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1930년 멕시코의 한 도시에 살고 있는 소녀. Esperanza

그녀는 대지주인 아빠와 아름다운 엄마와 함께 큰 저택에서 많은 하인들을 두고 행복하고, 화려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부유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너그럽고 지혜로우며, esperanza를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좋은 부모님입니다. 내일로 다가온 그녀의 열 세번째 생일을 준비하며 꽃과 진귀한 과일과 함께 파티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지요. 에스페란사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들입니다.

그러던 그 날 밤, 갑자기 도적떼에 의해서 아빠가 죽임을 당하게 됩니다. 그녀의 생일을 맞이하여 최고로 아름답게 주문한 인형만을 선물로 남겨둔 채.

한밤중의 비극. 그리고 소녀의 삶은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아버지의 죽음과 삼촌들의 핍박.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까 궁금해하고 있었는데 뜻밖의 결정이 내려집니다. 

에스페란사와 엄마, 그리고 그들의 하인이었던 (더 이상 하인이 아닌) Alfonso, Hortensia, Miguel의 가족은 국경을 넘어 캘리포니아로 가는 결정을 합니다. 미리 서류를 준비하지만, 그래도 국경을 넘을 때는 쫓겨가지 않을까, 중간에 들키지는 않을까 두려운 마음을 갖게 됩니다. 힘든 여정을 거쳐 미국으로 가는 길에서 또한 에스페란사는 이미 달라진 환경과 엄마의 태도 때문에 적응하지 못하고 당황하게 됩니다.

- “Mama..she is poor and dirty…” said Esperanza. But Mama interrupted.

‘When you scorn these people, you scorn Miguel, Hortensia, and Alfonso.

And you embarrass me and yourself. As difficult as it is to accept, our lives are different now.”

“엄마. 저 아이는 더럽고 가난해 보이잖아요.”에스페란사가 말하자 엄마가 가로막았다.

“에스페란사, 네가 저 사람들을 무시한다면, 넌 우리 가족과 같은 미겔네 가족도 무시하는 거란다. 그리고 넌 나와 너 자신을 부끄럽게 하는 거야.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겠지만, 우리의 삶도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단다. “

가난하고 더러운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도 힘들었던, 철딱서니 없는 소녀가 농장에 도착한 후,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일들을 하게 됩니다. 일을 나가는 어른들을 대신해 아기들을 돌보고, 기저귀를 빨고, 청소를 합니다. 해야만 하는 거죠.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게다가 지역 특유의 황사바람으로 엄마가 병에 걸려서 오랜 시간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자, 엄마 대신에 농장에 나가서 일까지 하게 되지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모습으로, 손은 다 까매져서…

포도의 계절에는 포도를 재배하고, 감자의 계절에는 감자의 눈을 제거하고, 아스파라거스의 계절에는 아스파라거스를 재배하며 그렇게 시간은 흘러갑니다. 동안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 소녀의 마음도 성숙해 나갑니다. 자기보다 더 어린 소녀 이사벨 때문에 마음 아파하고, 할머니를 모셔 오기 위해 적은 돈이지만 소중히 모아나가지요.

- Don’t worry, Mama. Remember, I will take care of everything. I am working and I can pay the bills. I love you.

걱정 말아요 엄마. 기억해요. 내가 다 잘 해 나갈게요. 열심히 일하고 병원비도 낼 거에요. 사랑해요. 엄마.

.에스페란사가 지내게 된 캘리포니아의 농장은 그들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땅이었고, 가족들과 함께 굶지 않고 살 수 있게 해 주는 소중한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멕시코 사람 뿐 아니라 미국 각지에서도 직업을 잃고 갈 곳을 잃은 사람들이 그 당시 자꾸만 캘리포니아로 몰려들었고, 그들의 임금은 자꾸 더 낮아지는 악순환이 계속 되었죠. 그래서 농장의 사람들은 파업을 하고,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합니다. 파업이 거세질수록, 에스페란사는 갈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파업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지지하지만, 자신에게 닥친 일들을 생각하면 파업은 사치인 것입니다.

- Esperanza’s mind wrestled with Miguel’s words. For him, the strike was an opportunity to work at the job he loved and to make it in this country, but for her, it was a threat to her finances, Abuelita’s arrival, and Mama’s recuperation. Then there was the matter of her own safety. She thought of Mama and Abuelita, and she knew there was only one thing for her to do.

에스페란사의 마음은 미겔의 말들에 흔들렸다. 그에게는, 파업은 소망했던 일을 하고, 이 미국 땅에서 꿈을 이룰 수 있게 해 주는 기회의 창일 수도 있었지만, 그녀에게는 당장 현실의 위협이었다. 할머니를 모셔 오고, 엄마의 병원비를 대야 했고, 그 자신의 먹고 사는 문제이기도 했다. 그리하여 그녀는 모두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밖에 없음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었다.

