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아
상심해서 축 처진 네 어깨를 보는 것만큼 가슴 아픈 일도 없을 거 같구나.
오늘 너의 처진 어깨가 엄마 마음을 참 아프게 해.
계속 슬퍼하다 등 돌리고 자는 네게 이불을 덮어주며
엄마도 울고 싶었단다.
하지만 이게 다 네가 걸어갈 길,
엄마가 따라갈 길이라고 생각해.
우리에게 주어진 길은,
누구엑라도 마찬가지지만
그 길은 항상 걸어가기 좋게 단장돼 있는 건 아니란다.
돌멩이가 발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고,
찬 바람 불고 우박도 떨어지고
회오리가 치는 그런 길도 만나기 마련이란다.
친구 두 명이 만나기로 약속하는 걸 보고
너도 같이 가고 싶다고 했는데
같은 반에서 너와 잘 지내는 두 친구가 네게 "No."라고 했다고...
다른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영화 보러 가는 거였다고...
그래, 넌 이해할 수 없을 거야.
학교에서 너와 잘 어울려 놀고
네게 친절한 그 아이들이 왜 내게 "No."라고 했는지 말이야.
솔직히, 엄마도 잘은 모르겠어.
같이 영화관에 가는 게 그리 힘든 일인지
엄마도 잘은 모르겠어.
하지만 그렇다고 너를 싫어하는 건 아닐 거야.
혹시 둘만 이야기하고 싶은 뭔가가 있는 건 아닐까?
그게 뭔지는 엄마도 알 수 없고,
그건 우리가 알 필요도 없고
궁금해할 이유도 없단다.
그건 '프라이버시'니까 말이야.
준아,
사람들에게 모두 환영받고 모두 사랑받을 수는 없어.
그리고 그럴 필요도 없단다.
우리가 잘 아는, 티브이나 영화에 나오는 유명한 '스타'들도
모든 사람이 좋아하고 우러러 보는 건 아니란다.
그들도 소위 '악플'이란 것때문에 힘들어한단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도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 일이니.
너를 좋아하고 너를 환영하는 친구들도 있잖아.
그래, 그런 친구가 많진 않아서 네가 섭섭하고 속상하다는 것도 알아.
그런데 준아.
세상에 그런 사람이 딱 한명이라도 우린 감사해야 하는 거란다.
잘 생각해 보렴.
널 싫어하는 사람은 아직 한 번도 만나지 못했잖아.
널 싫다고, 네게 직접 말하고 네게 상처주는 사람은 없었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든,
우린 그것까지 알 필요는 없단다.
그저 우리는 사람과의 거리를 지키며
그 사람이 넘어오지 않길 바라는 선은 존중해주고
넘어가지 않으면 되는 거란다.
준아,
그런 선 같은 거, 넌 싫다고 할 수도 있어.
넌 사람들을 좋아하고 사람들이 모두 착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믿으니까 말이야.
형아는 때로 네게 나쁜 마음을 가지라고 말할 때도 있지.
그래야 너를 지킬 수 있다고 말이야.
하지만 엄마는 알아.
준이, 너는 착한 마음만 가졌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없단 걸 말이야.
너는 사람들의 착한 마음만 보기 때문에
오늘처럼 같이 놀자는 네게 친구들이 "No."했다는 걸 이해할 수가 없겠지.
하지만 준아,
네게 "No."했다고 해서 그걸 나쁜 마음이라곤 할 수 없단다.
그저, 그 친구들끼리 놀고 싶은 것뿐이란다.
네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어, 준아.
앞으로도 친구들하고 놀고 싶으면
얼마든지 'ask'해도 좋아.
다만, 거절 당했을 때,
이렇게 생각하자꾸나.
그럴 수도 있다고.
거절하는 게 널 싫어하는 건 아니라고 말이야.
그럴 사정이 있는 거라고 말이야.
오늘, 준이가 좋아하는 불고기를 하려고 해.
기운차리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맛나게 먹자꾸나.
오늘도 웃자꾸나, 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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