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아
어제는 네가 아빠한테 좀 크게 야단 맞고 마음이 많이 상한 날이었어.
네가 혼나는 모습을 보면 엄마 마음도 편치 않단다.
그래도 아빠가 너를 바로잡기 위해 나름 애쓰는 것이라
엄마는 중간에 끼어들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
그건 아빠도 마찬가지란다.
엄마가 널 야단치거나 꾸중할 때는 아빠도 마음이 편치 않겠지.
하지만 엄마처럼 중간에 끼어들지 않으려 애쓰는 것 같아.
그렇다고 아빠가 널 혼낼 때 엄마가 아빠 편을 드는 건 아니란다.
네가 잘못한 게 있거나 실수한 게 있으면 어떻게 실수하고 잘못했는지
차근차근 짚어줘야지 네가 또 같은 실수나 잘못을 안 하겠지?
그러려면 엄마도 아빠도 서로를 믿고
엄마가 널 훈육할 땐 아빠가 속으로 응원하고
또 아빠가 널 훈육할 땐 엄마가 응원하고...
그게 널 위해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엄마, 아빠도 사람이다 보니
널 훈육할 때 목소리를 높이고
화나는 표정을 지어서 널 마음 상하게 할 때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
그리고 아무리 너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해도
야단을 맞고 꾸중을 들으면 네 기분이 좋을 수도 없고 말이야.
언젠가 아빠가 널 꾸중하면서 네가 얼굴을 찡그리고 있으니
왜 그렇게 인상을 쓰냐고 목소리를 더 높인 적이 있었어.
그때 네가 그랬지.
"아빠, 아빠가 무서운 표정을 짓고 말하는데 내가 어떻게 기쁠 수가 있어?"
그때 사실, 엄마도 아빠도 많이 놀랐단다.
네 말이 맞는 것 같아서 말이지.
혼나는 분위기에서 네 표정이 어떻게 밝을 수가 있겠니? 그렇지?
엄마, 아빠한테 잘못하거나 실수한 일로 꾸중을 들으면
당연히 너도 마음이 상하겠지.
기분이 좋지 않을 거야.
잘못했다고 생각해도 말이야.
화가 난다기 보다는 속상한 거겠지.
아니, 그 상황에 화도 날 수 있을 거야.
어제 그렇게 서로가 기분 좋지 않은 날이었어.
널 꾸중한 아빠도,
꾸중을 들은 너도...
엄마도 그 분위기에서 즐겁게 웃을 수는 없었단다. 그렇지?
그렇게 다같이 조용히 저녁을 먹고
아무도 말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네가 아빠한테 다가가서 이렇게 말했어.
"Daddy, why don't we go out to take a walk."
그러고 너와 아빠는 산책을 나갔어.
엄마는 너와 아빠의 뒷모습을 보고 얼마나 흐뭇했는지 몰라.
두 사람은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까 내내 궁금했어.
준아.
아빠한테 혼나고 너도 속상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겠지만
아빠도 그렇단다.
사랑하는 준이에게 언성을 높이고 무서운 얼굴을 했으니 말이야.
그렇게 속이 상했으면서도 네가 아빠한테 먼저 손을 내밀었던 거란다.
아빠도 아마 많이 놀랐을 거야.
그리고 널 아주 기특하게 생각했을 거야.
그리고 네가 잘못을 한 게 있어도
무서운 얼굴을 짓거나 언성을 높일 필요는 없다는 걸
아빠도 깨달았을지 몰라.
집으로 돌아온 두 사람의 얼굴이 아주 밝았으니까 말이야.
엄마는 굳이 네게도, 아빠에게도 묻지 않았어.
그건 두 사람만의 특별한 시간이었을 테니까
그대로 가슴에 간직하는 게 낫겠다 싶었어.
엄마도 준이에게 배웠어.
다음에 아빠하고 엄마가 서로 얼굴을 찡그리는 일이 생기면
엄마가 먼저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Let's go out to take a walk."
하고 말이야.
고마워, 준아.
오늘도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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