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아
어제 네가 했던 이야기를 생각해 봤어.
엄마, 아빠는 네가 A 밴드보다는 B 밴드를 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는데
너는 A밴드가 좋다고 한 거 말이야.
너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B 밴드 쪽이 네 성향과 더 맞고
나중에 진로하고도 맞을 거 같아서
엄마 아빠는 그쪽으로 결정하면 좋겠다고 했지.
더 길게 봐야 한다고 말이야.
더 멀리 봐야 한다고 말이야.
넌 '길게 보는' 게 어떤 건지 물었어.
'멀리 보는' 게 어떤 건지 물었어.
어떻게 눈을 길~~게
멀~~리볼 수 있냐고 물었지.
그래서 생각해 보았단다.
길게 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말인지 말이야.
엄마도 새삼 깨달았단다.
이 말은 더 오랜 시간을 보라는 뜻인데
그또한 어렵긴 마찬가지 같아.
그래서 네게 다른 예로 비교를 해 주었지.
지금 네게 피자 한 판이 있고
사과 한 알아 있다면
당장 먹고 싶은 마음을 달래려면 피자를 먹고,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면 사과를 먹고...
사과를 먹기로 선택하는 게 '길게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지.
너는 그게 왜 '길게 보는 것'이냐고 또 물었어.
그 뒤로도 이야기를 나눠보고 엄마는 알 수 있었어.
말과 글의 속뜻이나 비유하는 바를 알아채는데 힘들어하는 너에게는
'길게 본다'는 표현 같은 게 얼마나 어려울 지 말이야.
우리는 정말 습관적으로 별 생각 없이 쓰는 말이라
그 의미에 관해 제대로 생각해 보지 못하지.
길게 생각하고, 길게 본다는 말의 표현이
얼마나 어려운지 이젠 알겠어.
당장 오늘 좋은 것만 하지 말고
미리 해 두면 나중에도 좋은 것-.
넌 알아듣기는 했는데 또 궁금한 게 생겼지.
그렇게 맨날 미리 해 둬야 하는 거냐고 물었어.
당장 오늘 좋은 것만 하면 안 되냐고 물었어.
지금 하기 싫은 건 안 하면 안 되냐고 물었어.
준아.
그건 정말 좋은 질문이란다.
우리가 살면서 늘 고민하고 생각해야 하는 삶의 주제란다.
당장 눈앞에 있고
내 입에 맞고
내 마음에 맞고
기분 좋고 맛 좋고...
이런 것만 찾게 되면 그 삶은 충만할 수가 없단다.
엄마도 그 이유는 모르지만 현명한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란다.
지금 입에 쓰고
내 마음에 안 들고
맛 없고, 하기 싫은 것도 해야
그 삶이 충만해질 수 있다고 하는구나.
그렇다고 오늘을 다 포기하고
오늘 좋고 오늘 즐거운 걸 하나도 하면 안 된다는 뜻은 아니야.
내일만 보고 사는 삶도 늘 오늘이 재미없기만 할 테니까 말이야.
밸런스!
이럴 때 밸런스가 정말 중요하단다.
오늘 좋은 걸 80% 정도 하는 거야.
그리고 오늘 하기 싫은 걸 20% 정도 하는 거야.
모두 이 비율은 다를 수 있을 거야.
우린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정도를 정하면 될 거야.
엄마는 준이가 준이 나름대로 비율을 정할 수 있게 도와주려 해.
단 1%라도 좋아.
오늘 당장 하기 싫은 걸 그래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단다.
중요한 건, 하고 싶은 것만 100%한다고 해서
그 삶이 행복하다고 결코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이야.
왜 그런지는 엄마도 모르겠어.
훌륭한 사람들이 한 이야기니
믿고 따라가보는 거지 뭐.
오늘, 준이가 하기 싫은데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할 일이 뭔지
엄마한테 살짝 말해 줄 수 있겠니?
그럼, 엄마도 말해줄게.
엄마는 줄넘기 300번 넘는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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