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내겐 공놀이가 아니라 아이들이 하는 ‘이상한 게임’으로 보인다.
공식적인 규칙과 그때그때 정해지는 실행법이 아무렇게나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놀이를 하려면 공의 궤적을 3차원으로 시각화하는 판단력과
섬세한 운동 기능 등 상당한 신체 능력을 지녀야 하는데,
이는 지금까지도 내게 어려운 일들이다.
부모님은 물건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내게 왼손만 두 개 있어서 그렇다고 말하곤 했다.
(책 속에서)
준이는 농구를 좋아한다.
처음 농구공을 잡고 아이들과 섞여 코트에서 뛸 때였다.
준이가 자꾸 울음을 터뜨렸다.
다가가 물어보니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이 자꾸 내 공을 가져 가!"
이 책의 에피소드와 진하게 겹친다.
ASD가 아닌 아이들에게는 너무나도 쉬운 일이
ASD를 가진 준이에게는 몹시 어렵다.
그런데 이 책에 쓰인 문구 그대로 준이는
쉬운 건 어렵게 배우고
어려운 건 또 쉽게 배우는 게 있다.
준이는 3년 전 한 번 갔던 친구집 주소를 기억하고 있다.
그 친구의 엄마에게 엽서라도 보내고 싶었는데
느닷없이 주소를 물어보기가 민망했다.
그런데 내 고민을 듣고
준이가 주소를 기억해 내고는 씩 웃었다.
그게 뭐 별일이라는 듯.
나와 준이는 같은 집에 살지만
어쩌면 다른 세계에 산다.
우리는 모두 다른 세계에 산다.
책 제목 그대로.
우리는 어쩌면 다같은 세계, 똑같은 세계에 살지 못한다는 생각에
외롭고 불안하고 두려운지도 모른다.
적어도 준이에게는 그런 스트레스는 적거나 없어 보인다.
우리가 모두 다른 세계에 산다는 것을,
준이는 이미 알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준이의 세계.
그 나름으로 재미있고 흥미롭고 행복할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조금은 더.
0
쪽지
Back
목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