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너를 구해줄 가치가 있을까? 홀링, 배트남에선 전쟁이 일어나고 있어. 전쟁이라고! 매주 이백명의 군인들이 죽어. 그들은 주검이 되어 비행기에 쌓여진 채 돌아오지. 그들을 땅에 묻은 뒤, 가족들은 근사한 새 성조기를 받지. 그게 현실이야.

소설의 배경은 196, 68년. 뉴욕 롱아일랜드. 그러나 이야기는 여기 뿐이 아닙니다. 바로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베트남과 시시각각 들려오는 전쟁 소식은 Holing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지요. The Wives of Vietnam Soldiers에게 보낼 크림빵과 관련된 에피소드, 홀링의 선생님의 남편이 베트남전에서 실종되어 있다든가, 시대적 상황은 홀링 앞에 바짝 와 있습니다. 

가정 분위기

돈과 회사와 명예만 중요한 아빠. 홀링의 마음 속에는 관심도 없는 엄마. 모든 것이 새것이고 모던한 완벽한 ‘perfect house’. 문제가 생길 때마다 홀링은 엄마에게, 아빠에게 , 누나에게 도움을 청해 보지만 ‘역시나' 돌아오는 대답은 뻔합니다. 그럼에도 홀링은 습관처럼, 혹은 아주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아빠에게, 엄마에게, 누나에게 순서대로 묻곤 합니다. 학교에 크림 퍼프 빵을 사가야 하는데 용돈을 좀 가불받을 수 없냐고, 선생님이 나를 미워하는게 확실한데 어떡하냐고, 적은 돈으로 데이트를 해야 하는데 어딜 가야 하냐고, 끊임없이 묻지만 모두는 ‘자신의 이익에 따라서' 하고 싶은 대답들만 합니다. 그나마 누나는 ‘현실을 똑바로 보라며' 시니컬한 대답들을 하곤 하지요. 이런 상황에서 홀링이 마주하는 진실은 ‘집에서’ 가 아니라, 셰익스피어와,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통해서입니다.

Flower Girl

Now, that’s ridiculous. That a principal even cares about this stuff while bombs are dropping on people who hardly have any clothes is even more ridiculous.>

여자애들은 머리를 짧게 하면 안 되고, 남자애들은 길게 하면 안되고, 지금세상에 그런 건 다 웃기는 일이야. 입을 옷도 없는 사람들에게 폭탄이 떨어지고 있는 동안에, 이런 거나 신경쓴다는 건 더 웃기는 일이고. 

홀링의 누나는 ‘flower girl’이라고 불리는 60년대 히피들의 생각을 나타냅니다. 권위적인 부모 아래에서 반항을 하고, 반전 운동을 하고, 학교와 기존 권위에 대해 불만을 갖고, 세상을 시니컬하게 바라보지요. 

위트와 풍자

그러나 이 책의 가장 훌륭한 점은 유머가 곳곳에 넘친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담담하게, 전혀 웃긴 줄 모르는 홀링의 이야기 곳곳에 배꼽을 잡는 위트가 넘쳐난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꼬마 니꼴라'가 떠올랐습니다.  그 분위기, 아시나요? 꼬마 니꼴라와 친구들이 엄청난 사건을 저지르고 계속 트러블의 한가운데 서 있는데, 읽는 우리는 너무 웃기고 사랑스럽고 재미있는 상황. 특히 ‘크림퍼프' 빵의 슈가파우더 위에 칠판 지우개 가루를 묻혀버리는 장면이나, 셰익스피어 연극에서 요정 Ariel을 맡게 되어 노란색 타이즈, 그리고 엉덩이에 ‘깃털'을 붙이는 에피소드는 배꼽을 빼게 합니다. 매 순간 홀링의 당황해 하는 모습에 관객인 우리는 더 빵빵 터진달까요. 그리고 중간중간 짠하고, 마음 찡하는 사건들은 보너스고요. 노란 타이즈를 입고 연극을 훌륭하게 한 홀링이 유명한 야구선수의 사인을 받기 위해, 그 차림으로 한겨울 도심을 누비고 버스를 타고 결국 선수를 만나는 에피소드. 그러나 결국 그 선수는 ‘노란타이즈 차림의 이상한 아이에게는 사인을 해줄 수 없다'며 거절하고, 친구와 함께 돌아오는 홀링의 뒷모습에 몹시도 마음이 아파옵니다. 그러나 역시 그 이야기를 건너 들은 Mrs. Baker의 계획으로 그들은 ‘수요일 오후'의 전쟁같은 시간에, 다른 유명한 야구선수들과 함께 야구를 하고, 공을 받고 재킷까지 받는 꿈같은 시간을 보내게 되지요. 

그리고...Shakespeare

선생님과 함께 하는 셰익스피어는 점점 홀링에게 의미있어집니다. 

맥베드 - 템페스트 - 로미오와 줄리엣 - 햄릿- 줄리어스 시이저 - 헛소동 

등으로 이어지며 홀링은 다양한 삶의 상황과 고민들이 셰익스피어 안에 담겨 있고, 또한 그를 통해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 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셰익스피어 덕분에 연극도 출연하게 되고(덕분에 엄청난 사건들이 이어지지만), 셰익스피어 덕분에 마음껏 빵가게 아저씨가 주는 크림퍼프도 먹을 수 있게 되고, 셰익스피어 덕분에 여자친구와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을 보러 가기도 하고 말이죠. 

또한 권위적인 아빠 밑에서 살며 자신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 과정을 통해 배우고, 증명하게 됩니다. 

이야기 - 다른 문학작품(shakespeare) - 역사적 배경

이 셋을 거미줄처럼 연결시킨 이야기 서술은 단연 최고입니다. 작가의 탁월한 이야기솜씨와 이 책을 위해 생각한 사색의 깊이를 알 수가 있지요. 왜 그렇게 많은 상을 수상했는지, 왜 좋은 책은 이유가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