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내 아들, 준아
어제 밤 엄마는 많이 울었어.
너무 기뻐서 말이야.
그래, 기뻐도 눈물이 나오는 법이란다.
우리 준이가 너무 기특해서 눈물이 났어.
학교에서 멀리 트립을 가는데
아무래도 그 날 엄마가 함께 가 줄 수가 없는 날이라
너무 미안해.
엄마가 하필 일하는 날이어서 말이야.
트립을 안 가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다른 활동을 하면 된다고 하니
다른 활동을 할 수 있겠냐고 네게 물었지.
너는 트립에 가고 싶다고 말했어.
눈에는 눈물이 글썽였고 말이야.
엄마는 어떻게든 널 도와주고 싶어서
엄마 대신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서 부탁해 보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어.
할 수 없이 네게 트립을 갈 수 없을 것 같으니
학교에서 다른 활동을 하면 안 되겠냐고 다시 물었지.
너는 여전히 트립을 가고 싶다고 말했어.
엄마는 너무 마음이 아팠어.
하지만 엄마가 일하러 가지 않으면
엄마 회사와 한 약속을 어기게 되는 거라서 그럴 수가 없었어.
그 날 하필 중요한 미팅이 있어서 더 그랬단다.
어찌할 바를 몰라하고 있는데
저녁에 네가 엄마에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지.
내가 트립 안 가고 다른 활동 하면
엄마가 나, 많이 칭찬해 줄 거야?
칭찬하고 말고!
그럼, 준이야.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생겨서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할 때
네가 보였던 반응은 대부분 울거나 소리치거나 발을 굴리는 거였지.
속상하니까 그랬겠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을
너는 이해하거나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았어.
그걸 '양보'라고 하는 거란다.
'타협'이라고 하는 거란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걸 양보하고 타협해야 하는 상황을 만나.
그러나 양보하고 타협한다고 해서 그게 끝은 아니란다.
양보하면 또 다른 걸 얻을 수도 있고
이걸 놓아서 또 다른 좋은 게 생길 수도 있어.
양보하거나 타협하는 건 패배나 절망이 아닐 수도 있단다.
예를 들어서 말이지.
네가 그 트립에 안 가서 양보했으니,
네가 가고 싶어하던 또 다른 곳에 이번 주말에 가면 어떨까?
아빠하고 말이야!
어때?
하고 싶은 걸 못 하고 양보하고 타협하긴 했지만
또 다른 좋은 게 생기기도 하지?
엄마의 입장을 이해해 줘서 너무 고마워 준아.
양보하고 타협해 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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