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아
네가 엄마한테 한 말 중에 가장 가슴 아팠던 말이 떠오르는구나.
난 왜 이렇게 태어났어...
학교에서 속상한 일이 있고
집에 와서 네가 한 말이었지.
다른 아이들이 생각하는 대로
생각하게 되지 않고
다른 아이들이 관심 있어 하는 것에
관심이 가지 않고
다른 아이들이 자주 한다는 게임을
너는 하기 싫고...
그래서 아이들과 잘 섞이지 못하고
놀림을 받는 적도 있었다는 걸,
엄마는 자세히 몰랐지.
그래도 넌 엄마한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편인데도
엄마는 잘 몰랐지.
지금 네 나이의 아이들이 집에서
엄마, 아빠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다 이야기하는 집은
별로 없을 거야.
넌 지금, 사춘기를 지나고 있잖아.
주변에 물어보니
사춘기에는 그런 말을 잘 한다고 하는구나.
그러고보니, 네 형아도 그랬어.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났어.
그 무렵 나이면 한번쯤, 아니 자주 하게 되는 생각인 지도 몰라.
그런데 네가 그 말을 하는 순간,
엄마는 땅으로 꺼지는 듯
마음이 내려앉았단다.
그리고 너무나도 슬펐단다.
준아.
이 세상 그 누구도 자신의 삶을 선택해서 태어나지 않아.
태어나 보니, 우리의 삶이 각각 주어져 있는...
그런 게 인생이란다.
그러니 억울할 만도 하지.
차라리 내 손으로 고른 삶이고
부모고
가정이라면,
억울하지나 않을 텐데 말이야.
준아.
그러니 네가 그렇게 태어났다고 속상해 할 필요 없단다.
우리는 모두 우리의 모습을 태어났기 때문에
저마다 아름다운 거란다.
겉으로 보이는 게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되는 건
세상이 생각하는 방식이고,
그건 옳지 않아.
세상이 생각하는 방식이 늘 옳은 건 아니란다.
세상은 돈이 많고
예쁘고
능력있고
뭐든지 잘하고
풍족하고
편안할 걸
아름답다고 생각하기 쉬워.
그게 옳은 건 아니란다.
그냥 세상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뿐이야.
세상이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게 완벽한 건 아니란다.
우리는 우리 모습 그대로
우리가 태어난 그대로
모두 아름다운 존재.
네가 생각하고 네가 느끼고 네가 원하는 모든 건
너만의 것이야.
그리고 그건 그대로 아름답고
또 옳단다.
우린 네가 지금 네 모습 그대로이기 때문에
널 사랑하는 거란다.
다른 그 어떤 모습도 네가 아니기 때문에...
사랑한다,
아름다운 내 아들 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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