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아,
오늘 네가 시험본 결과를 인스타에 올렸다고 엄마에게 말했지.
넌 물론, 자랑스러운 마음에 그랬을 거야.
그런데 준아,
시험을 잘 보지 못한 친구들에겐 어떻게 보였을지 생각해 보자꾸나.
그 친구들은 준이, 네가 무척 부러웠을 거야.
물론, 네게 축하도 보내왔겠지.
그런데 준아,
혹시 그 중에서 마음이 아픈 친구는 없을까?
부러움만 드는 게 아니라
왜 나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을까, 하고
마음이 우울해진 친구는 없을까.
시험은 누군가의 능력과 노력한 정도를 가늠하기 위한 방법이란다.
그래서 시험을 잘 보는 사람도 있고
시험을 잘 보지 못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란다.
사람의 능력은 저마다 다르니까 말이야.
사람의 재능도 저마다 다르니까 말이야.
시험을 잘 봤다는 건 능력과 재능이 인정받았다는 뜻일 거야.
아주 기분 좋은 일이지.
그런데 능력과 재능이 있다고 해서 언제나 시험을 잘 보는 건 아니란다.
운이란 것도 있는 거란다.
시험 볼 때 배가 아프다거나 기분이 좋지 않았다면
정신을 집중할 수 없어서
시험을 잘 치를 수가 없었을 테니까 말이야.
그리고 시험을 잘 봤다는 건 능력과 재능이 뛰어나다는 뜻이니
시험 점수를 공유하는 것은
그 능력과 재능을 자랑하는 것도 될 것 같아.
어떤 악기로 연주나 공연을 했다거나
스포츠로 어떤 좋은 성적을 냈다거나 하는 거하고
시험 점수는 조금 다르단다.
어떻게 다른 지는 설명하기가 쉽지는 않구나.
그래서 네가 어떤 걸 인스타에 올려도 되고
어떤 건 안 되는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엄마도 새삼, 이런 게 얼마나 힘든지 깨닫는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personal'하다는 걸로 구분짓는 거 말이야.
공연이나 스포츠는 'personal'한 게 아니지?
그건 관객도 있고, 보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런데 시험은?
네가 시험치는 걸 사람들이 보지는 않지?
물론, 점수를 매기는 선생님은 보겠지만 말이야.
그게 'personal'하단 거란다.
조금 이해할 수 있겠지?
시험 점수를 사람들에게 공개하하고 공유하는 네 마음은 잘 알아.
모두를 기쁘게 해 주고 싶었을 거야.
그걸 본 사람들은 너를 축하해줬을 거야.
그런데 같은 시험을 본 어떤 친구가 울적해지는 걸
넌 원치 않지?
누군가를 울적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그리고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우린 'personal'한 걸 혼자 간직해야 하는 거란다.
물론, 엄마한테는 말해도 좋아!
엄마한테도 말 못하는 'personal'한 이야기가 생기겠지만 말이야.
준아, 오늘도 같이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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