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아,
너무나도 하고 싶은 사커를 하지 못하게 돼 얼마나 속상했니.
테라피 시간과 하필 겹쳐서 도저히 조절할 수가 없게 되었구나.
사커를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을 때
네가 실망하던 모습이 지금도 떠올라 마음이 아프단다.
그래도 속상함을 잘 이겨내주고 있는 네가
엄마는 기특하면서도 짠하기 이를 데 없구나.
-엄마, 속상하면 어떻게 해야 돼요?
자꾸 울음이 터지려는 너를 위로하는 중에
네가 이렇게 물었지.
엄마는 그때 네가 느끼는 감정의 '정체'를 알려주고 싶었단다.
그래서 그게 '좌절감(frustration)'이라고 설명해 주었지.
그리고 네게 기분이 어떤지 설명해 보라고 했어.
너는 막 짜증이 나고 눈물이 난다고 했어.
얼굴이 막 찡그려진다고 말이야.
속상하고 짠한 가운데서도 엄마는 네가 참 기특하더구나.
생각해 보니, 우린 '좌절감'을 너처럼 말로 표현하지 않고 산다는 걸 알았단다.
좌절감이 들면...
우린 대개, 혼자 해결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단다.
그리고 감추려고 하지.
내가 좌절감을 느낀다는 걸 내보이려 하지 않는단다.
왜냐고?
창파히고, 부끄럽고, 자존심 상하니까.
아니, 아니야, 준아.
꼭 그렇게 느껴야 한다는 게 아니야.
좌절감을 느끼는 걸 내보인다고 해서 창피하고 부끄럽고
자존심 상하는 일은 아니란다.
우리가 그렇게 느낀다는 거란다.
물론, '좌절감'은 개언적인 감정이라 그걸 다른 사람에게 떠밀고
같이 짜증내고 화내자고 하면 바람직하지 않겠지.
하지만 다른 사람과 나의 좌절감 때문에
혹시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면
그때는 말을 하는 게 좋단다.
그때 창피하고 부끄럽고 자존심 상한다고 해서
그런 감정을 내보이려 하지 않는다면
상대방은 이쪽 감정을 알 수 없어 오해하고 말지.
그럼 관계가 더 나빠질 수 있단다.
그래서 '좌절감'이란 기분과 느낌을 정확히 아는 게
먼저 중요하단다.
너처럼 말이야.
넌 이제 좌절감이 어떤 느낌인 지 알았어.
그렇다면 그 감정과 느낌은 네 것이 된 거야.
그 이름과 정체를 모를 때는 그 감정/느낌의
주인이 되기 힘들지.
하지만 그걸 알게 되면 주인이 되고 주체가 되어
그 감정/느낌을 다룰 수 있게 된단다.
그런 사람을 우린 성숙하고 지헤로운 사람이라고 말한단다.
준아.
이제 '좌절감'을 대하는 첫걸음을 내디딘 거야.
좌절감은 영어로 'frustration'이라고 하지.
너도 알고 있듯이 말이야.
'frustra'는 '허무하다', '얻은 게 없다'는 뜻의 'in vain'이라고 해.
이건 또 fraus'란 말하고도 연관이 있는데
'injury', 'harm'이라고 해.
어떠니?
단어의 뜻을 좀 알고 나니까 신기하지?
단어에 너의 느낌이 그대로 실려 있는 것 같지?
그래서 단어를 아는 건 그 단어의 생명을 아는 것과 비슷하다는 말도 있단다.
단어를 할면, 그 단어가 지닌 의미의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고 말이야.
네 마음이 'injury', 'harm'된 느낌이 있을 거야.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될까?
상처입은 곳에 약을 바르고 엄마가 하는 것처럼 '호~'해주면 되겠지?
이제 넌 커서 혼자서도 약을 잘 바르지만 말이야.
그래,
네 마음은 지금 상처입고 생채기가 났으니
치료하자꾸나.
엄마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도와줄게.
뭐라고?
맛있는 불고기를 먹으면 상처가 조금 나을 것 같다고?
물론이지!
그 정도는 얼마든지 해 줄 수 있단다!
오늘 저녁 메뉴는 불고기, OK?
오늘도 행복하자!
0
쪽지
Back
목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