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렇게 유형별 인간의 성격이나 기질에 대해 이해할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사실이 몇 가지 있다.
기질은 좋고 나쁨이 없으며, 뇌 선호 역시 능력과 가치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뇌 선호에 맞게 얼마나 적합한 자극을 주어 그를 활성화시키느냐다.
나는 준이가 갖고 태어난 뇌를 좋아하지 않았다.
한 번 말하면 이해하지 못하고, 두 세 번 말해줘도 알아듣지 못하고,
결국 돌아서서 한숨 짓게 만드는 뇌가 밉고 또 미웠다.
또래 아이들이 그 전날의 생일 파티에 대해 이야기하면 즐거워하는 중간에 덜컥 끼어 들어가
초대받지도 않은 그 파티에 관해 아는 척하게 하는 뇌가 밉고 또 미웠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 없는 그 뇌가,
나는 이해할 수 없어 난감했다.
뇌 선호 유형이란 게 있다고 한다.
저마다의 뇌가 어떤 것을 선호하는 지에 따라,
그 뇌는 생각하는 것, 연결하는 것도 다르다고 한다.
왜 그것을 선호하는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저 그 뇌가 그렇게 태어났기 때문이다.
나의 뇌가 그러하듯.
주변이 지저분해야 아이디어가 잘 떠올라 늘 어지러운 책상을 원하는 나의 뇌.
마음에 드는 물건을 하나 샀으면 다른 색이나 다른 모양의 같은 물건을 꼭 사고 싶어하는 나의 뇌.
이런 나의 뇌도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뇌다.
우리는 저마다의 뇌를 갖고 있고, 저마다의 뇌 선호 유형을 갖고 있다.
그것은 '좋고 나쁨'의 판단 기준이 적용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며
능력의 가치 판단에 연루되어서도 안 되는 것이다.
나는 준이의 뇌를 '열등하다', '부족하다'는 단어로 연루시키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세상에서 그리 판단하리라는 두려움에 지레 겁 먹고 나부터 그리 인정하기로 했는 지도 모른다.
세상을 거부해 보았자, 상처 뿐이 더 있으랴, 싶어서.
세상에 거부당하는 상처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될 것 같아서.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을 얻었다. 그리고 새삼 깨달았다.
우리의 뇌는 IQ가 높든 낮든 저마다의 의미와 가치가 있으며
IQ가 높고 낮음과 상관없이 저마다의 능력을 품고 있다는 것을.
준이의 뇌가 무엇을 선호하는지,
무엇에 편안해해서 그 능력이 최대로 활성화될 수 있을지
목록을 만들어 가려 한다.
우선, 준이가 좋아하는 것부터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보았다.
긍정적
-물에서 하는 모든 놀이
-소리나는 모든 물건
-악기 연주
-웃기는 이야기, 웃기는 단어 듣기, 말하기
-단어 맞추기 게임
-피자, 파스타 먹기
부정적
-가위로 무언가 자르기(미술 공작 활동 말고, 생활 속에서 자르면 안되는 것들)
-옷, 양말 거꾸로 벗어서 아무 데나 던져 놓기
-물건 배달오면 언박싱
-겨울에도 반팔 입기
-겨울에도 발가락 나오는 슬리퍼 신기
준이가 하고 싶어 하는 것들을 무조건 안 된다고 했다.
내 기준으로는, 준이가 하면 여러모로 불편하고 번거로워져서 하면 안 되는 것이니까.
그런데 이제부터는 왜 안 해야 하는데 하고 싶어하는 지 살펴 볼 생각이다.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준이의 뇌가 선호하는 무언가가 그 안에 있을 것이다.
안 된다고 하지만 말고, 왜 하고 싶어하는 지 살펴보기.
그래서 아이의 마음 알기.
그래서 아이의 뇌 기질을 알기.
그래서 아이가 편안해지기.
그래서 아이가 자기 안에서 최대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기.
그래서 행복해지기.
매일매일이 행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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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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