그린 그림들을 놓고 2주에 걸쳐 이야기를 했어요. 가족에 대한 좋은 기억들 혹은 안좋았던 기억들. . .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끝낸후 우리는 자신에 대해 더 생각해보자고했죠.

다음 그룹시간. 우리는 본인이 걸어온 시간들을 돌아보고, 자신은 어떤 사람인지 돌아보는 시간들을 가졌어요. 마약에 중독되었던 순간들, 그렇게 중독될수 밖에 없었던 불우한 가정환경 자신은 사랑받고 싶었지만, 사랑해줄 사람이 없었던 시절들 사랑이 고파 마약에 손을 댔던 순간들... 여러가지 상황들을 나누면서 환자 본인들도 그렇지만, 저 자신도 이 환자들과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걸 깨달았죠.

...그 다음 이야기는 시간날때 다시 써 내려갈께요. 오늘 시간이 너무 늦었네요. 다들 잘 주무세요~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