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아,
학교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다 보니
또 이런 저런 SNS며 정보들을 접하다 보니
너도 'autism'이란 단어를 알게 되었구나.
아무래도 네가 그 단어를 아는 것 같아
엄마는 오랜 생각 끝에
아빠와 상의도 하고
선생님들의 조언도 구해서
네게 이야기를 해 주기로 했단다.
네게 autism에 관해서 알고 있는지 먼저, 물었지.
너는 그게 잘 모르지만
네가 있는 특수 학급 아이들이 'autism'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대답했어.
그래, 네가 정확히 알고 있단다.
너는 autism을 갖고 있어.
정확히 말하면,
autism spectrum 위에 있다고 할 수 있지.
엄마도 그렇고 선생님들도 그렇고
그 뒤에 따라 붙는 'disorder'란 용어는 쓰고 싶지 않구나.
그저 너는 'autism spectum'의 어느 지점에 있다고 생각하면 될 거야.
'autism'이 뭔지, 'autism'을 갖고 있으면
말이나 행동, 지각에 있어 어떤 특징을 보이는지
엄마, 아빠는 네게 찬찬히 설명해 주었지.
그러면서 엄마, 아빠는 걱정을 많이 했어.
혹시라도 네가 자신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할까봐서 말이야.
네가 다른 아이들처럼 말을 자연스럽고 빨리 하기 힘들고
수학이나 과학 같은 어려운 과목은 따로 특수 학급에서 공부해야 하는 이유 등이
'autism' 때문일 수도 있다는 걸 알고
너는 'autism'이 싫다고 말했지.
너도 공부를 잘하고 싶고
말을 매끄럽게 잘하고 싶다고 했어.
그 말을 들으면서 엄마는 속으로 눈물이 나고야 말았단다.
하지만 금방 생각을 고쳐 먹었지.
공부는 열심히, 부지런히 하면 네 속도에 맞춰 이루어갈 수 있는 거란다.
그리고 말을 매끄럽게 잘 하는 것도 훈련하면 또 발전할 수 있는 거란다.
그렇다고 네가 나쁜 말을 하는 건 아니잖아.
그게 더 중요한 거란다, 준아.
말을 잘하는 것보다 나쁜 말을 하지 않는 것, 말이야.
이제부터 엄마는 너와 자연스럽게 'autism'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고 해. 이제부터 시작이야, 준아.
무엇보다, 넌 혼자가 아니란다.
네가 다른 사람에 비해 모자라고 부족한 것도 아니란다.
엄마도 아빠도 형아도 마찬가지야.
뭐 하나 잘 하는 것 없고 대단히 자랑할 것도 없지만
우린 누구도 모자라고 부족한 사람이 아니란다.
이 세상에 그런 사람은 없단다.
누구나 자기 안에서 최선의 나, 최대의 나를 가꾸어가면 되는 거란다.
누군가를 보고 모자라고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의 생각이고 관점일 뿐이란다.
너는 이제 너 자신에 관해서 중요한 한 가지를 알게 된 거란다.
'autism'도 너의 일부란 사실을 알게 된 거란다.
엄마, 아빠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떤 동요도 없이 차분하게 궁금한 걸 물어보고
생각하는 널 보며 엄마는 너무나도 대견했단다.
우리 준이, 정말 다 컸네!
준아,
우리 함께 걸어가자꾸나.
우리가 함께란 사실에 감사하자꾸나.
이 의미있는 'Thanksgiving'에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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