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노래나 악기를 배우시거나, 자녀들에게 음악교육을 시키시는 분들의 가장 많은 고민은 아마도 이런 것이 아닐까요? ‘내 실력은 왜 이리 빨리 늘지 않지?’ 혹은‘얼마나 연습을 해야 꿈꾸던 멋진 연주를 할 수 있을까?’하는 것일 겁니다. 늘 해야하는 연습은 슬슬 지루하게 느껴지는데, 연주력은 금방 느는 것 같지 않으면 그마저도 더 하기 싫어집니다. 

 또 막상 연습을 하려면 다른 해야할 일들이 많습니다. 부모님들의 경우는 회사나 가정일로 늘 쫓기고, 아이들은 숙제는 왜 이리 많은지 계속 끝내지를 못합니다. 간신히 일들을 처리하고 나면 몸도 피곤하게 느껴지고 해서 조금 쉬고 나니, 날은 벌써 캄캄해 지고 하루가 저물어 갑니다. 혹시 내 이야기로 느껴지는 분은 없으시겠지요? 

 그런 생각이 드시는 분들에게 생각해 볼 문제를 하나 드려보겠습니다. 여기 세 사람이 있습니다. 70세의 할아버지, 30세의 여성 분, 15세의 남자아이. 만약 이 세 사람이 서울에서 대전까지 걸어가야 한다면, 누가 걸어갈 수 있을까요? 서울에서 대전까지 140km라고 하니 차를 타고 고속도로로 가도 두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이네요. 

 음… 생각해 보셨나요? 하나의 정답은 없을 겁니다. 건강의 상태를 감안해서, 혹은 나이를 감안해서 다른 대답이 나올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음악교육과 관련해 제가 생각하는 정답은 ‘가야 할 이유가 분명히 있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140km면 잠도 안 자고 쉬지 않아도 꼬박 이틀은 걸어야 하는 먼 거리입니다. 보통의 경우 그냥 갈 수는 없는 긴 거리이지요.

 하지만 예를 들어, 만약 위의 할아버지에게 치료하기 어려운 병을 지닌 손녀가 있는데,대전에 사는 최고의 의사가 ‘여기까지 걸어오시는 정성이라면 아무 대가없이 치료해 드리겠습니다.’라고 한다면 부모의 마음으로 그 길을 걷지 못할 분은 없을 겁니다.

 좀 극단적인 비유이기는 했지만, 그만큼 동기가 중요함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실제로 제가 가르친 경험을 통해 보면, 다른 사람보다 더 시간이나 상황이 여유로운데도 연습을 부족하거나 발전이 더딘 분도 많았고, 이렇게 다른 상황이 안 좋은데 괜찮을까 하는 분이 굉장히 열심히 준비하고 나아지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그만큼 이유가 분명했기 때문이었겠지요.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열심히 해라.’에서 오늘의 이야기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희망의 소식도 있습니다! 그것은 ‘걸음의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위에서는 긴 과정을 비유하기 위해 서울과 대전을 예로 들었지만, 실제로는 음악을 배우는 길에는 최후의 목적지는 없습니다. ‘음악에서는 더 이상 나아질 수 없는 완성’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오히려 분명한 것은, 오늘 한걸음을 더 걸으면 어제보다는 더 갔다는 것입니다.많은 사람들의 경우, 연습을 해도 안 늘었다고 생각하고 점차 지쳐가게 됩니다.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그 변화를 내가 못 느꼈을 뿐이지,한 걸음 더 걸으면 분명히 한 걸음 더 간 것입니다. 그저 계속 걷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연습을 매일 못했다고, 많이 못했다고 낙심할 필요도 없습니다. 매일 하고 많이 하면 더 좋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천천히 계속 걸어가면 분명히 이전보다는 더 가게 됩니다. 그리고 연주에 인생을 바칠 분이 아니시라면, 걸어갈 때 너무 목적지 만을 보려고 안해도 됩니다.오히려 길을 걸으며 내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는 여유를 가지면 긴 걸음을 걷는데 도움이 됩니다. 조금씩이나마 배우는 새로운 곡들을 즐기면서 연습하시고, 힘들어 질 때는 오랜 길을 걷다가 땀이 송송 맺힐 때 스쳐지나가는 바람같은 순간을 즐기시길 권합니다. 

 오늘 소개하는 음악은 미셸 페트루치아니(Michel Petrucciani) 라는 재즈피아니스트의‘Looking Up’이라는 곡입니다.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분은 태어날 때부터 큰 장애를 가지고 있는 피아니스트입니다. 그럼에도 이 분의 음악은 얼마나 행복이 넘치고 아름다운지요. 아마도 ‘Looking Up’이라는 곡 제목에 그 비밀이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