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아 안녕.
오늘은 'grey area'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 볼까?
학교에 가서 선생님들과 준이에 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어.
훌륭하신 선생님들은 어쩜 엄마만큼, 아니 엄마보다 더
우리 준이를 잘 알고 계시더구나.
이 세상에 엄마와 아빠만이 아니라
너에 관해 마음쓰는 사람과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는 데
다시 한 번 감사했단다.
넌 이렇게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란다.
너에 관한 미팅을 하면서 모인 선생님만 해도 7명이었어.
교감 선생님도 잠시 들러 인사하고 가셨단다.
네가 어떤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니 안심하렴.
1년에 한두번은 네가 학교 생활하는데
어려움이 없는지 부모와 선생님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니까 말이야.
선생님들은 준이가 학교생활을 아주 잘하고 있다고 칭찬하셨어.
교과목은 어려워하지만 그 또한 수업 시간에 네가 진지하게 임한다고
말씀하시더구나.
누구를 보든 반갑게 인사하는 것에 가장 큰 칭찬을 하셨어.
다만, 한 가지 다같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고 하신 건
바로 'grey area'에 관한 것이었단다.
grey area는 뭔가 확실하게 나눌 수 없는 부분을 말해.
만약에 네가 혼자 학교 가는 길에 다리를 다친 길고양이를 봤다면?
학교 시작 시간은 다가오니까 길고양이를 모른체 해야 할까?
아니면 학교 시작 시간이 다가오지만 길고양이가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까?
확실히 뭐가 잘하고 잘못했다고 말하기 힘든 상황이지?
이런 걸 'grey area'라고 할 수 있을 거야.
알고 보면 '현명하다(wise)'는 건 말이지,
지혜(wisdom)란 건 말이지, 준아.
바로 이 'grey area'를 이해하고 다루는 능력에 있는 것 같아.
grey area는 그만큼 중요하단다.
그런데 문제는 grey area를 다루는 능력을
콕 집어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야.
선생님들은 준이가 확실한 룰은 잘 지킨다고 하셨어.
그런데 바로 이 'grey area'를 간파하고
다루는 일에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하셨지.
하지만 걱정할 건 없단다, 준아.
'grey area'는 어른들도 다루기 힘든 주제니까 말이야.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불문명하고 애매하고 투명하지 않은 게 grey area인데
그걸 쉽고 정확하게 다루기란 쉽지 않을 거야.
grey area를 잘 다루기 위해서는
생각을 이거 아니면 저거, 하는 식으로
딱 두개만 생각해서는 안 될거야.
어려운 말로 '흑백생각'이라고 하지.
검은색, 아니면 흰색이라는 식으로 말이야.
세상에 검은색, 아니면 흰색만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될거야.
검은색, 흰색을 섞으면 회색(grey)이 되지?
세상에는 무조건 나쁘고 무조건 좋은 건 없는 것 같아.
물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감옥에 갈 정도로
나쁜 범죄는 있지.
그 외에는 검은색, 흰색처럼 보여도
둘을 섞은 회색의 자리도 있다고 생각해야 할 거야.
엄마도 'grey area'를 능숙하게 다루지는 못해서
너에게 쉽게 설명하지는 못할 거야.
준아,
우리 같이 배우고 익혀가자꾸나.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네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배움의 기회로 삼자꾸나.
아, 이것만은 말할 수 있어.
네가 화나고 슬프고 억울한 일이 있다면,
그걸 네가 검은색으로만 생각하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기!
혹시 그런 일도 흰색과 섞여
'grey'가 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보기!
그거 하나는 엄마가 확실히 말해줄 수 있어.
슬프고 화나는 일에도
분명 네가 도움이 되는 조각이 있다고 말이야!
오늘부터 당장, 어떤 일이 그런지 생각해 볼까?
오늘도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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