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 역시 크리스마스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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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과 크리스마스는 너무도 잘 어울리는 조합이니까.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데 더이상 완벽한 조합은 없다.

훗날 앤이 결혼해서 아이들과 함께 맞이하는 크리스마스까지, 나는 늘 행복하다.

왠지 현실의 크리스마스보다도 더 ‘옛 느낌'이 살아있는 그 시대 캐나다 작은 섬의 따뜻한 성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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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4권 ‘약속' 혹은 번역에 따라 ‘#앤의 행복'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레드먼드를 졸업하고 길버트와 미래를 약속한 앤은 길버트가 의과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교편을 잡으며 결혼을 준비한다. 서머사이드 학교에 발령을 받아 그곳에서 하숙을 하며 역시 그 특유의 능력으로 사람들과 즐거운 관계를 유지하며 행복한 처녀시절을 보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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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명.

친해질 수 없고, 늘 앤을 싫어한다고 느끼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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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캐서린 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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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생을 살면서 ‘질투'란 삶의 한 부분처럼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한번도 살면서 질투를 느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나도 어렸을 때는 그야말로 한 ‘질투' 하던 아이였다. 나보다 잘난 아이, 나보다 ‘잘나 보였던' 친구, 선생님의 특별한 편애를 받던 친구, 나보다 공부를 잘하던 친구, 인기가 많던 친구, 뭔가 ‘있어 보이던' 친구 등 항상 질투의 감정은 나를 자극시켰고 때론 괴롭게 했다. 그 중에서는 중학교 2학년 때 질투의 감정으로 못내 괴로워했던 한 친구와 절친이 되어 지금까지도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는 사이가 된 경험도 있다. 이런 일들은 비단 내 일일 뿐 아니라 누구나 겪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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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우리내 삶을 돌아볼 때 앤에서 나온 이 ‘캐서린 선생’은 정말이지 인간적인 캐릭터이다.

앤의 입장에서는 짜증나는! 일이었겠지만 사실 난 캐서린 선생이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그렇지 않은가? 물론 우리는 주인공인 ‘앤'을 따라 공감해 왔지만 반대로 이 에피소드에서처럼 많은 것을 갖지 못한 한 사람의 시선에서 ‘앤'은 몹시도 약오르는 대상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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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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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미인은 아니지만 누구나 좋아하고, 뭔가 특별한 것을 지닌 것 같은 별빛 반짝이는 눈을 가진 아름다운 처녀. 거기에 길버트같이 멋진 약혼자까지! 자존감이 없는 사람이라면 앤과 같은 사람 옆에서 얼마나 큰 박탈감과 질투를 느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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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을 정말 좋아해서 친해지든가, 멀리서 심술궂게 지켜보든가 둘 중 하나밖에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자존감이 바닥을 치도록 낮은 캐서린 선생님으로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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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에피소드의 주인공? 인 캐서린 선생님은 4권 내내 마르고, 신경질적이고, 심술궂고, 불친절한 모습으로 앤을 내내 괴롭게 해 왔다. 그런 ‘캐서린 선생님'에게 앤이 바로 ‘그린 게이블스'에서 크리스마스 휴가를 같이 지내러 가지 않겠냐고 제안하러 가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하냐며 펄쩍 뛰는 하숙집의 레베카가 말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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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며 앤은 집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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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화가 오고간 후 결국 캐서린 선생은 앤과 함께 그린게이블즈로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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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하게 춥고 더러운 하숙집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싫은 캐서린 선생, 그리고 그런 그녀를 데려가기로 한 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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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은 결코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그렇게 ‘착하기만 한 ‘캐릭터도 아니지만! 그런 앤을 나는 이해할 수 있다. 앤은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때론 오지랖처럼 보이는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나도 일종의 그런 사람이어서 짜증은 나지만 앤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을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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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렇게. 둘은 그린게이블스로 향하게 된다. 내가 사랑하는 ‘그린게이블즈의 크리스마스'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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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말하는 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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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라와 린드부인, 도라와 데이비가 기뻐 껴안고 반기는 겨울밤. 새로운 뉴스들을 나누며 모두가 설레하는 밤. 거기에 ‘린드부인이 헝겊 조각을 5천 장이나 엮어 만든 새 퀼트 이불'이 선보여 모두의 감탄을 자아낸다. 5천 장이라니! 과연 린드 부인만이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실제로 보고 싶어 궁금해 미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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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본리의 달콤한 겨울, 달밤을 놓칠 수 없는 앤은 캐서린 선생님과 함께 눈구두를 신고 밤 숲을 거닌다. (여기서 ‘눈구두'란 일종의 눈썰매 같은 것인 모양이다. 어릴 때 이게 너무 궁금했다. 눈구두가 뭘까 하고~) 은빛 연못을 지니고 신비로움에 가득찬 숲에서 그 아름다움에 취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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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정서가 느껴지는 그린게이블즈의 겨울 정서를 나는 좋아한다. 캐나다(가본적은 없지만)의 깨끗하고 차가운 겨울 밤의 느낌. 작은 섬 프린스 에드워드 섬 작은 마을 애본리(더더욱 가본 적 없지만)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오는 밤. 숲. 은빛 달 아래의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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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래서 내가 이 에피소드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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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들리는 흐느낌 소리. 충격적이게도 캐서린 선생의 울음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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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캐서린의 고백이 시작된다. 자신이 겪어왔던 어린시절부터의 고통과 낮은 자존감. 비참한 청춘을 고백하는 캐서린. 왜 그렇게 구두쇠처럼, 너그럽지 못하게, 살아올 수밖에 없었는지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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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은 자신에게도 어린시절 그린게이블즈에 오기 전 말못할 어린시절이 있었음을 이야기하며 둘은 마음을 나누게 된다. 길고긴 겨울 밤. 둘의 대화는 끝도 없이 이어진다. 비록 캐서린 선생은 ‘오늘 밤 잠자리에 들면서, 선생님에게 이런 모습을 보인 건 억울해할지'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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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캐서린 선생은 오랜 질투와 괴로움을 버리고 ‘앤의 매력'을 함께 나누는 편을 택한다. 그 순간부터 괴로움을 벗어난 것은 바로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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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여는 즐거움을 선택한 그녀는 이제 본격적으로 그린 게이브즈에서의 크리스마스를 하나하나 즐겨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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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나무 숲에서 트리를 잘라와 장식하고, 지하실에서 달콤한 겨울 사과라는 것을 맛보고, 크리스마스날 아침 떠들썩하게 서로 선물을 나누고! 게다가 오래전부터 캐서린이 원해왔던 예쁜 갈색 눈의 강아지를 선물로 받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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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에는 에브너 씨 집에서 열린 파티에서 캐서린 선생은 시 낭송을 하게 된다.

새로 유행하는 모양으로 머리를 빗고. 빨간색 천으로 주름을 잡은 드레스를 입고. 시 낭송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고 완벽한 아름다움으로 휴가는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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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다시 잿빛을 벗어나 색채를 지니게 되고, 절망은 다시 희망을 입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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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또 한번의 아름다운 그린게이블즈의 크리스마스가 지나갔다. 누군가의 얼어붙은 마음을 따뜻한 온기로 녹여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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