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25일 목요일
침투적 생각이란 게 있다고 한다.
intrusive thoughts.
내 의지와 그냥 떠오르는 생각.
불현듯.
어디선가 우주 밖을 헤매고 있다가 표적을 찾은 듯 질주해서
내 머릿속으로 파고드는 그런...
준이를 낳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준이가 평범하게 태어났더라면 어땠을까.
준이가 다른 아이로 태어났더라면 어땠을까.
아이는 어디에서 날 찾아오는 걸까.
이런 식의 생각들.
쓸모없는 생각들, 쓸데없는 생각들.
자꾸 치워버리고 싶은 생각들.
그런데 이런 생각들을 차라리 그림으로 그리고
글로 적어보는 게 낫다는 조언을 들었다.
아무 이유없이 찾아오는 생각은 없단다.
나만 '이유'가 없다고 여길 뿐.
그 이유를 만드는 감정은 수도 없지만 가장 분명한 감정은 두.려.움.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일까.
그 존재를 알기 위해서 자꾸 생각을 치우지 말고
차라리 그걸 정면으로 대해 보라고 한다.
그래서 글로 써 보았다.
그런 생각들의 존재가 손으로 만져질 것 같다.
두 눈을 똑바로 뜨고 그 생각들을 쳐다 보았다.
한 번도 내가 인정해 주지 않았던 생각들이 역시 나를 정면으로 쳐다본다.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마주 보았다.
[동생을 바꾸고 싶어]
동화책에 등장하는 엠마는 동생이 자폐증을 갖고 있어서 엄마의 관심 밖이다.
엠마의 생각에 그렇다.
엄마는 눈치도 없이 엠마의 피아노 콘서트에 동생을 데려오겠단다.
결국, 엠마는 동생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동생을 때렸다고 엄마가 오해까지 하면서 엠마는 가출까지 감행하지만
결국 엠마를 돌아오게 만든 건...
엄마의 편지였다.
편지.
글.
엠마는 엄마의 글을 통해 자신의 두려움과 마주할 수 있었다.
엄마의 사랑과 마주할 수 있었다.
엠마는 동생 사라를 콘서트에 데리고 가서 객석이 아니라...
자신이 연주하는 자리 옆에 앉힌다.
그리고 엠마는 사라와 함께 연주를 한다.
나는 오늘 준이에게 편지를 쓰려 한다.
초대장을 쓰려 한다.
엠마처럼 준이를 초대하려 한다.
준아, 함께 연주해 주겠니?
힘든 시간이 많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함께라서 아름다울 시간들을 말이야.
괜찮아, 천천히 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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