거기에 멕시코 인들에 대한 눈에 띄는 차별. 멕시코 인 뿐 아니라 돈이 없고 가난한 타인종에 대한 학교나 사람들의 차별은 이들을 마음 아프게 하고 분노하게 합니다. 가족처럼 지내는 8살짜리 이사벨은 아무리 노력해도 결코 학교에서 뽑는 Queen of May가 될 수 없는 현실 말입니다.

- Esperanza, people here think that all Mexicans are alike. They think that we are all uneducated, dirty, poor, and unskilled. It does not accur to them many have been trained in professions in Mexico.

에스페란사, 여기 사람들은 멕시코 사람들은 다 똑같다고 생각해. 우리가 모두 교육받지 못하고, 더럽고, 가난하고, 기술도 없다고 생각하지. 그들은 멕시코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직업교육을 받는다는 건 생각지도 못하지.

-The Mexicans can only swim on Friday afternoons, before they clean the pool on Saturday mornings. Do they think we are dirtier than the others?

멕시코 사람들은 오직 금요일 오후에만 수영장을 이용할 수가 있어, 토요일 아침에 청소를 하기 바로 전 시간에 말이지. 그들은 우리가 그들보댜 더럽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Queen of May가 되지 못해 실망하고 절망한 이사벨을 위로하며 아버지의 마지막 선물인 인형을 건네주는 장면은 마음이 찡해지는 감동적인 장면이자 이 소설의 절정 부분입니다. 에스페란사가 정신적으로 성숙해지고, 자신보다 남을 위하는 마음을 지닌 소녀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었거든요.

- I want you to have something that will last more than one day. Our lady knew that being queen would not last, but that the doll would be yours for a long time.

이사벨, 나는 네가 오직 하루의 화려한 영광보다, 더 오래 지속되는 무언가를 지니길 바래. 오월의 퀸이 되는 것은 잠깐이지만, 이 인형은 오랫동안 네 곁에 있을 거야.

아픔을 견뎌내고, 아무리 먼지를 뒤집어 쓰며 감자를 캐고, 아스파라거스를 잘라내도 현실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엄마는 계속 병원에 있고, 할머니를 멕시코에서 오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지요. 그래서 에스페란사는 절망합니다. 미겔에서 따집니다. 과연 멕시코에서 하인으로 사는 것보다 이곳에서 이렇게 사는 것이 좋으냐고! 나는 희망이 없다고!

- Nothing is right here! Is this life really better than being a servant in Mexico?

I can’t stand your blind hope. I don’t want to hear your optimism about this land of possibility when I see no proof!

여기는 아무것도 없어. 넌 멕시코에서 하인의 삶으로 사는 것보다 이곳의 삶이 더 만족스러워? 난 이제 너의 무조건적인 희망을 참을 수가 없어. 여기가 기회의 땅이라는 낙관론 따위는 듣고 싶지 않아.

그런 에스페란사를 위해 미겔은 멕시코에 가서 할머니 abuelita를 모셔오는 모험을 감행합니다. 그녀에게, 그리고 그들에게 아직도 ‘희망'은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어서 말이지요. 그렇게 할머니가 오고, 엄마가 오랜 병원 생활을 끝내고 집으로 - 모두가 같이 지내는 캐빈으로 돌아오고, 그렇게 에스페란사는 다시금 희망이란 것을 갖게 됩니다.

소공녀 세라처럼 다시 드레스를 입고 부잣집의 딸로 돌아가지는 못했지만, 에스페란사는 다시 행복을 느낍니다. 아빠는 안 계시지만, 엄마와 할머니. 그리고 새로운 농장의 가족들이 함께 그녀의 생일을 축하해 주며, 소박한 즐거움을 느끼지요. 다시 그녀는 웃을 수 있습니다.

- As the sun rose, Esperanza began to feel as if she rose with it. Floating again, like that day on the mountain, when she first arrived in the valley. She closed her eyes, and this time she did not careen our of control. Instead, she glided above the earth, unafraid.

태양이 뜨고, 에스페란사는 그녀 자신이 태양과 함께 떠오르는 것처럼 느꼈다. 처음 아빠와 함께 바로 그 골짜기에 갔을 때처럼. 그녀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중심을 잃고 기울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구와 함께 달리고 있었다. 두려움 없이.

함께 나누고픈 생각 포인트 )

1. 처음 플롯의 전개는 마치 ‘소공녀' 이야기와 같지요.

