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잘 지내고 계신지요? 이런 평범한 안부인사조차도 큰 의미로 다가올 만큼,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모든 사람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너무나 큰 이슈이기에 뉴스나 대화의 모든 주제는 바이러스에 대한 것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엄중한 시기에 한가하게 음악이야기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다가, 그런 중에도 짧은 시간이나마 뜨겁게 달아오른 우리의 머리와 가슴을 진정시킬 순간도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글을 써봅니다.

 본의 아니게 외출을 삼가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요즘은 아마존 프라임이나 넷플릭스 등을 통해 영화나 드라마를 자주 보게됩니다. 그러다보니 예전에 보았거나 보려다 미뤄둔 영화들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같은 영화라도 갇혀있는 것 같은 지금 보니, 이전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영화들이 많더군요. 그 중 재즈나 음악에 관련된 영화를 소개해 보며 그 영화와 관련된 음악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오늘 소개하는 영화는 ‘피아니스트의 전설(The Legend of 1900)’입니다. ‘시네마천국(Cinema Paradiso)’을 만들었던 명감독 주세페 토르나토레(Giuseppe Tornatore)가 만든 이 영화는 유럽과 미국을 왕래하는 여객선에서 태어나 평상동안 피아노를 연주하는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90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한 영화답게 타이타닉을 연상시키는 여객선과 세트, 시대를 잘 보여주는 품위있는 의상디자인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지요.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다 보니 아름다운 음악이 많이 나옵니다. 당연히 영화음악가의 역할이 중요한 영화이겠죠. 이 영화의 음악은 바로 ‘시네마천국’에서도 감독과 함께 했던 ‘엔니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가 맡았습니다. 이 분에 대해 설명이 필요할까요? 수많은 서부극 영화의 음악, ‘미션’에서의 오보에의 멜로디, ‘러브어페어’의 낭만적인 피아노 선율… 진정한 영화음악의 거장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 영화의 주제음악 또한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2분도 채 안되는 짧은 곡임에도 듣는 순간 자연스레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음악만이 줄 수 있는 마법같은 순간이라고나 할까요. 첼리스트 요요마의 버전으로 올려봅니다.

 이 영화에도 기억할 만한 명장면이 몇개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흔들리는 배 안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여객선 밴드에 들어온 신참 트럼펫 연주자가 적응을 하지 못하고 배멀미를 하고 있을때, 주인공은 공연장으로 들어가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시킨 피아노를 풀고 여유롭게 왈츠를 연주합니다. 여객선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세상의 모든 풍파를 느끼면서도 그 두려움에 억눌리지 않는 자유로움이 잘 드러나는 장면입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크게 갈등이 고조되는 부분은 피아노 위에서 벌어지는 주인공과 한 음악인의 대결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주인공과 결투를 벌이는 상대가 실제 존재했던 피아니스트라는 것입니다.  ‘젤리 롤 모튼(Jelly Roll Morton)’. 1900년대 초 래그타임이라고 불리던 음악에서 재즈로 발전하는데 큰 역할을 한 천재적인 연주자입니다. 자신 스스로 ‘내가 재즈를 만들었다.’라고 할 만큼 자신감이 넘쳤던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주변 사람들은 그의 음악적 역량과 천재성은 다들 인정하면서도 그의 성격만큼은 좋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리 주변에도 있지 않나요? 틀린 말은 아닌데, 그 사람이 말하면 인정하기가 싫은 그런 사람들… 그의 이러한 캐릭터를 영화에서 잘 사용했다고 하겠지요. 

 이 영화가 배경으로 하고 있는 시대에는, 위에서 잠시 언급한 ‘래그타임(Ragtime)’이라는 피아노 연주스타일이 크게 인기를 끌었기에 영화에는 래그타임 스타일의 연주가 많이 나옵니다. 왼손에서 쿵(베이스) 짝(화음), 쿵(베이스) 짝(화음)으로 나타나는 2박자 계통의 음악으로 본격적인 재즈피아노의 전단계라고 할 수 있는 스타일의 음악입니다.  보통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할 래그타임 음악으로는 ‘스팅(The Sting)’이라는 영화의 주제곡을 들 수 있겠습니다. 

 오늘은 좋은 음악영화를 한 편 소개했습니다. 나가는 것이 자유롭지 않기에 오히려 너무나 평범했던 그동안의 일상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하루빨리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길 바라며, 짧게나마 좋은 음악들과 함께 한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