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아
오늘 네가 한 물음이 오래도록 귓가에 남는구나
엄마, 그냥 하는 말은 뭔가요?
'그냥 하는 말'은 내가 네게 가르쳐 준 말이지.
지난 주말에 우리 가족이 단풍구경을 다녀왔는데
네가 그걸 한 친구에게 말했고
그 친구가 네게
단풍구경가면 사진 찍어 보내라고 했다지.
단풍구경을 하다가 계속 사진을 보내는 널 보고
엄마가 누구한테 보내느냐고 물었고.
너는 그 친구가 사진을 보내달라고 해서
사진을 보내줘야 한다고 했고.
엄마가 잠시 보여달라 해서 보니
네가 사진을 보내는데
그 친구는 아무런 답이 없었지.
사진을 보긴 했는데 말이야.
넌 저녁때까지 그 친구의 답을 기다렸어.
그런데 친구는 아무런 답이 없었지.
엄마는 친구와 나눈 대화를 네게 물었어.
네가 대답하길...
이런 대화를 나눈 모양이더구나.
네가 그 친구에게 주말에 뭐하느냐고 물었고
그 친구는 네게 뭘 하느냐고 물었고
엄마 아빠와 단풍구경을 간다고 하니
"Sounds good!" 그랬다고.
너는 사진을 찍어서 보내줄까, 하고
네가 먼저 제안하고
그 친구가 "Yes."했다고.
그러니까 사진을 찍어서 보내라고 친구가 부탁한 게 아니라
네가 사진을 찍어 보내겠다고 하니
그 친구가 'No''를 하지 않은 거.
그러니 그 친구는 네 사진을 기다린 건 아니었던 거야.
그래서 사진을 보냈는데도 답이 없었던 거고...
너는 그게 잘 이해가 가지 않았지.
사진을 보내주겠다고 하니 "Yes"했고
그러니까 그 친구는 사진을 기다릴 텐데
왜 답이 없느냐고 물었지.
그래서 엄마는
"그냥 하는 말이었나 봐."하고
대답했고 말이야.
그때, 네가 나에게 물었어.
"엄마, 그냥 하는 말이 뭐야?"
준아
엄마는 아직도 그 말을 어떻게 설명해 줘야 할지 잘 모르겠구나.
사람은 '그냥 하는 말'을 잘 한단다.
사실은
네가 찍은 단풍 사진이 그닥 관심없지만
관심있다는 듯
사진을 보내주겠다는 말에
"Yes."라고 하기도 한단다.
그건, 거짓말은 아니란다.
그렇지만, 진심도 아니란다.
그래서 엄마는 쉽지가 않구나.
진실과 거짓말
딱 이 두 가지만 알고 있는 네게
그 가운데쯤 있는 '그냥 하는 말'을 설명하기가 쉽지가 않구나.
조금만 더 시간을 주겠니?
엄마가 잘 생각해 보고
쉽게 설명해 줄 방법을 찾아볼게.
엄마가 이렇게 그 대답이 어려운 이유는
어쩌면 엄마도
'그냥 하는 말'이 뭔지, 그게 왜 필요한지
잘 모르고 살았는지도 모르겠구나.
별로 생각 않고 그냥
그냥 하는 말'을 쓰고 살았던 거겠지.
우리 준이 덕분에
엄마도 '그냥 하는 말'에 관해 잘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됐어.
고맙구나.
오늘도 될수록 즐거운 하루!
* 이미지출처
https://pxhere.com/en/photo/1226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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