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알았지?

 아무리 가면을 쓰고 숨기려 해도, 그 사람의 노래소리를 조금만 들으면, ‘아! 이 사람이군!’하며 알게 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제게는 전인권, 조용필, 김건모 같은 가수가 떠오르네요. 이런 가수들은 다른 사람과는 뚜렷하게 구별되는 자신만이 가진 개성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그 가수만의 목소리의 톤, 독특한 발음의 습관, 즐겨 사용하는 보컬의 테크닉 등이 그 사람만이 가진 노래의 표정을 만들어 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재즈연주를 들을 때도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재즈는 많이 알려진 곡을 여러 다른 연주자가 연주하는 경우가 많지요. 그래서 같은 곡도 여러 다른 버젼이 존재합니다. 가끔은 카페같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다가, 어떤 곡을 들으며, ‘참 아름다운 연주인데, 왠지 모르게 익숙하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게 누구의 연주인지 추측해서 맞추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오늘 역대 최고의 재즈피아니스트 8위로 소개하려는 피아니스트는 어떤 연주를 들어도 그 강렬한 인상과 존재감 때문에 알아볼 수 밖에 없는 개성이 강한 피아니스트입니다. 엄청난 테크닉으로 고음에서 저음까지 피아노 음역 전반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압도적 스케일의 연주, 야수파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색채감과 개성적인 화성의 진행… 바로 피아니스트 맥코이 타이너(McCoy Tyner)를 다른 연주자와 구별하게 만드는 것들입니다.

압도적이란 바로 이런 것!

 피아노는 톤이 깨끗하고 풍성한 화음이 연주가 가능한 악기이지요. 그런 악기의 특성을 사용해 많은 재즈피아노 연주자들은 다양하면서도 로맨틱한 화성들을 발전시켜왔습니다. 또한 트럼펫, 색소폰 같은 멜로디 악기들을 서포트 하며 앙상블을 하나로 묶어내는 역할을 맡기도 했습니다. 쉬운말로 표현한다면 부드럽고 예쁘게 연주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맥코이 타이너의 연주는 그런 전통적인 스타일과는 다르게 마치 불꽃이 타오르듯 폭발적인 연주를 들려주었습니다. 젊은 시절 그의 연주를 들어보면 언제나 끓어오르는 원초적인 에너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 노래가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나온 것이라니!

 맥코이 타이너를 이야기할 때, 그를 온 세상에 알려지게 해준 색소폰 연주자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을 언급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겁니다. 이 거대한 인물을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까요? 재즈역사상 가장 위대한 연주자 중 한 사람? 재즈에서 조성음악의 한계를 넘어서 난해한 현대음악을 담아내고 미래의 음악을 제시한 선지자? 그 어떠한 표현도 그에게는 과하지 않을 것입니다.

 승패를 따지는 스포츠에서는 역대 최고의 팀이 어느 팀이었는지 재미삼아 많이 이야기를 나눕니다. 야구에서는 베이브 루스가 이끌었던 뉴욕 양키스, 농구에서는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불스가 주로 언급됩니다. 재즈에서도 수많은 앙상블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꼭 많은 사람들이 가장 혁신적이었다고 말하는 밴드 중 하나가 바로 존 콜트레인과 맥코이 타이너가 함께 했던, 존 콜트레인 쿼텟(John Coltrane Quartet)입니다. 

최고의 앙상블이란…

 이 쿼텟에서 맥코이 타이너는 존 콜트레인의 현대적인 재즈어법을 받아들이게 되고 자신의 악기 피아노에서 그것을 구현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그의 연주가 이전의 다른 피아니스트들과는 구별되는 특징이 되었습니다. 피아노를 연주하시는 분들을 위해 그 내용을 조금만 구체적으로 소개해 보겠습니다. 

 우선 말할 수 있는 것은 4도 위주로 연주하는 화성연주입니다. 전통적으로 화성은 3도 간격으로 화성을 쌓게 됩니다. 재즈에서도 이런 방식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타이너는 화음을 4도로 쌓아서 하는 연주를 본격적으로 사용했고 이것은 그의 연주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되었습니다. 편안한 협화음인 3도의 화성을 듣다가 처음 4도 위주의 화음을 듣게 되면 조금은 낯설고 갈라지는 화음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그 사운드에 점차 익숙해지면 아주 세련되고 현대적으로 느껴집니다. 

세련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해요…

 또 빼놓을 수 없는 타이너의 연주의 특징 중 하나는 ‘펜타토닉 음계(Penatatonic Scale)’의 사용입니다. 펜타토닉 음계란 지구 위의 대부분의 지역의 구전민요에서 발견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따라부르기 쉬운 음계를 말합니다. 저도 어린시절 ‘오음계’라는 용어로 배웠었고, 한국의 전통민요 ‘아리랑’도 펜타토닉 음계로 이루어진 노래입니다. 

 맥코이 타이너는 이런 간단한 펜타토닉 많이 사용했지만, 그의 연주는 마치 처음 들어본 것 처럼 새로웠습니다. 그것은 그가 펜타토닉 음계를 전통적인 방식과는 다르게, 이전에는 적용하지 않았던 새로운 화음이나 다른 조성에 사용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멜로디를 만들어 낼 때도, 듣기 편한 전통적인 2도의 순차진행외에 4도를 비롯한 다양한 도약진행을 사용해서 현대적인 멜로디의 문법을 만들어 냈습니다. 

새 시대의 멜로디!

 그의 만들어 낸 이러한 새로운 스타일의 연주는 후대의 많은 피아니스트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었습니다. 마치 패션으로 비유한다면 스스로 멋을 생각하며 늘 익숙한대로 입고 다녔는데, 갑자기 힙(Hip)한 새로운 스타일이 멋지게 등장하면, 하루아침에 이전의 스타일은 너무도 촌스럽게 느껴지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맥코이 타이너 등장 이후 현대 재즈피아니스트들은 그의 현대적이고 강렬한 문법을 따라했고, 어떤 때는 마치 그러한 연주를 하지 못하면 시대에 뒤쳐지는 것같은 느낌조차도 받게 되었습니다. 재즈를 들으면서 기존의 전통적인 예쁜 연주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고, 무언가 새로운 스타일의 연주를 듣고 싶은 분들에게는 맥코이 타이너의 연주를 강력히 추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