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TV에서 유명쉐프가 중국에 가서 탕수육을 파는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바삭바삭하고 달콤한 것이 너무나 맛있어 보여, 함께 보던 아내에게 “내가 한번 저 레시피대로 만들어 볼까?”라고 했더니, 한숨을 내쉬며 쓸데없이 고생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아무래도 해볼만 한 것 같아서, 충고를 듣지 않고 어느 저녁에 이것저것 재료를 사와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시작부터 너무 험난했습니다. 고구마전분, 감자전분, 옥수수전분을 비율에 맞춰 섞으려다가 가루만 날리고 양 조절도 못하고, 반죽이 튀어 온통 지저분해지고, 기름냄새는 가득하고… 정말 난장판이었습니다. 한시간여의 고생끝에 만든 결과물은 눅눅하고 두꺼운 튀김옷의 딱딱한 고기덩어리였습니다. 그제서야 생각이 들었죠. ‘이래서 사먹는구나!’

 아무리 머리로 알 것 같아도 직접 해봐야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듣는 입장에서는 다 똑같은 재즈같아도, 실제로 재즈를 연주해 보면 빅밴드와 캄보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연주하는 사람의 숫자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다뤘으니, 그 외의 연주자의 입장에서의 차이를 나눠보도록 하지요.

 우선은 사용하는 악보에 차이가 있습니다. 빅밴드 연주자들은 각자 자신의 악기를 위해 만들어진 파트스코어(Part Score)를 보고 연주합니다. 그 악보에는 당연히 그 악기가 연주할 부분만 표기가 되어 있습니다. 

 위의 빅밴드용 파트스코어를 보면, 왼쪽 위에 어느 악기가 사용할 악보인지 적혀 있습니다. 테너색소폰 또는 클라리넷을 위한 악보이군요. 악보에는 연주해야 할 여러 음들이 적혀있고, 빠르기, 강약, 액센트 등이 빼곡하게 적혀있습니다.

 파트스토어 연주에서 중요한 것은 이 음들을 ‘표기된 그대로 정확히’ 연주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구요? 맞습니다. 악보가 있으면 그대로 연주하겠지요. 하지만 소규모 캄보에서 사용하는 악보와 연주하는 태도를 이해하시면 이것이 큰 차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소규모 구성인 캄보에서는 리드시트(Lead Sheet)라는 악보를 사용합니다. 이 악보는 그 밴드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악기에 상관없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하나의’ 악보입니다.

 비교를 위해 똑같은 곡의 리드시트를 첨부했습니다. 악보에는 단순한 멜로디와 코드(Chord)라고 하는 화성표시외엔 별로 정보가 없습니다. 심지어 얼마나 크게 혹은 작게 연주해야 하는지도 표기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재즈캄보에서는 이 하나의 악보를 모든 멤버들이 함께 보며 연주합니다. 그럼 이런 악보를 사용해서 하는 연주를 들어볼까요?

 너무나 로맨틱한 멋진 연주였죠? 그런데 첨부한 리드시트와 비교해 보면, 실제연주가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 연주되는 조(Key)도 다르고, 주제 멜로디가 시작되는 1분21초 이후로만 봐도 색소폰 연주자는 적혀있는 것과는 조금씩 다르게 연주합니다.

 즉, 빅밴드에서는 파트스코어를 통해 자신에게 정확하게 주어진 부분을 연주하면 되지만, 캄보에서는 전체적인 곡의 대략을 표시한 리드시트를 사용해 개인연주자들의 자유로운 해석과 표현을 하게 됩니다. 비유를 한다면, 미리 연필로 그려놓은 밑그림을 따라 붓질을 하는 그림과, 머리 속에 있는 그림을 백지에 자신의 스타일로 그리는 것 같은 차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빅밴드 앙상블만 경험하다 처음으로 캄보를 연주하려면 부담이 되고 많이 당황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지요.

 빅밴드와 캄보의 또 하나의 차이는 즉흥연주(Improvisation)입니다. 위의 동영상에서 색소폰 연주자는1분21초 부터 3분18초 까지 주 멜로디를 연주한 후, 자신만의 새로운 멜로디를 만들어 연주합니다. 이것을 즉흥연주(Improvisation)이라고 합니다. 

 바로 그 자리 그 순간 만들어 연주되는 것이기에, 작곡과 연주가 동시에 이뤄지는 음악이라고 정의됩니다. 멋지죠! 보통의 경우, 원곡의 화성진행에 맞춰 연주하게 되는데, 이 부분을 얼마나 잘 연주하는지에 따라 그 재즈연주자의 능력이 크게 드러납니다. 즉흥연주야말로 재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지요.

 빅밴드에서도 조금씩 즉흥연주가 나오지만, 캄보에서는 그 비중이 훨씬 크고, 연주자가 하고 싶은 만큼 계속할 수도 있기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연주자나 상황에 따라서는 원곡은 1분 정도인데 즉흥연주가 10분이상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시 동영상으로 돌아가서, 색소폰 연주자가 열심히 연주할 때, 피아노와 기타 연주자는 무엇을 하고 있나요? 리드시트에는 반주는 어떻게 하라고 따로 되어있지 않기에 그들은 악보에 적힌 코드를 보며 해석해서 연주합니다. 그들 역시 자신만의 스타일로 즉흥연주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리해보면, 빅밴드 음악의 미리 꼼꼼하게 짜여진 설계도를 가지고 여러 멤버들이 많은 리허설을 통해 하나로 어우러지는 앙상블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고, 캄보는 단순하고 해석이 여지가 많은 악보를 가지고 각 연주자의 개인의 즉흥적인 연주력을 발휘하는 음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