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이는 많은 면에서 느리다.
천천히 가는 아이다.
느리다
천천히 간다
비슷해 보이지만 분명 다른 말이다.
'느리다'는 부정적인 말이니까.
'빠르다'의 반대말이 아니니까.
'보통이다'의 반대말일 테니까.
보통을 넘어 빠르고 뛰어나고 우수하길 바라며 살았다.
솔직히, 그랬다.
'보통'이 '보통'이 아니고 '더 뛰어난 것'이 '보통'인 줄 알았다.
솔직히, 그랬다.
준이를 낳고 키우면서
'보통'이 얼마나 대단한 것임을 깨달았다.
준이가 느리기 때문이다.
천천히 가기 때문이다.
나는 준이를 낳고
'보통'이 되고 싶어 안달이 났다.
준이를 '보통'으로 만들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렇게 달려왔다. 안달하며 달려왔다.
그러는 사이, 준이는 자랐고,
그러는 사이, 준이는 나름대로 내게 보여주려 한 것들이 있었다.
나는 그것이 '보통'이 되는 길에 걸림돌이라 생각하고 귀기울여 듣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보통'의 길을 달려가는 데도 숨이 찼기 때문이다.
이제 숨이 턱에 찼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 아이와 더불어 나도 자랐기 때문일까.
잘 모르겠다.
'보통'을 향해서 달려가는 길에 준이가 잠깐 멈춰서
"엄마, 아빠, 이것 좀 보세요."하면
멈출 줄 알게 되었다.
그걸 들여다 보게 되었다.
가야 할 길이 너무 멀어 여전히 조급증은 나지만
최소한, '아주 잠시'라도 멈출 줄 알게 되었다.
"개미가 기어가요."
'보통'의 사람들이 '보통'의 걸음으로 지나쳐 가는 길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그렇게 꽃이며, 개미며, 달팽이며, 나뭇잎을 들여다 본 적이 많았다.
심지어는 개똥까지.
그것들을 들여다보는 사이 준이의 머리는 자랐다.
그리고 내가 깨닫지 못했던 사실.
나는 그러는 동안, 숨을 고를 수 있었다.
준이는 나를 멈추게 하고서 속으로 이리 말했는지 모른다.
"엄마, 너무 숨차서요. 조금만 쉬었다 가요."
혹은,
"엄마, 나 때문에 너무 힘들어 보여요. 조금만 쉬었다 가요."
숨이 찬 건 맞지만...
준아...
너 때문에 힘들지는 않아.
결코 그렇지 않아.
너 있는 그대로 어여쁜 내 아들 준아.
엄마, 아빠가 너무 빨리 걸었지?
잠시 쉬어가자꾸나.
개미가 기어가는 걸 들여다 보면서.
그러면서 엄마, 아빠가 놓치고 사는 더 많은 세상을 보게 해 줘서.
그걸 가르쳐 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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