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아,
오늘 엄마는 이 글을 쓰면서도 눈물이 흘러 앞이 잘 보이지 않는구나.
네가 슬퍼하게 될까봐 네 앞에서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하겠지만 말이야.
네가 친구들을 사랑하는 마음, 엄마는 잘 안단다.
학교에서 필드트립 가서 기념품 점에 들렀을 때 넌 엄마가 준 돈으로
카드를 스무 장 사와서 책상 앞에 앉아 낑낑대며 그 많은 카드를 썼지.
삐뚤삐뚤하고 서툰 문장이었겠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잖아.
넌 학교에 가서 그걸 친구들에게 나눠주고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어.
그런데 그만, 친구들에게서 단 한 장의 카드나 답장을 받지 못해 많이 속상했구나.
네가 속상한 마음을 SNS에 올린 걸 보았단다.
형아가 보고 얼른 지우라고 해서 지웠지만 말이야.
넌 안 그래도 속상한데 형아한테도 많이 혼나야 했어.
왜 그런 걸 그런 데다가 올리냐고 말이야.
엄마도 형아를 도와서 너를 나무라는 쪽이었어.
그래야 네가 그런 'personal'한 마음을 사람들이 다 보는 'public'한 곳에다가
올리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SNS는 일기장이 아니야!
형아가 화가 나서 네게 큰 소리를 내기도 했지.
그건 형아가 너를 사랑하니까 위하는 마음에서 그런 거야, 준아. 알지?
엄마가 형아한테 그만하라고 말한 건
네가 한 말 때문이야.
너무나도 속상하고 마음 아픈 일이지만,
엄마는 그래도 네게서 큰 성장을 보았단다.
왜 그런 걸 거기다가 올려?
형아가 그렇게 물었을 때, 네가 한 대답 때문이야.
I want them to know what I feel.
친구들이 네 마음을 알아줬으면 했어...
준아,
네 마음을 사람들에게 전하려고 한 건, 훌륭한 일이란다.
엄마는 그렇게 생각해.
많은 경우, 우린 우리가 느끼고 생각하는 걸
혼자만 간직하다가 마음이 아프고 상하는 거란다.
네 마음을 전하려고 한 건 너무 잘한 일이야.
그런데 한 가지 도와주고 싶은 게 있어.
네 마음을 전하려고 할 때는 한 사람, 딱 한 사람씩 해야 한단다.
사람이 많아질수록 네 마음은 네 마음 그대로 전해지지 않고
오해될 수가 있어.
딱 한 사람에게 네 마음을 전하면 눈과 눈을 마주보면서 네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네 마음을 이해할 가능성이 더 커진단다.
물론,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말이야.
그리고 네 마음을 전하는 방법이 중요하단다.
네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해서
화를 내거나 짜증 피우거나 억지 부리거나 울거나 발을 구르면 안 된단다.
우리는 마음을 전할 때 차분하고 조용하게, 그리고 진심을 담아서 해야 한단다.
그리고 무엇보다, 네 마음을 전하기에 앞서
상대방의 마음부터 헤아려야 한단다.
네 마음을 이해할 상황이나 분위기가 되어 있는지,
그래서 네 마음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 말이야.
SNS에 올리는 건 그런 걸 전혀 생각하지 않고 그냥 무조건 네 마음만 중요하다고
소리치는 셈이 되는 거란다.
엄마가 한 말을 네가 전부는 아니어도 이해한 것 같아서
엄마는 뿌듯해.
네가 보낸 카드에 답장을 받지 못한 건 엄마도 속상하단다.
하지만 준아.
보낸 것으로 만족하는 게 더 크리스마스에 맞는 마음인지도 몰라.
하나님은, 예수님은 '이웃을 사랑하라'고 하셨지,
'이웃에게서 그 사랑을 꼭 받아'라고 안 하셨잖아? ^^
그리고 널 보면 피하고 달아나는 친구가 있을 지도 모르지만
어제도 너와 전화하며 30분 넘게 통화한 친구가 셋이나 있었잖아?
영화도 보러 가기도 했고
그 친구 집에서 우리 가족 모두 함께 연말 파티도 하기로 했잖아.
우리가 가진 것에,
우리에게 주신 것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자.
사람을 가리지 않고 사랑하는 네 마음을
아기 예수는 축복해 주시리라 믿어.
그 마음은 우리 모두가 간직해야 할 마음이란다.
준이, 네가 그걸 가르쳐 주었어.
그러니 우리, 너무 슬퍼히지만은 말자꾸나, 준아.
준아, 메리 크리스마스!
(여기, 어여쁜 새가 보내온 답장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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