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쯤 지인의 초대로 Hollywood Bowl에서 열린 ‘사운드 오브 뮤직’ 상영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네. 쥴리 앤드류스가 주인공이고 ‘에델바이스’가 나오는 바로 그 영화입니다! 1965년에 만들어진 이 영화를 헐리우드 보울에서는 매년 다시 상영하더군요. 영화에서 노래가 나올 때 마다 스크린에 가사를 표시해 모든 관객들이 함께 부르도록 도와주는 Sing Along 상영회입니다. 영화시작 전까지는 ‘이런 오래되고 내용도 다 아는 영화를 왜 이렇게 모여서 다시 보는거지?’라고 생각했지만, 영화를 관람을 마치고 나서는 ‘역시 명작은 지금 봐도 명작이고, 고전은 지금도 고전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아직 재즈의 역사에 대해 소개드린 적은 없어 자세히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대부분의 음악들의 역사를 살펴보면, 예술가의 창의성이 일반대중의 눈높이를 넘어가는 순간들이 생기게 됩니다. 흔히 말하는 예술성과 대중성의 차이가 커지게 되는 것이지요. 클래식 음악에서도 20세기 들어 이전의 음악들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여러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음악적으로는 많은 발전을 이루지만 대중적인 인기는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21세기인 지금도 여전히 공연장에서 가장 사람들이 편하게 듣는 음악들은 모짜르트, 베토벤 같은 작곡가 또는 그 이후인 18~19세기 작곡가의 음악인 것을 보면 쉽게 증명이 됩니다.

 재즈역사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번에 소개드린 것처럼 1930~40년대 대중음악으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재즈는, 그 이후 창의력이 넘쳐났던 천재들로 예술적으로 크게 발전했지만, 대중적인 인기는 시대를 따라 조금씩 줄어들었습니다. 재즈연주자들은 단순하게 보면 두가지의 선택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흐름에 맞춰 자신의 음악을 변화시켜 나갈 것인가, 아니면 자신에게 익숙하고 편한 음악을 더 깊이 있게 만들어 갈 것인가. 많은 연주자들은 시대를 따라 새로운 스타일을 찾아갔지만, 어떤 연주자들은 자신이 처음에 사랑했던 음악들을 꾸준히 지켜갔습니다.

 오늘 공연으로 소개하려는 Harry Allen 이 바로 자신이 사랑하는 전통적인 스타일의 재즈를 굳건히 지켜간 연주자입니다. 먼저 한 곡의 연주를 들어보겠습니다. 우리에게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라는 로맨틱코미디 영화에 삽입된 곡으로 유명한 ‘It Had to Be You’라는 곡입니다. 이번 공연에도 함께할 Ehud Asherie라는 피아니스트와 듀엣 연주입니다.

Harry Allen & Ehud Asherie “It Had to Be You”

 참, 듣기 편하고 아름다운 연주이지요? 아마도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재즈연주라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익숙한 멜로디의 아름다운 곡에, 편안하게 이어지는 즉흥연주, 그리고 다시 원곡의 멜로디로 마무리되는 정말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더할 나위 없는 전통적인 연주 그리고 색소폰의 소리는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마치 사랑을 부드럽게 속삭이는 연인과 같다고 할까요. 어느덧 요즘의 재즈연주자들에게는 사라져버린 이런 여유롭고 낭만적인 연주이기에 오히려 더욱 반갑게 느껴집니다.

 그의 연주는 Coleman Hawkins라는 색소폰 연주자의 뒤를 잇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Coleman Hawkins는 이전까지 클래식 음악에서 작은 비중으로 사용되던 색소폰이라는 악기를, 재즈의 중심악기로 끌어올린 색소폰 연주의 대가입니다. 그를 통해 색소폰이라는 악기가 솔로악기로서 엄청난 매력을 가진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되었고, 수많은 연주자들이 그의 스타일을 배우고 익혔습니다.

Coleman Hawkins & Charlie Parker

 굵직하면서도 중심이 딱 잡힌 사운드와 가녀리게 떨리는 비브라토, 모든 음마다 담긴 다양한 표정의 색깔 등, 이후의 어떤 재즈색소폰 연주자도 그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겁니다. 위의 영상에서 함께 한 Charlie Parker또한 이 글에서만 소개하기는 어려울 정도의 위대한 연주자입니다.

 신경쓰고 고민할 것 많은 생활 중에, 편안히 재즈라는 음악을 즐기고 싶은 분들, 그리고 재즈연주를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분들에게 Harry Allen 의 공연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또 색소폰을 연주하는 자녀가 있으시다면 꼭 이 공연을 놓치시지 마시길 권합니다. 색소폰이 얼마나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인지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까요. 또 어른들께는 경쾌함이 넘치면서도 한없이 감미로운 그의 연주에 흠뻑 젖는 좋은 시간이 되실 겁니다.

2월 1일 토요일 8시 Soka Performing Arts Center에서 열립니다.

Harry Allen & Rossano Sportiello “Everything Happnes to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