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조금 뒤에 종이가 초록색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엄마라는 삶의 피로감이 한꺼번에 전해지는 듯하여 마음이 슬프기도 했고, 무겁기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 나비님은 1살, 3살의 남매의 엄마였는데 시댁, 친정이 모두 한국에 있어서 ‘독박육아’로 우울감이 심해지고 있으셨대요.

다음은 나비님과 나눈 이야기들 입니다.

[질문] 초록색이 피곤함을 나타낸다고 했는데 그림 중에 초록색이 없네요.

[답] 종이가 초록색이에요. 제 앞에 있던 종이가 흰색과 초록색이었는데, 왠지 흰색은 망치면 안될 것 같고 초록색을 골랐어요. 

나중에 느끼고 있는 감정의 이름을 적고, 각각의 색깔을 고르라는 말씀을 듣고 피곤함을 떠올리니 종이가 초록색이더라고요. 모든 것이 피곤했어요. 그래서 피곤함을 초록색으로 정했어요.

[질문] 다른 색상과 감정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시겠어요? [답] 눈에서는 자꾸 눈물이 나고, 입으로는 아이들에게 자꾸 화내고 나쁘고 못된 말, 가시 돋힌 말만 하고 있는 거에요.  그래서 성격은 낙천적이라 걱정이나 두려움이 많진 않은데 가끔 내가 어떻게 되려나, 앞으로 어떻게 되려나 두려움이 가끔 스쳐 지나가요. 그걸 검정색으로 표현했어요.  그리고, 그래도 아이들 보고 있으면 행복하고 기쁠 땐 있으니까 아이들 나타내는 골드피시를 붙이고 행복감을 표현했고요.   [질문]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통해서 마음을 들여다 보신 소감이 어떠셨나요? [답] 제가 산후 우울증이 좀 있었어요. 그때 많이 힘들었었는데, 그리고 지금은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그림으로 표현하다보니까 여전히 많이 우울하고 슬프더라고요.  상담을 받아 보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상담 신청을 했어요. 그리고 지금 4회 정도 받았는데 많은 위로가 됐고, 몰랐던 제 마음을 더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질문] 그림 왼쪽에 나비가 한마리 있는데, 설명해주시겠어요?

[답]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그쵸, 제가 나비를 붙였었네요. 

아마 모든 것으로부터 훨훨 날아가고 싶다는 마음의 표현이었나봐요. 그런데 정말 간절히 바랬더니 이뤄졌네요. 저, 다음 달에 한국 방문하기로 했어요. 

상담해주시는 카운슬러 선생님께서도 한국 방문이 많은 도움이 되실 것 같다고 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요. 좀 쉬다 오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 작품을 ‘나비님 작품’이라고 부르게 되었답니다.

이후에 나비님께서는 한국 방문 이후에 한결 밝아지고 예뻐지신 모습으로 나타나셨습니다. 여전히 저희 한인가정상담소의 여러가지 프로그램에 참석하시며 위로 받으시고, 배우시고,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려나가고 계시답니다.

아직 안그리셨다면 자, 오늘 ‘내 마음의 그림’을 한번 그려보세요.

그림을 그리는 동안 내 마음이 어땠는지 되새겨 보세요. 

가끔은 “제 그림 해석해 주세요”라고 하시는 분들 있으신데, 많은 경우 그리시면서 직접 아시게 되세요. 내 마음의 움직임이나 내 마음의 느낌을요.

저희가 소개해드린 시원님 작품이나 위의 나비님 작품 모두 그랬거든요. 시원님과 나비님이 이미 답을 알고 계셨어요. 

그렇게 내 마음 속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내 스스로 답을 찾아가실 수 있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