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아
네가 세수하고 있는데 아빠가 쳐다보고 있었다고 해서
네가 화가 많이 났구나.
네가 혼자 세수를 깨끗하게 하지 못해서
아빠가 널 믿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말이야.
아빠는 요즘 네가 여드름이 나기 시작하면서
세수를 더 꼼꼼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아.
그건 엄마 생각도 같단다.
그래서 아빠가 더 깨끗하게 세수하는 법을 가르쳐주려고 한 거야.
넌 잘 따라했지.
비누 거품을 많이 묻혀서
그냥 바로 문지르지 말고
거울을 보면서 거품으로 코와 볼 쪽에
여드름이나 블랙헤드가 생기는 부위를
꼼꼼히 문질러주라고 말이야.
그게 한번에 바로 잘 되는 건 아니잖아.
그래서 아빠가 더 도와주려고
네가 혼자 하겠다고 하는 걸 보고 있었던 거야.
그런데 넌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
아빠가 널 믿지 못한다고 하면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어.
아빠는 당황해서 엄마한테 도움을 구했고.
엄마는 우는 널 품에 안고 도닥여 주었지.
심호흡을 크게.
그랬더니 네가 점점 진정이 되었어.
네가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했지.
그러고 엄마는 먼저, 다 들어주었어.
네 말도 맞아.
아빠는 네가 잘 하나 안 잘 하나 보고 있으려 했던 것이니
네가 기분 나쁠 수도 있어.
넌 잘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네 말도 맞고, 네 기분도 맞아.
기분은 틀리거나 잘못될 수가 없어.
기분은 순전히 너만의 것이야.
네가 그렇게 느꼈다면 그게 맞는 거야.
그런데 말이야.
걱정하게 되면 믿지 못하는 걸로 보이는 거란다.
아빠는 널 걱정하는 거야.
한번 가르쳐줬다고 해서 바로 할 수는 없을 테니
조금 더 도움을 주려고 그러는 거야.
널 걱정해서 말이야.
네 위생과 혹시라도 피부가 많이 상하면 어쩌나 걱정해서 말이야.
너무 심하게 문대거나
아님 너무 덜 문대서
여드름이 많이 나고 하면
너도 신경 쓰일 거잖아.
그게 네가 보기에는
널 믿지 못하는 걸로 보인 거지.
그렇게 보이는 것과
진짜로 그런 건 다른 거란다.
네 눈에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란다.
아빠의 마음도 중요한 거란다.
아빠가 널 걱정하고 도우려는 마음은 좋은 마음이야.
그렇지?
그런데 그게 널 믿지 못하는 거라고
네가 아빠를 오해한 거란다.
그러면 아빠가 서운하겠지?
좋은 마음으로 그런 건데
너한테 널 믿지 못한다는,
즉, 나쁜 마음이란 소릴 들었으니 말이야.
아빠한테는 이렇게 말하자꾸나.
아빠, 기다려 주세요.
이제 어떻게 하는 게 깨끗하게 세수하는지,
방법을 배웠으니
잘할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잘 안되면 도움을 청할게요.
그러니 세수하는 모습을 지켜보지는 말아주세요.
긴장되고 신경쓰여서 불편해요.
이렇게 나이스하게 말하면 된단다.
왜 나를 믿지 못하면서 대뜸 소리치고 울면
아빠도 불편해지고
엄마도 형아도 놀라니까 말이야.
넌 잘 알아듣고
곧바로 아빠한테 가서
기다려달라고 말했지.
그랬더니 아빠가 어떻게 했어?
알겠다고,
웃으면서 말했지?
네가 느끼는 기분을 솔직하게 말한 건 잘한 거야.
그런데 꼭 소리치고 우는 방법만 있는 건 아니란다.
나이스하게
차분하게 말하는 방법이 훨씬 좋단다.
그래도 잘 안되면 그때는 주변 사람에게 상의하고
도움을 구하면 되는 거란다.
네게는 늘, 언제나, 항상
네 곁을 지켜 줄
엄마, 아빠, 형아가 있잖아.
우린 늘 거기 있을 거야, 준아.
그러니 당황스럽더라도 너무 놀라지 말고
우리에게 이야기해 주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면,
그것도 존중해 줄게.
다만, 우리가 늘 네곁에 있다는 것만 알아주렴.
오늘도, 행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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