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이는 감각을 다르게 받아들인다.
소리를 다르게 받아들인다
촉각을 다르게 받아들인다.
그 사실을 안 것은 준이가 그런 어려움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한참 뒤의 일이다.
준이에게서 나타나는 모든 이슈는 자폐성 발달장애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폐성 발달장애가 어떤 것인지,
그 섬세한 속내는 알지 못한 채.
자폐성 발달장애라는 '라벨'에 앞서
준이의 기질과 특이사항을 먼저 꼼꼼히 파악해야 했었다.
머리 자르기.
준이는 이 단순한 일을 몹시도 힘겨워했다.
멋모르고 한 번 경험한 뒤로는
미용실 근처만 가도 악을 쓰며 울었다.
자폐성 발달장애 때문이려니 했다.
흔히 '바리깡'이라고 하는 헤어 클리퍼의 그 요란한 소리와
그게 지나가면서 어쩌다 살에서 머리카락을 뜯어낼 때의 고통과
그 얼음장처럼 차가운 금속성의 촉감이
얼마나 힘겨운지 알지 못했다.
난 그러지 않으니까.
그래서 머리를 자르지 못하거나
집에서 대충 잘라 쥐파먹은 머리모양을 하고 다녀야 하는 준이를 보면
속이 상했다.
이게 다, 자폐성 발달장애 때문이려니 했다.
그 라벨 때문이려니 했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준이의 기질과 특이사항 때문이었다.
감각을 다르게, 혹은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기질.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나 어린 시절 이발소에 들어가거나 그 앞을 지나칠 때
악쓰며 힘겨워하는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종종 듣곤 했다는 기억을 쉼게 떠올릴 수 있다.
티피컬 아이들도 그런 경우가 많은데
준이같은 아이는 더 힘들 수 있을 것이다.
준이에게는 비행기 이륙하는 소리에 버금갈 지도 모를
그 요란한 '바리깡' 소리를 낮춰 줄 생각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부드럽게 머리를 타고 지나가면서 머리카락을 살에서 뽑아대지 않는 것을
사용했더라면 어땠을까?
쥐파먹은 머리를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준이는 힘겹지 않았을 것이다.
자폐성 발달장애(ASD)에 집중하기 앞서
내 아이가 가진 특정 기질을 잘 파악하면
아이가 힘들지 않게 도와 줄 방도를 찾을 수 있을 지 모른다.
저마다의 아이들은 ASD의 큰 범주에 따르면 비슷할 지 모르지만
저마다의 특성대로 들여다보면
같은 아이가 단 한 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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