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이는 친구들을 참 좋아한다.
의사들도 그랬지만 전형적인 자폐증은 아닌 것이다.
자폐증(Autism)은 자폐성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에 속하는
하위 진단명이고 준이는 비전형적인 자폐성 스펙트럼 장애 쪽이다.
물론, 친구들은 참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사회성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과도하게', 혹은 '티피컬하지 않게' 좋아하는 것도
비전형적인 증상 중 하나일 것이다.
좋아하는 마음은 굴뚝인데,
어떻게 좋아해야 '전형적이고', '적절한' 수준인지
준이는 잘 알지 못한다.
이건 티피컬 아이들도 누구나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다.
심지어는 어른들도 잘 못하는 것을.
그러나 '대다수', 혹은 '평균'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세상은 '비정상'이라는 라벨을 서슴없이 붙인다.
'나'는 과연 '정상'의 범주 안에 든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준이를 키우면서 참 많이 생각해 보게 된다.
친구들을 참 많이 좋아하지만
사귐의 적절한 방법을 숙달하지 못한 준이는
속상한 일이 참 많다.
문자를 보내도 답이 없는 친구들
인사를 해도 외면하는 친구들
농담이라면서 이상한 말을 자꾸 하는 친구들
준이가 속상해할 때마다 나도 속상하다.
그러나 땅이 꺼지고 하늘이 무너지지는 않는다.
준이와 '다른' 그 아이들도 나름의 세상 사는 방법일 것이고
나름의 입장이 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내게, 준이에게 평생 간직하고도 남을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준이가 어려서부터 동네 친구들은
몸으로 부대끼며 놀기만 할 나이라
준이에게 이상하다, stupid하다고 말한다든가
외면하고 피하는 경우는 없었다.
초등학교 시절은 준이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학교가 끝나면 집 초인종을 눌러대고
누구 집에 들어가 있는지 모르게
녀석들은 잘 어울렸다.
킨더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올라가면서
점차 준이의 상태를 인지하는 것 같았다.
동네에서 유일하게 두발 자전거를 타지 못하던 준이에게
땀 뻘뻘 흘려가며 자전거 타기 시범을 보이고
자전거를 붙잡아주며 가르쳐 주던 녀석들.
준이가 성공하자 환호를 올리던 녀석들.
마치 준이의 이야기를 책으로 쓴 듯
'스즈짱의 뇌'라는 책은
우리들의 이야기와 많이 닮아 있다.
이 이야기를 지금 듣고 보고 읽어서 마음이 찡한 사람이 있다면
꼭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우리 아이들이 이 세상에 온 이유는
이 때문인 지도 모릅니다."
이해하고
이해를 받고
돕고
도움을 받고
배려하고
배려를 받고
고마움을 배우라고, 말입니다.
나는 이제껏 세상에 살면서 고마운 사람을 많이 만났지만
가장 고마운 사람을 꼽으라면
그 동네 아이들을 주저없이 꼽을 수 있다.
얘들아,
정말 고맙다.
언제나 너희들을 위해 기도할 테니 늘 행복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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