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이는 물을 좋아한다.
수영장의 물도 좋아하고
욕조에 받은 물도 좋아한다.
물론, 하늘에서 오는 물도 좋아한다.
우산을 쓰기보다 비를 맞는 것을 좋아한다.
지금은 어느 정도 커서 비가 오면 우산을 챙겨들지만
더 어렸을 때는 우산을 쓰지 않고
그냥 비를 맞으려 해서 애를 먹었다.
이 책의 아이도 그런 모양이다.
5학년 아이는 레인코트를 입고 우산을 쓴다. 우산을 써보는 연습을 하는 날이다.
우산을 받치는 것보다 비를 맞으며 첨벙거리기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용기를 내어 우산을 건넨다.
우산이 나비처럼 공중에서 나풀거리고 있다. 비가 오는 날에도 나비가 나풀거린다.
비가 오는 날에도 나비가 나풀거릴 수 있다니.
그래서 세상은 정해놓지 않은 이들의 손에서 아름다워지고 있는 것 아닌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것이다.
*오늘도 좋은 일이 오려나 봐/고현선
이상한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것-.
비를 맞으면 감기에 걸릴까봐
비를 못맞게 했지만
준이가 비 맞는 걸 좋아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묻지 않았다.
그저, 비는 무조건 피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비를 맞으려는 준이가 이상해 보였다.
엄마인 내가 이러니
다른 사람 눈에는 오죽할까.
비가 오면 우산을 쓰지 않고 비를 맞아도
이상한 게 아니다.
이상하지 않다.
모든 것을 정해놓고 그걸 맞추지 않으면
모든 게 비정상이 되어 버리는 세상.
하늘에서 내리는 물....
이 얼마나 신기한가.
하늘에 뭐가 있길래 물이 다 떨어질까.
준이가 비 오는 하늘을 올려다 보며
자꾸 눈뜨고 무언가를 보려할 때
혹시 그걸 보려한 걸까.
하늘에 뭐가 있길래
내가 좋아하는 물이 다 떨어질까.
비가 오면 우산 쓰고 하늘을 가리는 것은 정상이고
비가 오면 온몸으로 비를 맞으며 하늘을 올려다 보는 아이는 이상한가.
오늘, 또 한 가지 큰 것을 배웠다.
비가 오면 비를 맞아도 된다는 것을.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을.
오히려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일러스트 출처 http://www.picturebook-illu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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