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아.
학교에서 런치를 주문했는데 네 어카운트에 들어있는 금액을 넘어
런치를 주문해서 마이너스가 되었어.
돈이 '마이너스'가 되었다는 건 '빚을 진다'는 의미야.
빚을 진다는 건 네가 가진 돈보다 많은 돈을 썼다는 의미란다.
먹고 싶은 게 있는데
당장 수중엔 돈이 없고,
그런데 런치를 주문을 할 수는 있으니
너는 주문해서 먹은 건데 말이야.
너는 그게 별 문제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어.
돈을 금방 엄마, 아빠가 채워서 넣어줄 테니까 말이야.
지금 당장은 엄마, 아빠가 네게 용돈을 주고
점심도 사 주고, 외식도 시켜주고,
옷도 사주지만...
준아,
머지 않아, 네가 '소비'의 주인이 되는 날이 온단다.
벌써 너도 한달 용돈을 받으니
돈을 관리하는 법도 알아야겠지.
지금부터 천천히 배워나가자꾸나.
빚을 지는 건 큰 부담이 되는 일이란다.
처음엔 얼마 안되는 돈이지만
금방 불어나게 돼 있단다.
이까짓 거...
하고 생각했다는 큰 일이 날 수도 있어.
불어난 빚은 누구에게나 큰 부담이란다.
우린 주어진 예산 한도내에서 물건을 사고
소비해야 한단다.
그건 앞으로 네가 독립적인 삶을 살아갈 때
가장 중요한 기반이란다.
예산 안에서 물건을 사는 일은
엄마도 정확하게 지키지 못할 정도로 힘든 일이야.
큰 각오와 의지를 가져야 할 수 있는 일이란다.
먹고 싶고, 갖고 싶고, 사고 싶은 걸 참을 수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란다.
손안에 10불이 있다면
다음에는 꼭 10불을 넘지 않는 소비를 하겠다는 약속을
누구보다 네 스스로에게 할 수 있어야 해.
엄마, 아빠, 형아가 시켜서
또 그걸 지키지 않으면 혼나니까 하는 게 아니라
원래 그래야 하는 거니까 지킨다고 생각해야 한단다.
하고 싶은 걸,
먹고 싶은 걸
사고 싶은 걸,
참으면 오히려 생기는 게 많단다.
적게 먹으면 건강에도 오히려 좋고
(물론, 한창 자라는 너는 많이 먹어야하지만!)
검소한 생활이 몸에 배어 방 정리나 집 청소도
더 손 쉽게 할 수 있단다.
그리고 무엇보다, 참으면
'성숙한' 사람이 된단다.
하고 싶은 걸 참는 것만큼
성숙한 행동도 없을 거야.
준아,
엄마는 준이가 하고 싶은 걸 무조건 참으라고 하는 말은 아니란다.
그럴 필요는 없단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것'의 '크기'는 반드시 알아야 한단다.
자신의 능력을 펼치고
꿈을 갖는 데는 참을 필요가 없을 거야.
세상에는 참아야 하는 일이 많지만
그것만큼은 참지 않아도 된단다.
엄마는 먼저, 두 가지만 참으면 좋을 거라고 생각해.
한 가지는 '말'이란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건 성숙한 사람답지 못한 행동이란다.
말은 아끼고 참는 편이
다 하는 편보다 훨씬 안전하고 좋은 매너일 수 있단다.
그리고 '돈'이란다.
돈을 쓰고 싶은 건 참으면 참을수록!
돈이 더 많아진다는 사실! ^^
돈을 쓰지 않거나 덜 썼으니까 말이야.
네가 가진 것만큼만,
혹은 그 안에서 소비하는 연습은
꼭 돈뿐만이 아니라
네가 살아가면서 아끼고 참아야 하는 많은 것들을
아끼고 참는 연습이 되어줄 거라 믿어.
오늘도 행복하자, 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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