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가정폭력 인식의 달 입니다. 이와 무색하게 한국 연예계의 데이트 폭력 관련 사건 소식이 연일 들리고 있습니다.
흔히 여성들은 나쁜 남자에게 끌린다고 말합니다. 나한테 너무 잘해주는 착한 남자는 매력이 없다면서 말이죠. 드라마 속 많은 남자주인공 역시 여자주인공에게 다소 집착하고 때로는 강압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여자를 벽에 밀치고 일명 ‘퍽치기 키스’를 하거나 앞서가는 여자를 붙잡아 끌어안기도 합니다. 심지어 ‘나랑 살래, 나랑 죽을래’ 등의 협박성 멘트를 하기도 합니다.
이런 ‘나쁜 남자’들을 보며 많은 여성들은 ‘터프하다’, ‘멋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분들은 아직 진짜 나쁜 남자를 만나보시지 않은 겁니다. 여기 진짜 나쁜 남자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커플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사귄지 겨우 3개월 된 풋풋한 연인 이었습니다. 남자는 여자에 대한 평소 집착과 소유욕이 심했습니다. 다른 남자와 만나지 말라며 협박을 일삼았고 교제기간 내내 여자친구를 때리곤 했습니다. 이를 견디다 못한 여자는 남자친구에게 헤어지자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남자는 여자의 집을 찾아가서 “나는 너랑 못 헤어져”라면서 여자를 감금하고 때렸습니다. 또한 "우리집으로 따라오지 않으면 주먹으로 니 이빨을 다 부셔버린다!” 라고 말했습니다. 여자는 저항했고 남자는 그녀의 옷을 찢겨 속옷 차림으로 만들었습니다. 또한 그녀의 얼굴과 명치를 주먹으로 가격했습니다. 결국 그녀는 기절했고 그는 여자의 머리채를 잡아 자신의 집으로 질질 끌고 갔습니다.
남자는 여자를 집으로 데려가 그녀의 얼굴에 물을 부어 깨우더니 더 때리려다 말고 '공주 옷 입혀줄게'라며 옷을 입혀주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 남자는 이웃주민의 신고로 경찰에 체포되었습니다.
남자는 체포된 후에도 여자에게 ‘잘 말해줄 거지. 아니면 너도 죽이고 나도 죽을거야’ 라는 협박문자를 보냈습니다.
이후 그는 그녀에게 합의를 해달라며 만나자고 계속 전화를 했습니다.
그녀가 전화를 피하자 학교로 편지를 보냈습니다.
심지어 지인들에게 자리를 만들어달라며 돈을 걸었습니다.
여자는 두려움에 집에 몇 달째 들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바로 지난 3월에 있었던 부산 데이트 폭력 사건을 정리한 것입니다. 피해자인 여자(A양)는 당시 코뼈와 눈 뼈가 골절되는 전치 6주의 중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이 이야기를 읽으시고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여전히 터프한 나쁜 남자가 좋으신가요? 여성의 의사를 묻지 않고 (강제로) 스킨쉽을 하고, 싫다는 데 억지로 끌고가는 것이 멋있어보이시나요? 물론 이런 나쁜 남자들은 이와 같은 행동을 하면서 ‘다, 널 사랑해서 그래’, ‘넌, 내꺼야’, ‘다른 사람 한테 예쁜 너를 보여주고 싶지 않아’, ‘네가 너무 예뻐서, 불안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상대방을 통제하려는 행동으로 멋진 행동이 아니라 무서운 행동입니다. 서로 사랑해서 만나는 연인관계는 평등해야합니다. 한 사람이 자신의 힘을 이용하여 다른 한 사람을 통제하고 억압하려는 것은 절대 사랑이 아니고 폭력입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데이트를 하거나 데이트를 한 적이 있는 사람 간의 학대도 가정폭력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서 "학대" 란 신체적으로 상처를 입히는 것 뿐만 아니라
그녀(또는 그) 혹은 다른 누군가가 심각하게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두려워하게 만드는 것.
또는 괴롭히거나, 스토킹하거나, 위협하거나, 타인을 치거나, 누군가의 평화를 방해하거나, 누군가의 사유 재산을 파괴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아직까지 (특히나 한국) 사회에서는 (주로 남성의) 폭력적인 행동은 ‘남자는 그럴 수 있어’ 라는 말로 포용되고 당연시 되고있습니다. A양 역시 처음에는 그가 집착이 조금 심하구나라고 생각하고 참았을 겁니다. 그러다 점차 그 정도가 심해졌고 참다못해 헤어지자고 이야기했다가 위와 같은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데이트 폭력’이 점차 청소년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부산 데이트 폭력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20대 초반이라고 합니다. 즉, 우리 아이들 사이에서도 이런 데이트 폭력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어른들도 폭력을 당하고도 처음에는 폭력임을 인식하지 못하는데 과연 아이들이 알아차릴 수 있을까요?
아이들을 위해서 또한 더 이상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사실 이는 전통사회의 가부장적 문화에서 비롯된 것인데요. 오랜 역사 속에 쌓여온 문화 자체를 바꾸고 없애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지만 한 사람, 한 사람씩 바뀌어나가다보면 언젠가는 사회적 인식도 변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 세대에서는 바뀌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 아이들의 몫으로 떠넘기실 건가요?
정말 우리 아이들을 위한다면 지금부터 어른들이, 부모님들이 먼저 바뀌어야합니다. 어떤 행동이 폭력(데이트폭력)인지, 폭력의 정의가 무엇인지 공부해야합니다. 그리고 그걸 우리 아이들에게, 주변인들에게 알려줘야합니다.
만일 누군가A양에게 “남자친구가 좀 폭력적이다. 너 괜찮니?”, “ 저런 행동은 폭력이야.”라고 말해줬다면 어땠을 까요? A양은 남자친구의 행동과 서로 간의 관계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위험성을 깨닫고 그와 좀 더 빨리 이별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자, 여러분은 폭력이 뭔지 알게되셨으니 이제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주세요. 먼저 오늘 저녁 아이와 혹은 배우자와 이야기 해보는 건 어떨까요?
잊지 마세요. 사랑하다면 서로를 더욱 아끼고 존중해줘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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