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수십년 전만해도 결혼한 한국 여성은 대개 전업주부였습니다. 당시에는 결혼한 여성이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한다는 것은 먼 나라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맞벌이가 아닌 집에 거의 없습니다. 물론 지금도 많은 여성들이 아이가 생기면 잠시 일이나 학업을 멈춥니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면 다시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단편적인 예이지만, 이것만 보아도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바뀌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생기기까지는 꽤 많은 사람들의 노력들이 있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여성운동에 힘쓰신 분 중 한 분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그 분은  바로 한국 최초의 여성변호사이시자 한인가정상담소(kfam)를 설립하신 고 이태영 박사이십니다.

�년 평안북도 운산군에서 태어난 이태영 박사는 "아들 딸 가리지 않고 공부 잘하는 아이만 끝까지 뒷바라지하겠다"는 어머니의 말씀에 따라 남자 형제들과 똑같이 배움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박사는 평양 정의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모교에서 교사생활을 하던 중독립운동가였던 정일형을 만나게 되었고 그와 결혼하였습니다.

 그녀는 남편의 항일운동과 옥살이를 뒷바라지하고 생계를 위해 이불 장사를 하면서도 법학공부에 대한 열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이에 그녀의 남편은 "당신이 하고 싶어 하는 법률 공부를 하라"고 말하며 그녀에게 법학공부를 권했습니다. 남편의 응원과 지지를 받으며 공부한 끝에 그녀는 해방 이듬해인 1946년, 32살의 나이로 서울대 법학과에 입학하였습니다.

 당시 그녀는 네 아이의 엄마였습니다. 그녀는 쉬는 시간이면 구석에 숨어 아이에게 젖을 먹인 후  수업에 들어가 공부를 하는 엄청난 노력으로 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이 후1952년에는 여성 최초로 사법고시에 합격하였습니다.

 당시 사법고시에 합격하면 검사나 판사가 되는 것이 관례였고, 이태영 박사역시 법관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대통령이었던 이승만 대통령은 그녀가 야당 정치인의 아내라는 이유로 판사 임용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이태영 박사는 자신의 집에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였습니다. 이 또한 한국 여성 최초였습니다.  

그녀는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여성의 인권신장과 가정 폭력과 아동 학대 인식개선에 힘썼습니다.  1956년부터는 여성법률상담소를 열어서 당시 사회적 약자였던 여성들과 어린이, 청소년들을 보호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녀는 상담을 하면서 가정문제만을 다루는 법원의 필요성을 느꼈고 1962년 청원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가정법원이 설립되는데 큰 기여를 하였습니다.

 또한 호주제 폐지, 동성동본 금혼령 폐지, 가족법 개정 운동 등을 주도하며 구습을 바꿔 나가고자 노력하셨습니다. 

특히 호주제가 국민 개개인의 평등권에 위배될 뿐 아니라 수직적이고 위계적인 관계를 조장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꾸준하게 호주제 폐지 운동을 벌였습니다. 이 박사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생전에는 호주제가 폐지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 그녀가 별세한 이후에도 여성단체연합이 '호주제폐지운동본부'를 세우는 등 운동은 계속되었습니다. 그리고  2005년 3월, 이 박사가 폐지운동을 시작하고 53년 만에 호주제가 폐지되었습니다.

 이 박사는 여성운동 뿐만 아니라 민주화 운동에도 앞장섰습니다. 독재정권에 저항하다 구속된 이들을 무료로 변론해주었고, 80년도에는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의 증인으로 법정에서 DJ 곁에 서기도 했습니다.

또한 1983년에는 LA 남가주에서  이 변호사와 뜻을 같이하는 이민 1세 여성들과 힘을 모아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LA지부를 설립하기도 하였습니다.  

 이태영 박사는 평생을 ‘여권운동은 인권운동과 맥락을 같이한다’는 신념하에  여성의 권익향상을 위해 투쟁했고 여성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격려하셨습니다. 비록 이 박사는 별세하셨지만, 지금도 이 박사의 신념과 뜻은 한국과 미국 양국 모두에서 이어져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사회는 이태영 박사와 같은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우리는 이분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좀 더 나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음을 잊지 않아야하고 이들에게 감사해야합니다. 그리고 이들의 노력에 보답하여 우리 또한 다음 세대들에게 사회 문화적으로 발전된 사회를 물려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할 것입니다.

한인가정상담소 역시 박사님의 정신을 잃지 않고 심리상담과 교육, 위탁가정,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 등으로 어려움 속에 있는 한인들을 돕는 일을 계속 해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