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에 베니 골슨(Benny Golson)이라는 색소폰 연주자의 공연을 간 적이 있습니다. 이 분은 재즈계에서는 전설적인 연주자이고, 그가 작곡한 많은 곡이 스탠다드 곡으로 자리매김할 정도로 많은 영향력을 끼친 분입니다. 2004년에 톰 행크스와 캐서린 제타 존스가 주연으로 나온 ‘터미널’이라는 영화를 보신 분이 있을 지 모르겠네요. 그 영화 줄거리에서 주인공이 미국을 방문한 이유가 바로 아버지에게 이 베니 골슨의 사인을 받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만큼 대단한 연주자였기에 그분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흥분되어 있었지만, 동행한 지인들은 무덤덤 하셨습니다. 저는 그것이 아쉬웠지만, 생각해 보니 당연했습니다. 그분들에게는 그냥 평범한 할아버지 색소폰 연주자일 뿐이니까요. 아마 많은 분들이 비슷한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깊이 알고 보면 더 흥미와 관심이 생겨나지만, 모르면 그냥 흘려보내게 되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요.

 사실 굳이 재즈를 찾아듣지 않아도 이미 우리가 듣고 있는 많은 노래들 중에는 재즈연주가 담겨있습니다. 가수들이 자신들의 노래를 만들때 재즈연주자들의 도움을 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몇몇 가수들은 자신의 노래의 중요한 부분이나 상당히 긴 간주를 재즈연주자를 위해 할애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재즈연주자들이 등장하는 팝송 몇곡을 소개해 보려 합니다. 아마 이 곡들을 들어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래를 듣느라 간주나 연주까지는 관심을 갖지 못했겠지만,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이번 기회에 한번 그 곡에 담긴 또다른 아름다움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Billy Joel – Just the Way You Are

 더 이상 설명이 없는 최고의 히트곡이죠! 빌리 조엘은 이 곡을 발표한 후 간주부분에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알토색소폰 연주자 필 우즈(Phil Woods)를 초청해 간주를 다시 녹음해서 새로 출시했습니다. 이런 수고를 할 정도이니 빌리 조엘이 얼마나 자식의 작품에 공을 들이는지도 알 수 있겠죠.

 필 우즈는 ‘제2의 찰리 파커(전설적 재즈 연주자)’라고 불릴 정도로 재즈계에서 인정받는 연주자였습니다. 그래서 보수적인 재즈팬들은 재즈연주자가 가수들 반주나 한다면서 비난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 곡의 커다란 히트가 증명하듯이, 필 우즈는 재즈적인 어법을 지키면서도 쉽게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멋진 연주를 보여주었습니다. 

Sting – Englishman in New York

 재즈연주자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뮤지션을 꼽으라면 스팅이 제일 처음이 되어야 할 겁니다. 폴리스라는 록그룹으로 음악을 시작했지만 그의 음악에는 언제나 재즈적인 요소가 담겼고 수많은 재즈연주자들이 함께했습니다. 특히 색소폰 연주자 브랜포드 마살리스(Branford Marsalis)는 거의 모든 스팅의 공연과 레코딩에 참여할 정도로 음악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스팅의 대표곡인 이 곡에서 색소폰을 연주하는 그는 재즈계 최고의 명문가문인 마살리스 가족의 장남입니다. 재즈피아니스트인 그의 아버지 엘리스 마살리스를 시작으로 그의 4형제가 모두 최고의 재즈연주자들입니다. 그러나 정작 가족들은 스팅을 비롯해 팝음악 뮤지션과 활동을 하는 브랜포드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다는군요.

Joni Mitchell – Coyote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싱어송라이터, 포크록의 전설. 조니 미첼(Joni Mitchell)을 소개하는 수많은 수식어 중 겨우 몇가지일 뿐입니다. 조니 미첼은 라이브 공연에, 재즈연주자들로 구성된 밴드와 함께 할 정도로 재즈를 사랑하는 가수입니다. 나중에 자세히 소개드릴 팻 메스니(Pat Metheny)라는 또 하나의 전설적 기타리스트도 이 분의 라이브 밴드 출신이었습니다.  

 당연히 미첼의 곡에는 재즈연주자의 피처링이 많았는데요. 그 중에서도 ‘Coyote’라는 곡에는 곡의 시작에서 부터 끝까지 마치 보컬과 듀엣을 하는 것처럼 강조되어 나오는 악기가 있습니다. 그것은 베이스입니다. 이 곡에서 베이스 연주는 자코 파스토리우스(Jaco Pastorius)라는 연주자가 맡았는데, 한마디로 소개한다면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다시 나올 수 있을거라 생각되지 않는’ 베이스 연주자입니다. 그만큼 개성이 강했고 이전까지 베이스라는 악기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연주를 들려주었던 연주자입니다.

김동률 – Nobody

 한국 가요도 골라보았습니다. 93년 대학가요제에서 전람회라는 듀엣으로 음악생활을 시작한 김동률은 여전히 많은 분들의 큰 사랑을 받는 가수입니다. 그는 인기를 누리던 시절에 잠시 활동을 중단하고 보스턴의 버클리음대에서 영화음악을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것에서 그의 음악적 관심이 어떤 음악들에 있는지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그의 곡 Nobody에는 히로미(Hiromi)라는 재즈피아니스트의 연주가 담겨있습니다. 풀네임은 우에하라 히로미인데, 재즈역사가 깊은 일본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입니다. 특히 압도적 스케일의 래그타임 스타일의 연주가 기가 막힌 연주자입니다. 음반의 연주도 좋지만 라이브에서 보이는 에너지가 폭발적인 피아니스트이지요. 이 곡에서는 매우 서정적인 연주를 들려주네요. 이 외에도 이 음반에는 한국 재즈피아니스트 송영주의 연주도 담겨있으니 그 것들도 즐기면 좋으실 겁니다.

 바라기는 이렇게 지금까지 알던 곡들을 다른 관점에서 들어보면서 이전에는 미처 몰랐던 매력들을 발견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음악을 들을 때는, 주인공 뿐 아니라, 함께 노래하고 연주하는 분들에 대한 관심도 가져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