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저희 한인가정상담소 둥지찾기 프로그램 담당자가 위탁가정에 머물고 있는 아이를 데리러 학교에 갔습니다. 아이를 픽업해서 심리상담을 받으러 가게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었거든요. 

이제 8살이 된 장난끼 넘치는 아이였습니다. 저 멀리서 아이가 걸어오는 데 손에 들고 있는 프린트 물을 자꾸 떨어트리는 것이었어요. 저희 프로그램 담당자는 책가방 어디 있냐고, 손에 들고 있는 것들을 책가방에 넣으면 될 것 같다고 했대요. 돌아온 아이의 답은 "책가방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학생이 책가방이 없다니. 처음엔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집에 두고 왔다는 뜻인지 되물었습니다.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나는 원래 가방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프로그램 담당자가 알아보니 위탁가정 아이들 중에 책가방이 없는 아이들이 꽤 되더래요. 이유는 다양했습니다. 저희가 학교에서 만났던 아이처럼 친척이나 지인이 아이를 돌보고 있지만 꼼꼼하게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한인 위탁가정은 아니지만 일부 위탁가정은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해 전달식을 하던 날 직접 아이들에게 책가방을 전달해주신 소셜워커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 소셜워커는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위탁가정에 책가방을 전달해주기 위해서 가면 아이들이 저 안에서부터 뛰어나온다. 얼마전 한 아이가 올해도 책가방 선물 받을 수 있냐면서 자기는 빨간색 가방이 가지고 싶다고 쑥스럽게 말하더라. 아이가 뭔가를 기다리고, 기대하는 모습이 너무 예뻐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아이들에게 기쁨을 선물해주시고,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우리가 볼 수 있게 해주신 한인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