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아,
내게 내게로 왔던 날이구나.
널 가슴에 안고 엄마가 눈물을 흘린 날이기도 해.
조막만한 얼굴,
가녀린 몸으로 두 손을 꽉 쥐지도 못하고
손을 펼친 채 바들바들 떨며,
세상에 나온 걸 두려워는 것 같던
네 모습이 눈에 선해.
그래서 넌 눈도 제대로 못 뜨고
3일이 지나서야 눈을 떴단다.
그런 네가 안쓰러워
엄마가 가슴에 꼭 안아주었지.
넌 그제야 울음을 멈추고
가느다란 숨을
그 작은 코로 들이마시며
잠이 들었어.
아빠가 와서 네게 첫 우유를 먹여줄 때
-아직 엄마 젖이 안 돌아서-
아빠도 눈물을 흘렸단다.
네가 오던 날,
우린 그렇게 다 울었구나.
슬퍼서가 아니야.
네가 우리에게로 와 준 게
너무나 감격스러워서.
네가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을 때부터
엄마, 아빠는 걱정을 많이 했지.
네 미래를 두고 캄캄한 터널을 걷는 것 같기도 했어.
엄마도 그땐 어렸으니까 말이야.
걱정되고 무섭고 두렵고 그랬어.
솔직히 말하자면 말이야.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단 한 번도 안 한 생각이 있어.
네가 우리 아이가 아니면 좋겠다는 생각 같은 것 말이야.
오늘 아침에 아빠와 그 이야기를 했단다.
네가 너니까
네 모습 그대로이기에
널 사랑하는 거라고 말이야.
너의 뺨을 양쪽에서 입맞추며
엄마와 아빠가 약속한 듯 같은 말을 했지.
우리 아들로 와 줘서 고마워, 준아.
라고 말이야.
엄마, 아빠 목을 양쪽으로 껴안으며
우리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준 너.
지금까지 천천히 왔지만,
앞으로도 괜찮아.
천천히 와도 괜찮아.
엄마, 아빤 꼼짝않고 늘 그자리에 있을 테니까.
형아도 말이야.
그러니 안심하렴.
천천히 오는 동안
혹시라도 넘어지고
비를 만나고
폭풍우를 만나더라도
안심하렴
네가 넘어지면 우리가 손내밀어 일으켜 줄 거고
네가 비를 만나면 우산을 들고 달려갈 거고
같이 폭풍 속을 걸어갈 테니.
하지만 넌 언제나 그렇듯 해낼거야.
혼자서 무릎 탁탁 털고 일어나 다시 설을 것이고
폭퐁우 끝에 갠 하늘을 올려다보며
온몸으로 햇빛을 받을 거야.
감사하는 마음으로.
넌 그런 아이니까, 준아.
그러니 안심하렴.
천천히 와도 된단다, 준아.
생일을 축하해, 우리 아들 준이.
엄마 아들로 와 줘서 정말 너무너무 고마워!
*이미지는 빌려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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