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텔투어에 이어서 ...
벨라지오 호텔을 나와 옆에 있는 코스모폴리탄 호텔로 향했다.
이 호텔은 나에게는 ' 시간의 흐름 ' 을 인식하게 해 준 장소이다.
나는 베가스에 총 4번 정도 왔었고, 이 호텔에서 두번을 투숙 했었다.
첫번째는 아이 초등학교때, 처음 베가스 여행을 올 때였다.
당시, 이 호텔이 만들어 지고 얼마 되지 않아서 아주 저렴하게 투숙을 할 수 있었다.
깨끗하고 자동 커텐 등 신기한 것이 많았지만, 좁고 시끄러웠다.
호텔안에 수영장이 두 개가 있었는데, 그 중 한 곳을 잘못 들어갔다가 ( 아마 성인전용 이라는 안내문이
있었을 테지만, 당시 내 눈에는 그게 안 보였다.)
젊은 남녀 둘 이서 애정행각을 벌이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빨리 발길을 돌려 나왔지만, 아이와 함께 있었던 상황이라 아주 아찔했던 경험이 있다.
두번째는 부모님을 모시고 서부 여행을 할 때이다.
이 때는 아에 수영장 근처는 가지도 않았고, 그 호텔에서 판다는 '에그베네딕트' 를 아침부터 줄 서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도 먹어볼까 하고 갔지만, 오후에 가서 재료소진 으로 그날 장사가 마감된 상태였다.
당시 생소한 계란이 반숙으로 올라간 빵을 신기해 하며 드셨던 부모님 모습이 어렴풋이 생각났다.
올해 여름, 그러니까 8월 한창 휴가철에 우리 아들은 친구들과 여름휴가를 보내며 이 곳에 투숙했다.
이젠 독립해서 직장을 다니는 아들 녀석이 우리와 왔던 호텔로 와서 내가 무안해 하며
떠났던 풀장을 마음껏 누렸으리라.
친구들과 요란하게 술도 마시고 음악에 맞춰 설렁 거리고 이쁜 여자들에게 추파도 던졌겠지?
상상을 하니 내가 다 즐겁다.
당시 보였던 젊은 남녀의 애정 행각은 눈쌀을 찌푸리게 했지만, 이제 우리 아이가 그 나이가 되니
왠지 이해가 된다. 내가 이해심이 넓어져서가 아닌 순전히 우리 아들은 그럴 수 있다는
다소 이기적인 생각과 함께.
같은 장소에서 시간은 그렇게 흘러 각각의 추억과 즐거움을 쌓이게 하고 있었다.
그리운 뉴욕뉴욕~~
이번 호텔 투어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곳 이다.
2023년 이 생활을 하기 전 까지 나는 맨하탄이 가까운 지역에 살았고 한국에 있는 지인들이
부러워 했지만, 정작 나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왜냐고? 항상 옆에 있으니까 !
그리고 그렇게 영원히 옆에 있을 거라 생각하고 살아왔다.
이렇게 멀리 떠나오니 내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그리워 진다.
마치 청개구리 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간 호텔 내부는 맨하탄을 모티브로 꾸며져 있었다.
제일 먼저 보이는 곳은 '차이나타운'을 연상하게 하는 건물과 책방이었다.
그만금 맨하탄에서 차이나타운이 유명한가 보다.
곳곳에 놓인 의자와 테이블 그리고 그 옆에 놓인 주차를 위한 코인넣는 기계까지..
20년전 처음 미국에 와서 뭣 모르고 다녔던 맨하탄을 생각나게 했다.
처음 미국에 도착 해서는 자주 맨하탄에 나갔다.
센트럴파크도 걸어다니고, 리틀이태리, 차이나타운, 코리아타운, 첼시마켓
아이 손을 잡고 막연히 영화에서 보던 곳을 찾아 다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20년 전 이라니!
가슴 한켠에 그리움과 아쉬움이 밀려왔다.
아이와 좀더 많이 다닐걸. '지금 아는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이라는 책의 한 구절이 절절히 느껴졌다.
Park MGM 호텔은 아마 이번에 처음 들어가본 것 같다.
제일 처음은 공사중 이었고, 그 후 두번 정도는 다른이와 함께와서 주변을 여행하기 분주했다.
이 호텔은 단일 건물로는 객실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 만큼 내부도 굉장히 넓었다. 여기저기 열심히 걸었는데, 항상 길을 잃어버리거나
제자리로 돌곤 했다.
내부는 약간 촌스러워 보였다. 벨라지오, 시저스, 아레아 등 새로운 호텔등에 비해서 천장도 낮고
무지개와 황금색이 어우러져서 확실히 지금의 감성과는 멀게 느껴졌다.
하지만 왠지 1980년대 미국의 번영기를 보는 것 같다
경기호황으로 여기저기서 밝은 분위기가 느껴졌던, '라떼' 를 생각나게 하는 공간이었다.
Planet Hollywood 호텔도 이번에 처음 들어가 봤다.
소핑몰과 광장이 이어져 있었지만, 명품 보다는 자잘한 소품 위주로 꾸며져 있었고,
내부에는 공사중으로 조금 어수선 했다.
광장앞에 거대한 동상앞에 서 있는데, 갑자기 위로 레이져 쇼를 했다.
우연히 만난 공연인데, 꽤 볼만했다.
지나가다 만난 깜짝 선물같은, 베가스 거리만의 매력이다.
바로 옆에 있는 '파리스' 호텔로 들어갔다.
거대한 애팰탑과 개선문이 외부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지만, 내부는 그리 크지 않았다.
카지노와 이어져 프랑스 파리의 거리를 재현해 놓은 장소는 온통 프랑스어로 되어 있었다.
특별할 것도 없었지만, 파리를 가 보지 못한 나는 뭐가뭔지 잘 몰라서 전혀 공감이 되지 않았다.
이래서 사람은 많이 알 수록 재미를 느끼나 보다.
파리호텔을 마지막으로 호텔투어를 마쳤다.
호텔을 돌면서 가족여행으로 투숙했던 호텔에서는 예전 추억을 회상하며
남편과 누가누가 기억력이 좋은지 내기를 하게 된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추억을 먹고산다고 하는데, 맞는 말인것 같다.
추억을 회상하는데 '여행' 만큼 좋은 것을 없다.
먼 훗날 지금의 내 생활이 나와 남편에게 어떤 추억으로 남을지
새삼 궁금해 진다.
베가스 호텔 영상은 아래를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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