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이를 키우면서 나는 이 세상을 또 다르게 만나고 있다.
'special need', 즉 '특별한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상태에서 만난 세상과
특별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이를 키우면서 만난 세상은 많이 달랐다.
아니, 완전히 달랐다.
이전에는 나를 둘러싼 세상이었다면
이제는 준이를 둘러싼 세상에 내가 서 있는 기분이다.
나를 대하는 세상은 이전과 다를 게 없다.
그러나 준이를 둘러 싼 세상은 편견 뿐인 듯.
나는 굳이 나를 둘러싼 세상에서 편견을 찾을 필요가 없었다.
(미국에 와서 소수 인종이라는 것 때문에 빚어지는 편견은 있었으나)
그러나 준이를 둘러 싼 세상에서는 편견을 일부러 찾으려 하지 않아도
넘쳐 나기만 했다.
억울하고 속상하고 미웠다.
그런데 그런 감정이 커지면서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나는 준이를 둘러싼 세상에서 이전의 나를 보았다.
내가 세상에 가하고 있던 편견 혹은 그 편견조차 자각못했던 무지를 보았다.
준이를 통해 나는 편견덩어리인 세상을 보지만
또 그렇기에
그 속에서도 편견없는 사람들을 더 선명히 볼 수 있다.
그들에게서 이전의 나를 반성하고 또 배운다.
준이가 아니었다면 그들은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준이를 통해 이제는 안다.
이 세상은 그런 사람들이 있어 그래도 살아갈 힘을 얻는다는 것을.
그런 사람들이 되라는 가르침이라는 것을.
편견을 갖지 않기는 힘들 수 있다.
그러나 그 편견을 내놓고 표현하는가 하지 않는가는 문제가 다르다.
아예 편견이 없는 게 좋겠지만
신이 아닌 이상, 그게 힘들다면
편견을 드러내지 않는 법,
그리고 편견을 가진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는 법을
배우고 있다.
준이를 통해서
준이를 둘러싼 세상을 통해서.
P. 95엄마는 이후의 인생에서도 훈이의 장애에 대해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말했다.
장애를 숨기는 것은 자신을 속이는 일이며, 훈이의 장애를 부끄럽게 여기는 것이 되어버린다.
엄마는 경험을 통해 장애아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도 있지만 사람들 대다수는 장애를 받아들여 준다고 느꼈다.
아들의 자폐증을 밝히자 “참 고생이 많으세요. 뭔가 도울 만한 일이 있으면 말씀하세요”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내 아이는 자폐증입니다] 마쓰나가 다다시 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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