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여성 재즈피아니스트! 요즘같은 시대에 어떤 아티스트를 소개할 때 그 앞에 여성이라는 소개를 붙이는 것은 너무 촌스럽고 시대에 뒤떨어져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남성 연주자들이 많은 재즈연주계에서 자신의 음악세계를 독보적으로 인정받고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더욱 많은 노력이 있었다고 믿기에, 저는 명예로운 훈장과 같은 의미로 오늘의 연주자에게 사용하려합니다.   

 예전에 Kenny Barron이라는 피아니스트에 대한 개인적인 애정을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Renee Rosnes 또한 제가 늘 관심을 가지고 자주 듣게 되는 피아니스트입니다. 그의 연주를 처음 본 것은 오래전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공연에서였습니다. “100개의 황금손가락”이라는 공연이었는데,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그 당시 활동하는 미국 최고의 재즈피아니스트 10명을 초청해 함께하는 공연이었습니다.  재즈에 대한 사랑이 유난히 뜨거운 일본에서 기획하고 열리는 공연이었는데, 일본을 방문하는 길에 한국도 잠시 들리는 것이었지요. 

 전설적인 10명의 피아니스트가 함께 하는 올스타 공연이니 어느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는 환상적인 공연이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유일한 여성으로 참여한 젊은 피아니스트의 연주는 너무나도 뛰어났습니다. 흠잡을 수 없는 깨끗한 테크닉, 서정적이면서도 논리적 구조가 치밀한 즉흥연주, 그러면서도 폭풍처럼 몰아치는 강렬함을 보여주는 그의 연주는 정말 입을 다물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쑥스럼이 많았던 저조차도 공연이 마치자마자 그에게 달려가 사인을 받고야 말았습니다. 

첫번째 곡으로는 덴마크의 재즈베이스 거장 Niels-Henning Orsted Pedersen 과 함께 연주한 “Kenny”라는 곡을 소개합니다. 이 곡이 담긴 음반은 Niels-Henning Orsted Pedersen (줄여서 NHOP라고도 불림)가 리더인 음반입니다. 누가나 인정하는 유럽재즈 최고의 베이시스트이며, 역대의 최고의 베이시스트 중의 하나로도 늘 언급되는 분이지요. 그는 오랫기간 Kenny Drew 라는 재즈피아니스트와 함께 연주활동을 했는데, Kenny Drew가 세상을 떠난 후, 그를 추억하며 헌정하는 의미로 이 음반과 곡을 만들었습니다. 곡의 시작부터 끝까지 깨끗하면서도 서정성이 가득하여 추모라는 정서가 잘 나타나는 연주입니다. 

 이 정도 연주자의 경력을 일일이 소개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겠지만, 그래도 소개해본다면, Ronee Rosnes가 함께 연주한 아티스트로는는 전설적인 색소폰 연주자 Joe Henderson, 모던재즈의 거장 Wayne Shorter, 현재 최고의 색소폰 연주자라고 할 수 있는 Chris Potter 등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의 남편인 Bill Charlap도 뉴욕에서 활동하는 뛰어난 재즈피아니스트로 얼마전 전설적 재즈가수 Tony Bennett과 듀엣음반을 낸 연주자라는 것입니다.

 이 두 사람 재즈피아니스트 부부가 듀엣으로 연주한 “Chorinho”라는 곡도 소개합니다. 브라질 삼바스타일의 곡인데 피아노 두대만으로 굉장한 리듬감을 들려줍니다. 

 마침 이번 주 일요일에 Renee Rosnes의 공연이 얼바인 근처 Aliso Viejo에 있는 Soka University에서 열립니다. 피아노 트리오 공연인데, 특히 함께 참여하는 베이스 연주자 Peter Washington과 드럼 연주자 Lewis Nash는 지난 수십년간 재즈역사를 이어온 거장들입니다. 피아노 연주 뿐 아니라 거장의 베이스와 드럼 연주를 보고 싶은 분들은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Sun, Feb. 23, 2020 오후 3시,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