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아,
친구들과 어울려 섬머캠프로 2박 3일 여행을 다녀와
넌 지금 세상 모르고 잠이 들었구나.
엄마, 아빠, 형아는 네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르겠어.
지난 2박3일 동안 마음 졸이며 네게 아무 일 없기를
빌고 또 빌었단다.
우리 곁을 떠나 우리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우리 준이가 처음으로 이틀 밤을 친구들과 선생님과 보냈구나.
친구들도, 선생님들도 네가 어느 정도는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적절한 도움이 적절한 타이밍에 제대로 주어질 수 있을지...
네가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이 필요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지...
그런데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준이가 별 도움 없이 모든 걸 스스로 잘 해냈다고 하는구나.
세수하고 머리 감고 머리 말리고
옷 갈아입고 입었던 옷은 세탁 바구니에 잘 갖다 놓고
음식을 줄 서서 받고
먹은 음식은 주방에 갖다 주고...
무엇보다 네가 다른 친구들이 하는 걸 보고 따라서 하려
노력한다는 선생님들 말씀을 듣고 엄마는 가장 뿌듯했단다.
준아.
우린 혼자서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어느 정도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산단다.
다만, 그 사람에게 너무 큰 해나 폐를 끼치는 일은 없어야 할 거야.
물론, 그 경계와 기준을 정하고 알아보는 게 아직은 네게 어려울 수 있어.
하지만 그건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
어른인 엄마도 어려울 때가 많단다.
그러니 너무 어렵고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우린 그저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존재라고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 남을 돕고
네가 도움이 필요할 때는 정중하고 나이스하게
도움을 청하고
그 도움이 오지 않았을 때 너무 실망하거나 좌절하거나 성내지 말고
헤쳐나갈 방도를 찾아가도록 하자꾸나.
2박 3일 동안 가족 없이 다른 사람들하고만 지내보면서
준이가 배운 게 정말 많을 거야.
우선, 가족들 대하듯 편하게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할 수 없었을 거야.
그래, 우린 가족 아닌 사람들에겐 최선을 다해
폐를 끼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단다.
네가 다른 사람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고
좀 어설프고 완벽하지 않더라도
네 힘으로 해보려고 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야.
우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우리 힘으로 하려고 노력해야 한단다.
그게 '혼자'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니까 말이야.
우리는 모두 어울려 살아가는 것 같지만
저마다 생각과 입장과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또 저마다 혼자란다.
준아.
그러니 요즘 네가 외롭고 울적한 기분이 드는 것도
너무나 당연한 일이란다.
넌 지금 사춘기라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 인생의 시기를
건너고 있거든.
사춘기의 복잡한 감정은
네가 '혼자' 서기 위한 기반을 세우는 거란다.
어른이 되기 위한 아픔의 시간인 셈이지.
이런 시기에 가족 없이 혼자 여행을 다녀왔다는 것은
네게 정말로 큰 배움이 되었을 거야.
엄마도 가족 없이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왔던 때를 기억해.
가족이 곁에 없으니 나 혼자 우주에 떨어진 느낌이었고
모든 게 당황스럽고 어색했지만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어.
넌 어디에 혼자 있든....
잊지 말기 바라.
네 곁에 비록 가족은 아니지만
너처럼 외롭고, 너처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또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말이야.
그 사람에게 너도 도움이 될 수 있게,
우리, 오늘도 혼자 서는 연습을 하자꾸나!
푹, 자고 개운하게 일어나서
준이가 좋아하는 불고기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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