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지난 2월 9일 암으로 세상을 떠난 Chick Corea에 대한 애도를 하며 시작하고 싶습니다. 그에 관해서는 이 칼럼에서도 역대 최고의 재즈피아니스트 9위로 소개한 적이 있었습니다. 칙 코리아는 가장 전통적인 연주부터 미래를 열어가는 혁신적인 연주까지 엄청나게 넓고도 깊은 들려주었던 피아니스트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린 시절 재즈를 본격적으로 좋아하기 시작했던 제게는, 처음으로 따라해 보고 싶었던 피아노의 영웅이기도 했습니다. 그의 새로운 연주는 이제 들을 수 없지만, 그가 남긴 수많은 명연들은 앞으로도 많은 음악인들에게 영감을 줄 것입니다. 칙 코리아의 대표곡 중에 ‘500 Miles High’라는 곡이 있습니다. 제목처럼 그가 늘 꿈꾸었던 우주 어딘가를 지금은 자유롭게 여행하고 있기를 바랍니다. 

Chick Corea - 500 Miles High

 오늘 역대 최고의 재즈피아니스트 5위로 소개하는 피아니스트는 텔로니우스 몽크(Thelonious Monk)라는 연주자입니다. 몽크에 대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보통 사람과는 다른 독특함입니다. 익숙하지 않게 진행되는 멜로디, 불협이 가득한 하모니, 불규칙한 리듬의 사용 등, 그의 연주에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번득임이 있습니다. 천재의 기준이 남들과는 다른 창조력이라면 몽크는 아마 가장 천재적인 연주자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새로움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너무 낯설어서 좋은 평을 받기 어렵게 하기도 합니다. 몽크의 연주 또한 처음에는 평론가들에게는 엄청난 혹평을 받았습니다. 기존의 문법에서는 잘못된 것 같은 음의 사용과, 마치 피아노를 타악기처럼 강하게 두드리는 연주방식은 보수적인 태도를 가진 평론가나 청중들은 좋아할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어느 평론가는 피아니스트로서 능력이 부족하다는 글까지 썼다고 합니다. 정말 그런지 한번 몽크의 연주를 자세히 들어보시지요!

Thelonious Monk - Well, You Needn’t

 어떻게 들으셨는지요. 형편없고 이상한 연주였나요, 아니면 천재성이 번득이는 연주였나요? 저도 그의 연주를 다시 자세히 들으면서, 그 당시에는 그의 연주가 아주 당황스럽게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동시에 이렇게 시대를 앞서가는 연주를 했다니 놀랍다는 감탄도 하게되었습니다. 그만큼 그의 연주는 후대의 훌륭한 연주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몽크는 그 음악의 독특함 만큼 성격도 한 성격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당대의 재즈계 최고의 스타였던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는 1954년 음반에 몽크를 피아니스트로 초대했습니다. 마일스는 연주자들의 재능을 발견하기로 유명한 연주자였습니다. 그의 밴드에는 언제나 최고의 연주자들이 함께 했고, 대중적인 인기도 엄청났습니다. 당연히 마일스의 음반에 참여한다는 것은 연주자로서는 가장 영예로운 일이었지만, 몽크는 그 독특한 개성으로 마일스와 늘 티격태격했다고 합니다. 

 마일스는 몽크의 연주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자신이 솔로를 할 때 한발 쯤 물러서서 반주를 해야하는 몽크가 너무 자주 끼어든다고 불평을 했습니다. 자신의 음반에 리더로서 추구하는 사운드가 있는데, 몽크의 감출 수 없는  개성이 방해가 된다고 여긴 듯 합니다. 몽크 역시 자신의 의도가 있는데 일일이 간섭하려는 마일스가 마음에 들지 않아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다르게 생각하면 몽크의 음악은 마일스의 음악 안에만 머물기에는 너무나 색이 진하고 그릇이 컸다고도 할 수 있겠지요. 몸싸움이 벌어지기 일보직전까지 가며 녹음한 그 음반이 지금은 역사적인 재즈의 명반으로 평가되니 참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다음의 연주를 들어보시며 마일스의 트럼펫과 몽크의 피아노가 만들어 내는 긴장감을 느껴보십시오..

Miles Davis - Bag’s Groove

 어느 음악이든 음악이 변화하는 역사를 따라가보면, 이전에 유행했던 음악이 너무 익숙해지면 지루함을 느끼게 되고, 그런 식상함을 깨뜨리기 위해 새로운 것을 찾아 나아가게 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몽크의 연주는 분명히 이전의 시각으로는 파격이었지만, 현대재즈가 새롭게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예언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밴드를 만들어 솔로로 활동하면서, 그는 계속해서 새로운 곡들을 발표하며 명성을 높여 갔습니다. 특히 190이 넘는 거구의 몸에 독특한 디자인의 모자와 개성있는 패션을 즐기는 그였기에, 한 시대의 아이콘이며 힙스터로 큰 인기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1964년에는 타임지의 표지인물로 선정이 되기도 했는데, 타임지 표지모델로 선정된 재즈연주자는 몽크를 포함해도 다섯명 밖에 되지 않습니다.

Thelonious Monk - Rhythm-a-Ning

 몽크는 연주자로도 유명하지만 작곡가로는 더욱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워낙 아이디어가 많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사람이었기에, 그의 곡에서는 습관적인 화성의 진행이나 진부한 멜로디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화성에서는 예상치 못한 조바꿈이 자주 나타나고, 멜로디에서는 잦은 도약과 함께 종종 불협으로 충돌하는 음들도 나옵니다.  그러면서도 전체적으로는 품격있으면서도 잊기 어려운 아름다움을 전해줍니다. 그래서 흔히 재즈연주자들은 몽크의 곡을 익히고 연주할 때는 조금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트럼펫 연주자 로이 하그로브(Roy Hargrove)가 연주하는 몽크의 대표곡 Ruby My Dear를 소개합니다.

Roy Hargrove - Ruby My Dear

 대부분의 사람들은 엉뚱한 생각을 하는 사람보다는 반듯한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을 쉽고 편안하게 느끼지만, 생각해 보면 세상을 바꾸고 역사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은 남들이 할 수 없는 아이디어를 가진 엉뚱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몽크의 연주를 들으면서, 너무 익숙한 것에 안주하며 살지 않았는지 돌아보고, 자신의 안에 잠자고 있던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일깨워 보면 어떨까요! 마지막 곡으로는 몽크의 대표곡인 ‘Round Midnight’을 들려드립니다. 제목 그대로 깊은 밤에 들으면 정말 좋은 곡이지요.

Thelonious Monk - Round Midn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