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음악의 성취의 가장 큰 부분은 재능보다는 노력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위의 정트리오 같은 분들의 훌륭한 연주를 들을 때마다, 특별한 재능이 주어지는 유전적인 것들도 있거나, 그게 아니라고해도 최소한 함께 노력하게 만드는 가정적인 영향력은 굉장히 크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가정에서부터 좋은 음악을 듣고, 열정적인 노력과 삶의 태도를 가까이서 보고 배운다면, 아무래도 더 뛰어난 음악인으로 자랄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음악사를 봐도 바흐, 모짜르트, 베토벤, 슈트라우스 등의 음악가족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지난 글에 이어 오늘도 클래식과 재즈에 모두 뛰어난 연주자를 소개하려는데, 그 주인공 윈튼 마살리스가 바로 미국 최고의 재즈 음악가족에서 태어난 트럼펫 연주자 입니다. 꼭 들어맞는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요즘 말로 음악계의 금수저 출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재즈가 태어난 곳이라고 하는 뉴올리언즈 출신의 음악가정인 마살리스 가족은 엘리스 마살리스 주니어라는 재즈 피아니스트에서 시작합니다. 그 시대에는 흔치 않게 성공한 흑인 사업가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엘리스는 좋은 음악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스스로의 재능과 노력이 어우러져 위대한 재즈 피아니스트로 자라났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여섯명의 아들 중 4명을 최고의 재즈연주자로 키우게 됩니다.

 아버지의 피아노 연주에 맞춰 4명의 아들들이 함께 연주하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지 않나요? 동시에 본인의 자녀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님을 느끼는 부모의 마음으로는 더욱 대단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위 아들 중에서 둘째 아들인 윈튼은 아버지의 지원아래 트럼펫 교육을 받게 됩니다. 어렸을 때부터 뛰어난 재능을 보인 그는 재즈 뿐만 아니라 클래식 연주도 훈련받았습니다. 본인의 특출한 재능에, 주변의 최고의 교육이 함께 이루어진 경우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는 재즈와 클래식 음악 트럼펫 연주자로 훌륭한 활동을 하게 됩니다. 가장 놀라운 것은 1982년 그는 자신의 재즈음반 과 클래식 콘체르토 음반 로 한 해에 그래미 상의 재즈부문과 클래식 부문을 동시에 수상하게 됩니다. 이 기록은 당연히 그때까지 전혀 없었던 것이었고, 아쉽게도 윈튼 마살리스가 이제는 재즈연주에 더욱 집중하기로 했기에 앞으로도 다시 보기 힘든 것이 되었습니다.

 훌륭한 음악가문에서 일찍부터 최고의 교육받았던 그의 연주에는 언제나 상당한 자신감이 느껴집니다. 또한 그의 삶을 따라가면 흑인음악과 재즈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재즈를 연주할 때도 전통적인 스타일의 재즈만을 주로 연주하고 록음악이 결합된 퓨젼재즈는 거의 연주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Jazz at Lincoln Center”라는 뉴올리언즈의 전통을 계승하는 비영리 재즈단체와 빅밴드를 이끌며 어린이들에게 재즈의 전통을 이어주는 교육사업에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글의 주인공 앙드레 프레빈이 클래식 음악가이면서도 수많은 재즈활동을 했다면, 윈튼 마살리스는 재즈에 중심을 두고 활발하게 클래식 음반을 발매했습니다. 사실 이들의 음악에 대한 태도나 각 음악에서의 완성도를 생각한다면 이러한 장르의 구분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에게 음악은 그저 음악일 뿐이고 장르의 구분이란 것은 언제나 드나들수 있는 열려있는 문에 불과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