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면서도 참 대답하기 어려운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어떤 연주자가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입니다. 특히 경쟁에 익숙하고, 순위를 정해 평가하기를 좋아하는 경향이 많은 한국분들은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물론 정답은 없는 것이지만 여러 위대한 음악인들을 떠올리며 비교해서 하나를 고르는 것을 정말 힘들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질문을 바꾸어서, 그 사람처럼 연주할 수 있다면 가장 닮고 싶은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저는 너무나도 쉽게 한 사람을 고를 수 있습니다. 그는 케니 배런(Kenny Barron)이라는 재즈피아니스트입니다. 76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활발하게 연주활동을 하는 이 연주자는 미국 재즈역사의 중심을 이어온 피아니스트 중 한 분입니다. 제 셀폰의 플레이리스트에는 언제나 가장 처음에 케니 배런의 음악이 따로 저장되어 있고, 여러가지 음악을 듣다가도 언제나 마지막에는 그의 음악을 다시 듣게 됩니다.

 이 분을 소개하는 글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두 개의 키워드가 있습니다. 그것은 ‘메인스트림’(Mainstream)과 ‘서정적’(Lyrical)이라는 단어입니다. 그 의미를 알고 그의 음악을 들어보면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왜 그렇게 그의 연주를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메인스트림’(Mainstream)이라는 단어는 사전을 보니 주류(主流)라고 번역이 되더군요. 저는 이 단어를 정통(正統) 또는 전통(傳統)이라고 번역하고 싶습니다. 재즈라는 음악도 나름의 역사를 통해 발전하고 변화해 왔습니다. 뉴올리언즈의 항구지역에서 흑인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음악에서, 유럽의 낭만음악의 화성을 받아들이기도 했고, 남미의 열정적인 리듬과 록음악의 강렬한 사운드를 접목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제는 어떤 음악에 재즈라는 단어를 붙여도 이상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면 어떤 재즈음악은 너무 복잡해 지거나 어려워져서 보통사람에게는 쉽게 접근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늘 소개하는 캐니 배런은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재즈라는 음악의 본질에 가장 충실한 연주를 들려줍니다. 항상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 편안히 기댈 수 있는 나무와 같다고 할까요.

 두번째 키워드는 ‘서정적(Lyrical)’이라는 단어입니다. 이전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재즈는 즉흥연주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음악이기에, 연주자가 즉흥연주에 만들어내는 새로운 멜로디의 스타일에 따라 공연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 어떤 연주자는 아주 간단한 곡에서 혁신적이거나 심지어는 충격적인 멜로디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또 어떤 연주자는 유쾌하면서도 밝은 분위기의 멜로디를 만들어 내어 재미를 주기도 하지요.

 오늘의 주인공 케니 배런의 연주는 언제나 서정적입니다. 모든 음들이 너무나도 유려하게 연결이 되며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그의 멜로디는 늘 아름답고 멈춤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단순한 멜로디만을 연주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때는 굉장히 현대적이면서도 고급스런 문법의 연주를 들려줍니다. 하지만 아무리 어렵고 복잡한 멜로디도 그가 연주하면 마치 아름다운 노래소리를 듣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들리고 그것에 빠져들게 됩니다. 그의 섬세하면서도 확신에 가득한 리듬감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합니다.

 너무나 반가운 것은 그가 오렌지카운티 지역에서 공연을 하게되어 직접 연주를 들을 기회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9월 20일 금요일 저녁 8시 얼바인 아래쪽의 Aliso Viejo에 위치한 Soka Performing Arts Center에서 케니 배런의 콘서트가 열립니다. 이 공연장은 디즈니 홀의 음향을 설계한 야수히사 토요타가 디자인한 아름다운 곳입니다. 더우기 공연장을 소유하고 있는 Soka University에서 기획한 공연이라 비교적 티켓도 저렴합니다. ($35/45) 재즈를 들어보고 싶은 분들은 꼭 놓치지 마시고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에 젖어보시길 권합니다.

http://www.soka.edu/pac/tickets/CurrentSeasonSeriesPackages/19-20Jazz%20Festival%20.asp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