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아
아빠가 네게 드디어 첫 용돈을 주셨구나!
네가 얼마나 기뻐하던지!
형아도 옆에서 덩달아 좋아했지.
이제부터 준이도 주말이면 용돈을 받게 되었어.
준아, 정말 축하해!
아빠는 네게 용돈을 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들려줬지?
너하고 아빠가 소파에 앉아 한참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지.
형아도 같이 거들었고 말이야.
어찌나 그 모습이 다정한지 엄마도 끼었잖아.
아ㅃㅃ네가 이해하긴 조금 복잡했을지 몰라.
너는 이렇게 물었으니까 말이야.
아빠, 돈이 있으면 내가 갖고 싶은 거 다 살 수 있어?
그건 아니야. 다 살 수는 없지.
왜?
돈이 모자라니까.
안 모자라게 많이 주면 되잖아.
아빠가 돈이 그것밖에 없는 걸?
아빠는 왜 돈이 이것 뿐이야? 아빠는 누가 돈을 주는 거야?
아빠가 일을 하면 회사에서 주는 거야.
왜 이것밖에 안 줘?
아빠는 너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많이 난감했을 거야. ^^
네게 돈이란,
물건을 사는 도구일 뿐인데 말이지.
준아.
돈은 그것 외에 많은 의미를 갖는단다.
원래는 네가 생각하는 대로 '돈'은 그저 물건을 살 수 있는 방책에 불과했을 거야.
예전에는 물건을 사고 파는 대신
서로 도움이 필요하면 도움을 주고 받았으니까 말이야.
지금 우리는 서로 돕기보다는 돈을 주고 무언가를 사 오는 세상이란다.
물론, 돈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는 있지만 말이지.
준아.
네가 '돈'의 개념과 가치와 의미에 관해 알게 될 날이 있을 거야.
엄마는 그 날이 기다려지기도 하면서
기다려지지 않기도 하단다.
원래 돈은 네가 생각하는 대로 아주 단순한 기능만 갖고 있었으니까 말이야.
그런 시간 속에서는 사람과 사람이 서로 미워하고 적대시하는 일도 적었을 거야.
부모 자식 관계도 돈 때문에 깨지고
친구 관계도 돈 때문에 등 돌리게 되고
남이 가진 돈을 가지려고 끔찍한 일이 일어나기도 하는 세상이지.
반대로, 돈이 많으면 배고프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도 있단다.
어찌보면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말이지.
모든 건 천천히 걸어가면서
천천히 알아가도록 하자꾸나.
네가 첫 용돈을 받고 사고 싶어하는 물건은
아직 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구나.
그게 가격이 아주 싼 게 아니라서 말이야.
하지만 천천히 가다 보면
어느 새 네 저금통에 그 물건을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이 모일 거란다.
엄마는 그때, 네가 그 물건을 살 수 있게 돼서 기뻐하는 한편,
이 세상 어딘가에서 너처럼 그 물건을 갖고 싶어하지만
돈이 없어 갖지 못하는 또다른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
그렇다고 갖고 싶어하는 물건을 절대로 사면 안 된다는 건 아니야.
다만, 그런 생각을 하면 그 물건을 감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고
또 언젠가는 그런 아이들이 그 물건을 가질 수 있게
네가 무엇으로라도 돕게끔 방법을 찾아볼 수도 있겠지.
모든 건 돈에 달린 것 같지만, 아니란다.
모든 건 마음에 달려 있단다.
준아, 오늘도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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