모두가 그렇듯이 저도 어릴 적 ‘소공녀'이야기를 참 좋아했습니다. 읽고 , 또 읽고 … 또 일본판 애니메이션이나 영화화된 것도 찾아서 보곤 했지요. 볼 때마다 가슴 아파서 피하고 싶은 장면은 세라의 생일날 , 화려한 삼단 케이크(그림책에 보면 꼭 삼단 케이크)와 산더미처럼 쌓인 선물들을 뒤로 하고, 아빠의 죽음을 알게 되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가장 두근두근하는 장면은 세라가 다시금 ‘대부호의 상속자'의 지위를 찾게 되는 장면이지요. 다시 멋진 옷과 모자를 쓰고 여왕처럼 나타나는 모습은 통쾌하기 그지 없습니다. 민틴 선생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는 거죠.

그러나 이 책에서는, 코를 납작하게 해 주어야 하는 악당 민틴 선생도, 어려운 상황에서도 절대 불평하지 않고, 선하고 인격적으로 훌륭하기까지 한 소녀인 세라도 없습니다. 다만, 절망 속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한 소녀가 현실에 적응하고 변화하며 성숙해가는 이야기와,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녹록지 않은 삶의 여정이 담겨 있습니다.

2. 자연과 함께 성숙하는 사람들. 아름다운 글과 함께 가슴 설레며 읽는 즐거움이 있는 책입니다.

서정적인 문체. 지구의 심장 소리를 듣고, 장미를 키우던 아빠와의 아름다운 대화.

할머니가 가르쳐준 대로 뜨개질로 이불을 떠 가며 그 과정마다 힘든 인생의 굽이굽이를 비유하는 등 글 자체도 아름다운 책입니다.

- Our land is alive, Esperanza.

This whole valley breathes and lives. It gives us the grapes and then they welcome us.

우리의 땅은 살아있단다, 에스페란사.

이 산들은 숨을 쉬고 살아있어. 우리에게 포도를 주고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주지.

- Wait a little while and the fruit will fall into your hand. You must be patient, Esperanza.

과일이 익어서 네 손에 떨어질 때를 기다려. 인내심을 지녀라. 에스페란사

3. 그러나 무엇보다 저에게 의미가 있었던 것은 지금껏 관심을 두지 않았던,

멕시코 사람들의 이민 역사. 캘리포니아로 유입된 그들의 삶과 투쟁의 역사를 알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그런 것이 아닐까요. 내가 아닌 다른 집단에 있는 사람들의 삶을 알고, 겪고, 그들의 감정을 공감하며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가 아닐까요. 알지 않으면 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으면 관심을 가질 수 없으니까요.

미국에 살면서도, 그리고 지금껏 주변에 멕시코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어도 그들의 삶과 역사를 알려고 한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남아메리카 역사라면, 그저 체 게바라의 쿠바 혁명 책을 열심히 읽은 정도일까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한 것은 이 책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그만큼 참 내가 주변의 사람들에 대해 무관심하게 살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이 책에서 에스페란사가 알에서 깨어나오며 자신이 마치 cocoon, 번데기 속에서 살고 있었다고 생각한 것과 같이 말이지요. 세상을 알려고 노력하고 책을 읽어도 아직도 주변에는 관심을 가져야 할 사람들과 이야기들, 가슴 아픈 역사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책입니다.

4. 실제로 이 이야기는 작가의 할머니의 삶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진 소설이라고 하네요. 그렇게 멕시코 국경을 넘어온 할머니는 오랜 세월이 흘러서도 여행을 가려고 국경을 넘을 때에도 깊은 두려움을 느끼셨다고 해요. 그 할머니의 어린 시절의 삶을 상상하면서 작가는 이야기를 만든 것이고 말이지요. ) 할머니가 실제로 겪었을 '그 시대'를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우리의 역사를 기억하고 공부해야 하는 이유와도 같습니다. 

5.작가가 말한 대로 Esperanza의 이름이 곧 hope. 희망인 이유를 알고도 남습니다. 현실에서도, 작가의 할머니는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그 후손들이 미국 각지에서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고 합니다. 원하는 직업을 가지고, 각종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면서 말이에요. 할머니가 농장에서 감자를 재배하고 포도를 따며 뿌린 희망의 씨앗들이 그렇게 자손들에게 심겨지고, 이 미국 땅에 또다른 희망이 되는 것이겠지요. 오늘날 우리가 뿌리는 한 알의 작은 씨앗들이 미래를 위한 희망이 된다는 것.

6. 아이들에게 소개할 책들을 리뷰하며 그들의 삶이 이겨나가는 편견과 고난을 저도 간접적으로 겪고 있습니다. 제가 느끼는 이 경험과 넓어지는 시각만큼, 이 책을 읽는 아이들도 그들과 함께 성장하여 조금은 성숙된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겠지요.

내가 몰랐던 세상, 내가 관심갖지 않았던 세상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귀기울일 수 있는 마음. 새롭게 바라보는 눈을 이 책을 통해 또 한번 우리 아이들이 갖게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