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믿지 마세요.

”비도 오는데 막걸리나 한 잔 하자”

“오랫만이네, 오라버니- 술 생각 나던 차에 잘됐네. 파전이나 한 장 구울까?”

“됐다. 안주는 무슨.. 어차피 막걸리 먹으면 배부른데, 뭐”

막걸리를 다섯 통이나 비닐비닐한 비닐봉지에 싸들고 필자의 작업실로 들어 온 S오빠.

스텐 재질의 밥공기에 막걸리를 콸콸 붓더니 혼자서 벌컥벌컥 들이킨다.

“오랫만에 얼굴 봤으면 건배라도 하지, 비오는 날 막걸리에 안주도 없이 원샷이라… 무슨 일이우?”

여름 내내 골프 친다고 마이애미까지 다녀오더니, 아랫 집 사는 흑인보다 더 시커멓게 타 버린

S 오빠. 묵묵히 막걸리 잔을 기울인다.

“세상에 믿을 여자 없다고 하더니…”

“차였어?”

“차였으면 차라리 깨끗이나 하지, 그 기집애 나말고 놈팽이가 두 놈이나 더 있었다더라.”

여기서 말하는 기집애란 1년 넘게 둘이서 알콩달콩 지내고 있는 S 오빠의 그녀 M을 말하는 것.

그런데 여기서 참 재밌고도 재밌는 일, 대부분 여자들은 그녀가 양다리 아니 삼다리 아니 어쩌면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숫자의 문어 다리라는 걸 다 알고 있었다는 사실. 그러나 S오빠는

물론이고, 또 다른 그녀의 남자들이었을 “그들”만 도통 모르고 있다는 사실인게다.

왜 남자들은 하나같이 그렇게 무식한걸까?

품 안의 여자가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해 옷을 벗는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는 그들은 바보일까 아님 진정, 아직까지 모자란 순수함(?)이 남아있는걸까? 머리와 가슴이 동시에 또라이임은 분명하지만 말이다. 한 남자가 여러 여자를 거느린다는 말은 정녕 조선시대에나 존재했던 야화에 불과한 것일까? 이제는 남자가 두 여자를 거느리는 것이 아니라 한 여자가 두 놈팽이를 거느린다는 말이 맞게 된 세상이 온 것인가?

남성 우월주의와 비 상식적인 윤리주의에 갇혀있던 여자들의 반란이 오히려 통쾌하여, 그것 참 쌤통이라며 고소한 일이라고 대리만족이라도 하는 게 옳은 일일까?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위선된 이중잣대에 스스로 뿌듯해 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내 남자만은 절대 그렇지 않아. 세상 남자들이 다 바람을 핀다해도 나는 믿어. 다만 그 상간년이 나쁠 뿐이야. 차리리 이렇게라도 위로하며 살면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해질까? 오히려 더 비참해 지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