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준아
오늘 난 네가 보여준 '쿨함'에 얼마나 뿌듯했는지 몰라!
단체 캠핑을 가기로 해서
한 달 전부터 신나서 부풀고 부풀었던 너.
일주일 전부터 가방을 싸느라
콧노래를 부르며 흥겨워했던 너.
그런데 그만 예기치 못한 날씨 사정으로 캠핑이 취소되고 말았구나.
행사가 취소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넌 놀라고 실망스러워 할 말을 잃었지.
사실, 엄마 아빠는 그 소식을 받고
캠핑을 못 가게 됐다는 사실보다
네가 보일 반응 때문에 더욱 걱정이 되었단다.
다른 사람보다 '감정'이란 것에 한층 민감한 너니까 말이야.
실망하거나 마음이 상하면 너는 하루종일 울거나
발로 방바닥을 쿵쿵대거나
책상을 쾅쾅 찍거나 하면서
속상함을 잘 참지 못했으니까 말이야.
네가 얼마나 마음을 다치고 또 마음이 상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런 반응도 이해는 가지만...
준아.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에도 '규칙'이랄까..
social rule이랄까...
그런 게 있단다.
쉽게 말해서,
우린 어떤 감정을 느낄 때
느낌 그대로 다 표현해서는 안 된다는 그런 걸 거야.
감정을 왜 그대로 표현하면 안 되는지, 궁금하지?
우린, 함께 사는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이야.
혼자서 살지 않기 때문이야.
자기가 느끼는 감정 그대로 던지고 때리고 부수고 한다면
다른 사람도 상하지만
자기 자신도 상하기 마련이란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런다고 상하고 다친 마음이 풀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고.
감정은 그대로 표현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알아보는 게 중요하단다.
어떤 감정이 확 올라오지?
그러면 그 감정을 가만히 먼저 들여다 봐야 한단다.
이게 어떤 감정이지?
그 감정을 알아봐 줘야 한단다.
그러면 너의 감정이 널 알아봐 줄 거야.
우린 그렇게 감정과 서로를 알아봐야 하는 거란다.
오늘 네가 그걸 스스로 해낸 날인 것 같아.
캠핑이 취소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네게 차마 말을 못 전해주고 있는데
네가 친구들의 SNS를 통해 먼저 알았지.
시무룩한 네 표정을 보고 엄마는 걱정했는데
뜻밖에도 네가 이렇게 말했어.
"Mom. the camp has been cancelled.
I'm so sad.
Could you make me feel better?"
엄마는 순간, 귀를 의심했단다.
그리고 눈물이 핑 돌았어.
암, 네 마음을 위로해 주고 말고!
네가 "I'm so sad."라고 한 말.
그게 네가 네 감정을 들여다 본 순간이란다.
어른들도 그걸 잘 못하는데 말이야.
"I'm so sad."란 말을 할 줄 모르고 화부터 내는 어른들도 정말 많거든.
그게 그만큼 어려운 일이란다.
네가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가지고 나와 밖으로 내던져 버리는 건,
그 누구보다 네 자신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 아니야.
우리에게 온 감정은 모두 소중한 거란다.
그 감정이 시작된 곳도 모두 네 안에서니까 말이야.
부정적인 감정이라도 소중한 거란다.
그게 곧 네 자신이니까 말이야.
그러니 어떤 감정이든 쳐다봐 줘야 해.
그리고 다독여 줘야 해.
자신의 감정을 바깥에 내던지고 다른 사람에게 풀어달라고 강요할 수는 없어.
도와달라고 부탁할 수는 있단다.
이 세상 누구도 부탁을...
화내면서 하는 사람은 없겠지?
그건 부탁이 아니겠지?
넌 오늘 엄마한테 부탁을 한 거야.
마음을 위로해 달라고.
Make me feel better.
좀 시무룩해 보이긴 했지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이야.
넌 어른들도 잘 하지 못하는 성숙한 일을 해 낸 거야.
준아,
엄마는 네가 늘 자랑스럽지만
오늘은 정말, 특히 자랑스러워.
오늘, 네가 좋아하는 돈까스 튀겨줄게!
우리, 맛있게 먹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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