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아
며칠 전부터 간식을 가급적 먹지 않기로 했는데
엄마가 지하실에서 청소하는 사이,
네가 스낵 한 봉지를 다 먹은 걸 알게 됐어.
엄마와 약속해 놓고 네가 지키지 않아서
엄마가 널 나무랐지.
너는 처음엔 미안하다고 했지만
나중에는 스낵도 못 먹게 한다고 속상해 했어.
맞아.
엄마도 스낵은 맛있어.
세상 맛있는 건 다 들어 있으니까.
달콤하고 바삭거리고 고소하고.
하루종일 먹으라고 해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그치?
그런데 왜 스낵은 많이 먹으면 안되고
아예 안 먹으면 좋은 걸까?
스낵은 설탕이 많이 들어가서 치아와 건강에도 안 좋고
더구나 튀긴 게 많아서 칼로리도 높고,
당연히 건강에도 좋지 않지.
그건 너도 아주 잘 알고 있잖아.
그런데 엄마도 먹고 아빠도 먹고 형아도 먹으니,
너한테 아예 먹지 말라고 할 수는 없을 거야.
세상에 맛있는 게 너무 많아서
그게 건강에 안 좋다고 무조건 못먹게 하는 것도 힘들다고 엄마도 생각해.
그런데 '양'은 중요하단다.
맛있다고 그걸 하루종일 먹거나 그것만 먹으면 어떻게 될까?
과도하게 살이 찌면 일단 건강에 정말 좋지 않단다.
몸이 무거워 잘 안 움직이게 되면서
여러모로 나쁜 영향을 끼치게 돼.
테파리스트 선생님도 말씀하셨지?
뭐든 기준을 정해 놓고 그 이상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이야.
우리 뇌에는 어떤 일을 일정한 시간 이상 하면
지루하다고 느껴서 그만두게 하는 기능이 있다고 하셨지?
그런데 그런 기능을 발휘하는 게
사람마다 다르다고도 하셨지?
그래서 그 기능이 잘 돌아갈 수 있게
우리가 스스로 알아서 의식적으로 조절하려고 애를 써야 한다고 말이야.
그러니 스낵을 먹을 때도 안 먹는 게 좋지만
너무 먹고 싶다면 조그만 컵에 딱 먹을 양만 담아서
그것만 먹고 끝!
더 먹고 싶어도 자신과 약속이라고 생각하고
꼭 지키기!
우리 뇌가 좋지 않은 일을 일정 시간 지속하면
지루하다고 느끼도록 훈련하기!
무조건 재미있다고 컴퓨터 게임을 하루종일 하면 안 되는 것도
그 때문이란다.
재미있다고 하루종일 그것만 하고 있다면
뇌는 그쪽으로만 발달하겠지?
생활도 엉망, 공부도 엉망, 다른 모든 게 엉망이 될 거야.
우리 삶에는 게임말고도 재미있는 일이 너무나 많고
또 더 중요한 일도 너무나 많으니까 말이야.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하고 운동도 하고 게임도 하고 외식도 가고
박물관도 가고 친구와 hang-out도 하고...
뭐든지 다 해보렴.
뭐든지 다 겪어보렴.
그러나 그 모든 것을 하는 데도 '기준'은 정해놓고
네 자신과 약속은 하는 게 좋단다.
이 정도만!
왜냐하면 그것만 할 수는 없으니까.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그 일을 좀더 길게 할 수는 있을 거야.
하지만 맛있다고 스낵을 하루종일 먹으면 안되는 것처럼
어떤 일이든 어느 정도 할 것인지,
미리 정해놓고 자신을 조절하는 능력이 중요하단다.
그건 너무너무 중요한데
또 너무너무 어려워서
어른들도 잘 못하기는 해.
그러니 우리 같이 도와가며 서로서로 멋지게 해내자꾸나!
준이가 엄마도 도와줄 거지?
사실, 엄마도 새우깡을 더 먹고 싶거든.
참아야겠지? 아까 먹었으니까!
우리, 보드 게임 한 판 할까?
그러면 새우깡 생각이 싹 사라질 것 같은데 말이야.
자, 그럼 게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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