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아
이번에 네가 해 낸 일을 놓고 많은 사람들이 축하를 해 주었지.
엄마도 네가 정말 자랑스럽고 기쁘구나.
사람들은 엄마한테도 많은 축하를 해 주었어.
네가 해 낸 일을 두고서 말이야.
정말 수고했다고 말이야.
엄마는 아니라고 했지.
이건 모두 네가 이루어낸 일이니까.
엄마가 한 일이라곤 네 옆에 있어 준 것밖엔 없으니까.
혹시라도 내가 네게 해 준 게 있다면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이 자식에게 해 주는 그 정도일 거야.
엄마니까 하고 또 할 수밖에 없는 그런 일...
이 모든 건 우리 준이가 공들이고 힘들여 이루어낸 결과란다.
사람들이 해 준 말 중에 엄마가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가 있었어.
"준이 같은 아이는 두 개의 그림자를 가졌지요. 하나는 자신의 그림자, 하나는 어머니의 그림자.
어머니가 늘 그림자처럼 뒤를 지키고 보살피니까요."
준아.
엄마가 이 말에 눈물을 흘린 건 엄마의 엄마가 생각나서였던 것 같아.
네 외할머니는 많이 배우진 못하셨지만 자식 교육에 오직 한 가지...
이것 하나만큼은 꼭 지키려 스스로 약속하셨던 것 같아.
바로 '그림자가 되기'.
풍족하지 못한 집안 형편이라 딸(나를 말한단다)에게 많은 걸 해 줄 수 없었지만
그 대신, 외할머니는 엄마가 어떤 일을 하든 그 자리에 있었단다.
일 다니느라 바쁜 와중에도 말이야.
엄마가 한낱 나무가 되어 대사 한 줄 없이 무대 위에 서 있어도
그 학예회에도 왔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입학식 졸업식에 빠짐없이 왔고,
대학 시험 보는 날도 종일 그 추운 데서 학교 문앞을 지켰더랬지.
시험 끝나고 나오는데 내 이름을 부르며 외할머니가 달려오셨더랬어.
시험 끝나고 떡볶이라도 먹으러 가려고 같이 있던 친구들은
부모님이 아무도 오지 않았거든.
엄마는 그 친구들을 모두 데리고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을 사주셨단다.
얼굴에 시커멓게 짜장면을 묻히면서 우린 얼마나 깔깔거렸는지 몰라.
그로부터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엄마의 친구들은 그때 먹은 짜장면 맛을
아직도 잊지 못해.
그리고 늘 말하지.
"너희 엄마는 늘 네곁에 있으셨던 것 같아."
엄마는 그때는 느끼지 못했단다.
할머니의 그때 마음을 말이야.
자식에게 잘 해주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을
최선을 다해 함께해주는 걸로 갚으려 했던 것 같아.
준아.
내가 외할머니에게서 배운 가장 큰 게 이것이란다.
그림자처럼 함께 있어주기.
엄마가 너한테 그림자처럼 있어주고 있는 건 아닌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꼭 기억해 주렴.
적어도 내 마음과 내 사랑은 늘 너와 함께 한단다.
네게 두 개의 그림자가 있어 준다면,
정말로 엄마의 그림자도 내 그림자 옆에 함께할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아.
네가 그리 느껴준다면 말이야.
준아.
살면서 기쁠 때도 그렇지만 힘들고 외롭고 서럽고 난감할 때...
네 그림자 옆에 서 있는 내 그림자를 기억해 주렴.
엄마는 그림자로라도 널 꼭 껴안고 있을 거야.
그러니 기억해 주렴.
내가 얼마나 널 사랑하고 사랑했고 사랑할 것인지...
오늘도 그림자로 또 만나자~~.
*<괜찮아 천천히 오렴>을 꾸준히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로 이 컬럼은 그만 쓰려 합니다.
준이는 지금처럼 씩씩하고 따뜻하고 유쾌한 아이로 잘 자랄 것입니다.
제가 그렇게 도와주려 노력할게요.
어디서든 여러분에게서 받았던 관심과 애정을 기억할 겁니다.
스치는 가을 바람 한 조각에서도,
떨어지는 별빛 한 조각에서도요.
감사합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1
쪽지
Back
목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