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아.
어제 저녁, 식탁에서 네가 브로컬리를 먹지 않으려 해 아빠에게 꾸중을 들었구나.
네가 그런 아빠를 오해하는 것 같아서 이야기하고 싶단다.
아빠가 네게 브로컬리를 먹이고 싶어하는 건
네 건강을 위해서란다.
엄마, 아빠도 네가 미각 감각이 예민해서
바삭거리는 음식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단다.
그래서 피자나 파스타를 제일 즐기고
쫄깃한 밥도 좋아하는데
넌 어석거리면서 단 맛도 거의 없는 야채를
일절 먹지 않으려 하지.
그래서 엄마가 궁리 끝에 브로컬리를 갈아서 밀가루 반죽에 넣어주고
계란말이를 할 때는 야채를 왕창 집어넣어서
어떻게든 네가 야채를 먹을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단다.
이제는 네가 어느 정도 자랐으니
야채를 거부하지 않고 먹어야
네 성장과 건강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어제 아빠가 그리 한 거란다.
브로컬리를 한 입 베어물고 네가 토하려 들자
아빠는 많이 속이 상한 것 같아.
엄마는 아빠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네가 브로컬리를 먹기도 전에 이미 맛없을 거라고
단정을 내렸다는 거 말이야.
네가 브로컬리를 두려워하고
무조건 맛이 이상할 거라도 이미 마음을 먹었으니
어떤 음식이라도 네 마음이 거부하지 않았을까?
엄마는 브로컬리가 정말 맛있거든.
짭쪼롬하게 소금을 뿌려 팬에 살짝 구워서
후추도 조금 뿌려 마요네즈나 후머스에 찍어 먹으면
건강에도 좋고
얼마나 고소한지 몰라.
그런 엄마 마음이 브로컬리를 더 맛있게 하는 것 아닐까?
엄마는 브로컬리를 먹기 전부터
입안에 군침이 돌거든.
정말이란다.
브로컬리는 살짝만 데치면 줄기가 아삭거리거든.
그런데 엄마가 브로컬리를 끔찍한 음식이라고 미리 생각하고 있으면
엄마도 그걸 입에 넣었을 때 구역질이 올라왔을 거야.
물론, 아직 맛있다고 생각할 수는 없겠지.
하지만 적어도 먹으면 큰일나는 음식이라고
미리 겁부터 낼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이건 어떤 맛일까?
궁금해하는 마음이라면 어떨까?
브로컬리를 대하는 마음으로 엄마는 그게 제일 좋을 것 같아.
그런 마음이야말로 브로컬리의 진짜 맛을 그대로 평가해줄 테니까 말이야.
준아,
네 생각은 어떠니?
앞으로 먹어보지 못한 음식은 무조건 맛없거나
역하다고 미리 마음을 먹지 말고
이건 무슨 맛일까, 하고 궁금해하기!
그거면 될 거 같아!
오늘도,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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